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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를 읽고
이준섭
김종상의 물고기의 생태를 노래한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파란정원)를 읽으며 깜짝 놀랐다. 이 동시집은 김종상이 그 동안 집중적으로 써온 새, 곤충, 짐승, 물고기 등을 소재로 한 생태동시집으로서 10번째가 될 뿐만 아니라 금년들어서만도 벌써 3권의 시집을 펴냈다.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와 때를 같이 해서 시집 “고갯길의 신화” (푸른사상), 동시집 “위로 흐르는 물”(아침마중) 등이 그것이다. 김종상은 1935년생이니 금년이 82세가 넘은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물처럼 솟아오르는 창작열은 어디서 그렇게도 끊임없이 솟아오르시는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동시에서도 어느 특정 전문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
고 공부하며, 현장을 탐구하여 창작하는 동시인들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그 가운데 10권의 전문적인 생태동시집을 펴낸 김종상은 이 분야에 대한 업적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이것은 모든 분야에서 빼어난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존경하는 이 시대의 특징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가 발전에 필요로 하는 전문가 양성을 위한 막대한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우리 동시단에서도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동시집 발간이 커다란 줄기가 되고 있다.
자연 사랑의 동시, 가족 사랑의 동시, 나무 사랑의 동시, 풀꽃 사랑 동시, 한글 사랑의 동시, 물고기 사랑의 동시, 사라져가는 우리 말 사랑의 동시, 스포츠 동시…
이런 동시들을 창작할 때 아이들의 시각으로 즐겁고 신나게 바라보면서도, 예술작품으로 얼마나 잘 형상화하느냐가 중요한 관점일 것이다.
김종상은 2000년도부터 펴낸 이러한 전문 동시집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동물동시집 《곰은 엉덩이가 너무 뚱뚱해》 2000년.문공사,
동물동시집 《中英雙語童詩》 2002년 臺灣 人類文化公司,
幼兒동물시 《동물원-우리집은 땅땅땅》 2011년 파란정원
幼兒어류시 《동물원-우리집은 물물물》 2012년파란정원,
幼兒조류시 《동물원-우리집은 하늘하늘》 2012년 파란정원,
동물동시집 《강아지 호랑이》 2014년 푸른사상,
어류동시집 《알락달락 나비고기》 2015년 리젬,
곤충동시집 《어디 어디 숨었니》 2015년 예림당
조류동시집 《새야 새야》 2016년 파란정원
어류동시집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 2017년 파란정원
이번 어류동시집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에 담긴 작품 몇 편을 감상해 보기로 하겠다.
북한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죽어서 연어가 되고 싶대요.
연어는 어려서 떠난 강을
다 크면 반드시 찾아가서
알을 낳고 눈을 감는데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니
미물인 연어만도 못하다며
할아버지는 죽어 혼백이라도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땅에 묻히고 싶다고 해요. <고향이 그리워서 - 연어>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하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떠오른다. 여우가 죽을 때는 머리를 제가 살던 굴 쪽으로 두고 죽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말이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지 70년이 다 된 오늘날까지도 고향에 못가고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연어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나 이산가족들의 삶을 생각하면 연어보다 못한 분단 현실이 안타깝다. 100쪽의 “태어난 곳을 찾아서” 라는 작품도 거북이를 통해 태어난 곳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품이다. 거북이는 태어난 곳을 찾아 알을 낳듯 태어난 곳을 우리들도 잊지 말아야겠다.
독도를 ‘가지도’라 했지
‘강치의 섬’이란 옛날 말이야
5만 마리의 강치의 왕국이었거든
우리나라를 총칼로 점령하고
왕비까지 죽인 일본 사람들이
독도 강치도 마구 잡아 버렸어
‘리앙쿠르’라 불리던 강치 대왕이
마지막 대항하다가 총살을 당한
1931년부터 독도 강치는 멸종 됐어. < 리왕크르 대왕도 죽고 - 독도 강치 >
아직도 일본 사람들이 자기네 땅이라 억지부리고 막말을 서슴치 않으며 교과서에 까지 자기네 땅으로 표기해놓은 독도! 독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된다. 신라시대 512년 이사부 장군이 울릉도, 독도를 개척해서 살았던 나라의 땅을, 많은 지도에서도 조선 땅으로 표기되어 있음에도 아직도 그런 나쁜 버릇을 보이고 있으니, 강치 왕국인 독도를 일본이 멸종시키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이것은 우리 국민을 다 죽인 것처럼 천벌을 받을 일인 것이다. 일본이 이 땅을 35년 동안이나 지배하면서 저지른 비인간적인 만행은 우리들을 분노에 떨게 하는데 강치까지 멸종시킨 것을 생각하면 더욱 독도를 자켜내야 하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더 굳세게 다짐하게 된다.
진돗개 백구는
나를 참 좋아해서
눈길만 주어도
껑충껑충 뛰어요
바닷가에 가서
물개들을 보았어요
물개들도 백구처럼
나를 좋아하나 봐요
헤엄치다가 나를 보고
껑충껑충 뛰었어요. <나를 보고 좋아서 - 물개 >
육지에 진돗개가 있다면 바다엔 물개가 있다. 사람과 가장 친하게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동물, 바다에서도 물개는 사람을 보면 좋아서 뛰는 모습을 잘 그려놓은 작품이다. 우리 어린이들도 바다에 가면 물개를 무서워하지 말고 애완견처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면 더 좋겠다. 물개 사랑은 곧 바다 사랑으로 발전하겠지.
4cm 멸치는 바다의 한 식구
4m 참치도 바다의 한 식구
조그만 멸치도 아가미로 숨쉬고
커다란 참치도 아가미로 숨쉬고
멸치도 지느러미로 헤엄치고
참치도 지느러미로 헤엄치지요
4cm 멸치도 한 마리라 하고
4m 참치도 한 마리라 하고
멸치도 잡혀서 어선을 타고
참치도 잡혀서 어선을 타고
조그만 멸치도 밥상에 오르고
커다란 참치도 밥상에 오르지요. < 다르지만 똑같지 - 멸치와 참지 >
참치와 멸치가 다르지만 똑같은 대우를 받듯 사람도 크고 뚱뚱한 사람이나 작고 마른 사람이 나 피부 색깔과 상관없이 똑같은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야 함을 깨우쳐주는 작품이다. 지위, 재산 정도, 사는 곳에 따라 다른 대접을 받는 것은 잘못된 일임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렇다. 민주주의 사회는 모든 사람들이 생김새와 하는 일이 달라도 똑같이 인간적인 대접을 받으며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야 함을 깨우쳐주고 있는 좋은 작품이다.
개펄에 꽂힌 대나무 토막
바다가 부는 피리예요
조용히 귀 기울여 보면
단소 소리, 퉁소 소리
고운 소리가 들리지요
그 소리에 맞추어서
파도는 철썩철썩
손뼉치며 달려오고
물새들도 끼룩끼룩
노래하며 모여들어요. < 바다가 부는 피리 소리 - 맛조개 >
바다에 사는 맛조개를 보고 대나무를 연상하고 이어서 피리 소리를 상상한 작품이다. 이런 상상력은 우리들의 단조롭고 똑같은 삶을 풍부하고 색다른 삶의 세계로 안내해 주고 있다. 맛조개를 통해 피리 소리 퉁소 소리를 연상하는 엉뚱한 상상은 우리들의 생활을 풍부하게 해주고 재미나게 해준다. 79쪽의 “날아다니는 톱 - 톱가오리”도 날카로운 이빨이 길게 붙은 모습을 보고 ‘날아다니는 톱’으로 비유한 것은 상상력이 재미있다. 이 시집 속의 많은 작품들은 물론 많은 발명품들도 이런 엉뚱한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옛날에 한 걸귀가 있었는데
먹고 또 먹고 세상을 다 먹고
마지막으로 제 몸까지 먹고는
입만 남아 떠돌게 되었대요
떠돌아다니던 걸귀의 입이
여기 서해안에 와 있네요
갯벌에 하아얀 이빨 두 개
이빨을 벌리고 속을 보니
제가 먹은 제 몸통도 있고
눈과 귀도 거기에 있어요. < 하얀 이빨 두 개 - 조개 >
두 개의 껍데기로 살고 있는 조개를 이빨만 두 개를 가진 걸귀로 비유한 재미있는 작품이다. 이빨을 벌리고 속을 보니 몸통도 눈과 귀도 있다니 놀랍고도 아주 재미있다. 아무 거나 다 잘 먹고 잘 사는 우리 사람은 이빨이 몇 개인가? 사람은 가리지 않고 아주 맛있게 잘 먹고 잘 살으라고 성인은 32 개의 이빨을 갖고 살고 있다. 하얀 조개껍데기 두 개로 살고 있는 조개를 굶주림의 귀신으로 비유한 것은 놀라움이다.
꽁꽁 얼린 명태는 동태
얼렸다 녹인 것은 황태
완전히 말린 것은 북어
잡은 도구에 따라 조태 망태
말린 모습에 따라 백태 먹태
갓 잡아 온 것은 생태
아주 어린 것은 노가리
코를 꿰 말린 것은 코다리
그 밖에도 이름이 많아요
강태, 흑태, 파태도 명태예요. <이름도 참 많지 - 명태 >
필자도 명태의 이름을 5-6개 정도는 알고 있지만 이렇게도 많은 줄은 처음 알았다. 67쪽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 불락 ” 에서도 한 가지 고기의 이름이 이렇게도 많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 사람도 어렸을 때 이름, 별명, 아호, 택호, 주민등록에 등재된 성인 이름 등 3-4개의 이름을 갖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특히 오늘날 연예인들은 여기 명태나 불락처럼 많은 예명을 따로 갖고 반짝거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명태와 불락은 바다의 연예인일까?
참돔이 아니라고 무시 마세요
엄연히 틸라피아라는
제 이름이 따로 있어요
먼 아프리카에서 왔지만
이젠 이 땅의 한 가족이에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들을 입안에 품고
목숨처럼 애지중지 키워요
이젠 여기가 우리 고향이에요
똑같이 귀하게 새끼를 키우는
다문화 가정의 한 가족이에요. <이민 온 다문화 가족 - 틸라피아 >
사람들만 다문화가족이 있는 줄 알았는데 물고기도 이민 온 다문화가족이 있다니 놀라 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아프리카 사람, 필리핀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 미국 사람,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사람 등 다문화가족이 많아졌다. 우리 문화의 매력에 빠져 우리 나라에 와서 살고 싶은 사람이 많아 더 자랑스러운 나라가 되었을까? 다문화가족이 잘 살 수 있도록 많은 배려와 관심이 있어야 할 때인 것 같다.
왜 힘들여 집을 짓나요
빈 집을 재활용하면 되지
소라게는 고둥이 버린 집을
수리해서 들어가 살아요
노숙자가 뭐예요
세상은 넓고 빈집도 많은데
소라게처럼 이동식 집을 끌고
세상을 여행하며 살고 싶어요. < 재활용 우리 집 - 소라게 >
뚜껑 있는 화물차를 개조해서 부엌, 침실을 만들어 세계 일주 여행에 나선 사람이 있다. 이 분들은 소라게에게 배웠을까? 세상엔 버린 집, 쓰러진 집도 많은데 우리나라엔 집값이 달마다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물차를 개조해서 식당차로 바꿔 장사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빈집, 버린 집이 늘어가다니, 우리들도 소라게처럼 이동식 집을 갖고 세계 일주 한 번 하면서 살아 봐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해파리는 모두
우산을 갖고 다녀요
바다만큼 큰
또 어디 있겠어요
커다란 물방울 속에서
우산을 쓰고 다녀요
비 오는 학굣길의
개구쟁이들처럼
끼리끼리 몰려다니며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해요. < 우산을 접었다 폈다 - 해파리 >
바다를 한 개의 물방울로 봤다. 그 물방울 속에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며 노는 해파리는 얼마나 재미있을까? 비 오는 날 우리들은 우산을 접지도 못하고 받고 다니면서도 비를 맞고 있다. 바닷물을 커다란 물방울로 비유한 것도 재밌고, 그 물방울 속에서 우산을 접었다 폈다 하는 해파리는 날마다 얼마나 신이 날까. 비유도 좀 엉뚱하고 상상력도 좀 엉뚱하지만 재미있는 동시로 나도 바닷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마무리하며 >
김종상은 이 동시집 작가의 말에서 “자연에서 배운다”고 하였다.
영국의 토목 기사 이점바드 부르넬이 TBM이라는 터널 굴착기를 발명한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배좀벌레조개의 생태를 배워서 훌륭한 기계를 발명했듯 우리들도 우리 주변의 동물이나 식물의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 나가야 할 것이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는 모습을 작품으로 읽게 해 주어 교육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여기엔 상상력을 키워주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이 좋은 동시 작품들을 읽는 동안엔 날마다 똑같고 좀 지루한 삶을 아름다운 상상을 통해 행복한 삶으로 바꾸어 줄 것이라 확신 한다. 이렇게 바닷속이야기를 창작하기 위해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며, 자료 수집을 위해 현장을 탐색했을 문학적 열정에 저절로 존경심을 갖게 한다.
김종상은 2000년대 들어서 10권의 전문 동시집을 내었다. 이것은 놀라운 학구열이요, 문학작품 창작열이 불타오르지 않으면 불가능할 일일 것이다.
이 좋은 전문 동시집 <동시에 담은 바닷속 이야기>를 어린이들이나, 학생들이 읽으면 아름다운 상상력을 터득할 것이고,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될 것이다. 또 어른들이나 노인들이 읽으면 바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첫댓글 이준섭 회장님!
저의 동시집 읽고 감상까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새, 곤충, 동물동시집 까지 빠짐없이 살펴보셨군요.
대만에서 출간된 저의 동물동시집《中英雙語童詩》는 우리나라에서는이름도 없는데
대만에서는 <雙語動物童詩》이란 이름으로 수정본도 나온 것을 보면 좀 팔린 것 같아요.
자연에서 배운다는 큰 진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
이준섭 회장님 김상 선배님 작품 총 정리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