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학지욕(谿壑之慾)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이라는 뜻으로, 물릴 줄 모르는 한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谿 : 시내 계(谷/10)
壑 : 골 학(土/14)
之 : 갈 지(丿/3)
慾 : 욕심 욕(心/11)
(유의어)
거어지탄(車魚之歎)
계학(溪壑)
기마욕솔노(騎馬欲率奴)
득롱망촉(得隴望蜀)
장협귀래호(長鋏歸來乎)
출전 : 국어(國語) 卷14
이 성어는 국어(國語) 卷14에 나오는 이야기로 춘추시기 진(晉)나라의 대부(大夫) 양설자(羊舌子) 집안 일화이다. 양설자의 부인은 숙희(叔姬)이며, 성(姓)은 양씨(楊氏)다.
아들 넷이 있는데, 장자는 양설적(羊舌赤)으로 자는 백화(伯華)이고, 동혁(銅革)의 대부(大夫)를 지냈다.
둘째 아들은 양설월(羊舌月)으로 자는 숙향(叔向)이고, 양씨현(楊氏縣)을 영지로 받았다.
셋째 아들은 양설부(羊舌鮒)로 자는 숙어(叔魚)이고, 넷째 아들은 양설호(羊舌虎)로 자는 숙웅(叔熊)이다.
이 사형제는 모두 조정의 요직을 맡았고, 당시에 양설사족(羊舌四族)이라 일컬어진다.
셋째 아들 숙어(叔魚; 양설부)가 태어 날 때 그의 어머니(叔姬)가 살펴보고 말했다. "이 아이는 호랑이 눈에 돼지 입(豕)과 매의 어깨와 소의 배를 닮았으니 깊은 골짜기는 메울망정 그 탐욕은 막을 수(饜)가 없겠으니 틀림없이 뇌물(賄) 때문에 죽을 것이다." 그리고 보살피지 않았다.
둘째 아들 숙향(叔向)의 아들 양식아(楊食我; 伯石)가 태어나자 숙향의 어머니가 듣고 보러 갔다가 대청(堂)에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돌아 오면서 말했다. "그 울음소리가 승냥이와 이리의 소리(豺狼之聲; 사납고 탐욕이 많은 무리를 가리킴)이구나. 양설씨(羊舌氏)의 집안을 멸족 시킬 자는 반드시 이 자식일 거야?"
叔魚生, 其母視之, 曰; 是虎目而豕喙(훼), 鳶肩而牛腹, 谿壑可盈, 是不可饜也, 必以賄死. 遂不視. 楊食我生, 叔向之母聞之, 往, 及堂, 聞其號也, 乃還, 曰; 其聲, 豺狼之聲, 終滅羊舌氏之宗者, 必是子也.
(國語/卷14)
불행이도 숙희(叔姬)의 말은 그대로 나타났다. 그후 숙어(叔魚)는 재판관을 맡아 송사를 하는 사람에게서 뇌물을 받았다가 송사의 상대가 죽였으며, 양식아(楊食我)는 기영(祁盈)과 같이 난동(스와핑; 混淫)을 부려 양설씨(羊舌氏)가 멸족을 당했다.
⏹ 과욕(過慾)
(過: 지날 과. 慾: 욕심 욕)
욕심이 지나치다는 뜻으로,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거나 정도에 지나치게 벗어나는 방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과욕(過慾)은 '지나친 욕심'이란 의미다. 단어 자체에 비난이 담겨 있다. 우선 過가 부정적이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안 좋다는 건 상식이다.
공자(孔子)도 지나침을 경계했다. 제자 자공(子貢)이 묻는다.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가운데 누가 더 어집(賢)니까?"
孔子가 답한다. "子張은 지나치고 子夏는 못 미친다."
子貢이 또 묻는다. "그럼 子張이 낫다는 말씀인가요?"
孔子가 맺는다. "지나친 것은 못 미침과 같다(過猶不及)."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어원이다.
慾도 부정적이다. 慾과 欲(욕)은 혼용되지만 慾은 '옳지 않은 욕심'이란 뜻이 짙은 반면, 欲에는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의욕'이라는 뜻이 깔려 있다.
慾은 대개 재물이 대상이다. 그래서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一萬)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고 가르친다. "재물은 스스로 날개를 내어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날아간다"고도 경고한다.
어느 정도의 욕심이 지나친 것인지를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중국의 현자(賢者)들은 過慾 대신 욕속(欲速)이란 표현을 썼다. 욕심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욕심을 이루는 속도에 주목한 것이다.
논어(論語) 자로(子路) 편은 자하(子夏)가 공자(孔子)에게 정치의 요체를 묻는 장면을 소개한다. 공자는 "욕심 내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하지 말라. 욕심이 급하면 일을 이룰 수 없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而不達)"고 대답한다. 여기서 욕속부달(欲速不達)이란 성어가 생겼다.
중국의 중등 과정 국어 교과서에도 欲速의 일화를 소개한다. 황혼 무렵 묶은 책 더미를 짊어진 선비가 뱃사공에게 "지금 가면 성문을 통과할 수 있나?"고 묻는다.
책 더미를 본 뱃사공은 "빨리 가면 닫혀 있고, 느긋하게 가면 열려 있을 것"이란 묘한 답을 한다.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해 기분이 상한 선비는 서둘러 발을 옮기는데 그만 끈이 끊어져 책들이 땅에 떨어졌다. 책을 수습하고 서둘러 도성 입구에 도착했지만 성문은 닫혀 있었다. 欲速하니 不達한 것이다.
요즘 우리에겐 시급한 일 투성이다. 코로나도 빨리 잡아야 하고, 남북관계도 얼른 터야 하며, 무엇보다 실업 등 경제 현안도 속히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欲速은 금물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사태처럼 사회적 소음(騷音)만 생산할 뿐이다.
▶️ 谿(시내 계, 다툴 혜)는 형성문자로 嵠(계), 渓(계), 磎(계), 溪(계)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골 곡(谷; 골짜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奚(해, 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谿(계, 혜)는 ①시내 ②시냇물 ③산골짜기 ④텅 비다 ⑤헛되다, 그리고 ⓐ다투다(혜) ⓑ송장메뚜기(혜)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산골에 길을 계로(谿路), 두 산 사이에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계곡(谿谷),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계류(谿流), 산골에 흐르는 물을 간계(澗谿),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이라는 뜻으로 물릴 줄 모르는 한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계학지욕(谿壑之慾) 등에 쓰인다.
▶️ 壑(골 학)은 회의문자로 谷(곡)과 土(토)와 (학; 파다)의 합자(合字)이다. 그래서 壑(학)은 ①골, 산골짜기 ②도랑(매우 좁고 작은 개울), 개천(개골창; 물이 흘러 나가도록 길게 판 내) ③구렁(움쑥하게 팬 땅) ④해자(垓子) ⑤석굴(石窟), 암굴(巖窟)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아주 큰 욕심을 학욕(壑欲), 산골짜기를 산학(山壑), 깊은 골짜기를 담학(潭壑),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간학(澗壑), 바위와 골짜기를 암학(巖壑), 첩첩이 겹쳐진 깊고 큰 골짜기를 만학(萬壑), 깎아 세운 듯한 골짜기를 절학(絶壑), 땅이 움쑥하게 팬 곳을 구학(溝壑), 언덕과 구렁을 구학(丘壑), 바다를 달리 이르는 말을 대학(大壑), 깊고 큰 골짜기를 동학(洞壑), 숲의 깊숙하고 으슥한 곳을 임학(林壑), 바다와 구렁텅이로 곧 넓고 깊음을 뜻하는 말을 해학(海壑), 물이 흐르는 산골짜기 큰 계곡이라는 뜻으로 끝이 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계학(溪壑), 많은 골짜기와 산봉우리를 이르는 말을 만학천봉(萬壑千峰),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이라는 뜻으로 물릴 줄 모르는 한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계학지욕(谿壑之慾), 많은 바위와 골짜기라는 뜻으로 깊은 산을 이르는 말을 천암만학(千巖萬壑), 때로는 언덕에 오르고 때로는 골짜기에서 낚시질을 한다는 뜻으로 은자隱者의 삶을 이르는 말을 일구일학(一邱一壑)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 즉,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지남지북(之南之北) 등에 쓰인다.
▶️ 慾(욕심 욕)은 ❶회의문자로 欲(욕)과 통자(通字)이다. 갖고 싶다, 하려고 하다의 뜻을 갖는 欲(욕)에다 心(심; 마음)을 더한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慾자는 ‘욕심’이나 ‘욕정’, ‘탐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慾자는 欲(하고자 할 욕)자에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欲자는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 마시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欲자가 ‘욕심’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欲자가 ‘~하고자 하다’나 ‘바라다’와 같은 ‘욕망’을 뜻하게 되면서 여기에 心(마음 심)자를 더한 慾자가 ‘욕심’이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쓰임에서는 慾자와 欲자를 잘 구분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慾자는 ‘욕심’을 欲자는 ‘바라다’라는 뜻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慾(욕)은 ①욕심(欲心), 욕정(欲情) ②탐(貪)내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사물을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을 탐욕(貪慾),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욕심을 식욕(食慾), 지나친 욕망을 과욕(過慾), 야심을 품은 욕심을 야욕(野慾), 돈이나 물건에 대한 욕심을 물욕(物慾), 남녀 간의 성욕을 색욕(色慾), 남녀 양성 사이에서의 육체적 욕망을 성욕(性慾), 이성의 육체에 대한 욕망을 정욕(情慾), 재물을 탐내는 욕심을 재욕(財慾), 욕심이 적음을 과욕(寡慾), 욕심이 없음을 무욕(無慾), 명예를 얻으려는 욕망을 명욕(名慾), 헛된 욕심을 허욕(虛慾), 음탕한 욕심으로 남녀 간의 정욕을 음욕(淫慾), 자기 한 개인의 이익만을 꾀하려는 욕심을 사욕(私慾), 욕심이 적음 또는 그 욕심을 소욕(少慾), 욕망이나 감정 특히 육체적이나 세속적인 욕망을 억제함을 금욕(禁慾), 늙어 가면서 생기는 욕심을 노욕(老慾), 욕심이 아주 많음을 다욕(多慾), 자기 혼자만의 욕심을 아욕(我慾), 시냇물이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이라는 뜻으로 물릴 줄 모르는 한없는 욕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계학지욕(谿壑之慾), 사사로운 이익과 욕심이라는 말을 사리사욕(私利私慾), 욕심이 많고 무자비하다는 말을 대욕비도(大慾非道), 만족할 줄 모르는 끝없는 욕심을 이르는 말을 무염지욕(無厭之慾), 욕심이 없이 마음이 깨끗하고 담담하다는 말을 무욕염담(無慾恬淡),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욕심을 이르는 말을 비기지욕(肥己之慾),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적게 함을 이르는 말을 청심과욕(淸心寡慾)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