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 용궁사...
내게 많은 한을 심어준 사찰...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에 있는 줄도 몰랐던 곳...(범어사나 알았지 ^^;)
모년 모월 모일 모시에 동생들이 나만 빼고, 즈그들끼리 놀러가가꼬 묵주도 즈그들꺼만 사오고 내껀 안사와서리 날 삐지게 만들었던...
그 곳, 해동 용궁사...
초여름이었던가...대충의 위치만 다비따시옹에게 전화로 물어 찾아가겠노라고 나섰다가 이상한 산길을 헤매다 허탈하게 돌아와버린...
그 곳, 해동 용궁사...
이번엔 찾아가리라...마음 먹고, 주도면밀하게 인터넷을 뒤져 교통편과 정확한 위치를 파악했다.
물론, 날씨 좋고...
아~~~~~~앗 !!!
해운대 아파트 단지를 돌아나갈 즈음...발견한...
해~~~바~~~라~~~기~~~ (혜영이 말고...^^;)
저 놈을 역광에서 한 컷 찍어보는 것이 원이었건만, 도심에서 좀처럼 볼 수 없어 꿈처럼 속에서 여물기만 하던 것을...
여기서 보다니...움하하하하하 !!!
조만간 너를 다시 찾아 여기로 오리라...^^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시간 경과하는 소리)...
아뿔사, 송정 해수욕장 입구에서 내려 181번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것을...
잠든새 버스는 해운대, 송정을 지나버렸다.
쉬~~~파 !!!
세 정거장 정도를 되걸어왔지, 걸어오는 길에 폭 1m 정도의 흙탕을 만났는데, 피해갈 길이 없는거라...양옆은 차도와 철책이고...
이 정도 쯤이야...^^
쫄딱 !...철퍼덕 !
뛰는 순간, 오른발이 미끌리믄서 왼발이 급내 도하하지 못하고 흙탕에 내리 꽂히믄서 운동화와 바지에 흙탕이 튀었다.
그것도 하~~~이얀 운동화와 면바지에...오늘 새로 입고 신은건데...
얼마나 씨게 철퍽였으믄 허벅지까지 흙탕이 튀었네 그랴...
아~~~무말 없이 휴지를 꺼내 흙탕을 닦아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씨발..."
한마디만 남기고...
조짐이 안좋다...혹시, 오늘도...안돼~~~!!!
송정 해수욕장 입구에 도착...30분에 한대씩 오는 181번 버스를 기다리느니, 걸어서 들어가자...
이정표를 보니 3Km ... 이정표는 구라를 잘치니까 ... 4Km 정도로 보고...(200m 트랙의 학교 운동장을 20바퀴 돌아야하는 거리...)
용궁사 들어가는 길이 보기 좋으니 걸어서 들어가도 좋겠다.
도심에서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송정에서 대변가는 길목이다.
때마침 저녁 사광이 상추밭에 누워 쉬고 있었다.
밭이랑에 그림자 걸치고 누운 저녁 광선을 받은 상추밭을 찍고, 그 옆 밭일하는 아지매도 한컷 때리고...(카메라로 가서 때린 것이 아니다 -.-;)
바람의 화석인양 잎결 모아 한켠으로 비스듬히 고개 돌린 마른대궁들도 찍고...
두텁게 초록의 손바닥을 펼친 옥수수밭도 찍고...
아...조금 더 걷다보니 코스모스들이 길가를 점하고 그 야릇한 매력을 놓아 여름인양 가을인양 정신을 혼몽하게 만든다.
코스모스 꽃이 여름에 핀다는 취객의 말을 들었더니, 과연 그렇구나.
하늘을 보니, 아직 용궁사에 당도해도 해저물 때는 아니겠다.
바삐, 걸음을 보챘다.
해동 용궁사 입구 표지를 세 번 거쳐 용궁사에 당도했다.
드디어...일단 뿌듯한 마음에 여유로운 기분에 아이스케키 하나 입에 물고, 입구를 향해 갔는데...
어머나...!!!
철문이 굳게 닫혀있고, "외부인 출입금지" 라고 써 있지 않은가...
오후 7시 조금 지난 시간인데, 벌써 출입을 통제하나 ?
아~~~~~~~~~~~~~~~~~~~~~악 !!!
여기까지 왔는데, 용궁사를 목전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한단 말인가...
굵은 송림 사이로 보니, 해는 어느덧 산어깨에 걸터 앉아 내 애간장을 태운다.
쉬~~~프아...!!!
할 수 엄찌...머 !
되돌아 나오는 길에...아쉬움에 주차장 화장실에 흔적이나 남기고 가자 싶어 들어갔다 나와서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주차장 관리 아저씨한테 물었다.
"용궁사 들어가는 입구가 여기 한 군데 뿐입니꺼 ?"
"예, 딴데는 엄쓰예..."
"원래 일찍 문닫아예 ?"
"아인데..."
"문 잠깄던데요..."
"아~~~ 철문...그거 말고, 그 옆에 탑 뒤에 보믄 내리가는 계단이 있지르..."
"고맙심더...^^"
후다닥...파다닥 파다닥...(뛰어가는 소리 ^^;)
오~~~옷 !!!
있다. 철문 옆 탑 뒤에 내려가는 계단이...
해.동.용.궁.사 !!!
어찌 깎아지른 바위 위에 절터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멋진 생각 아닌가...산 중의 절도 그 맛이 따로 있으려니와 이 또한 독특한 맛이 있다.
한 눈에 넓은 바다가 보이는 이 곳에서 도를 쌓는다면 굳이 불경을 읽지 않아도 저 넓은 자연에게서 무량한 도를 배울 수 있지 않겠나...
관음상이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섰다.
내 눈길을 따라 하늘과 바다가 접한 저 곳을 보라...
엄청난 화두처럼 파도가 밀려오고, 고적한 갯바위 무게만큼의 고해가 또 부딪혀 오는 것을...
깨지고 부숴지고 다시 평온한 수면같은 면을 유지하고...얼마나 이런 윤회의 갈림갈림을 켜로 쌓아야 적당한 중용의 자리를 한 켠이라도 마련해본단 말인가...
용궁사의 중생들은 일출 관망을 위해 이 곳을 찾기도 하는데...
새벽녘을 다듬는 타종과 잘게 뿌려질 목탁음...그 위에 발리는 일출의 기묘한 빛을 그들은 무엇으로 마음에 담아갈 것인가...
소나무와 함께 선 저 석탑 끝에 달린 나지막한 염불의 자락들은 포말처럼 허무히 지지는 않을 것이다.
거듭 세상을 닦아내는 해의 오르내림같이 눈 어두운 자들의 시야를 탁" 틔워줄 지표 하나 우뚝 서 있는 것 아니겠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바다가 창처럼 열린 절내 찻집에서 전통차라도 한 잔 적시우며 때묻은 마음에 쇠내음 지워낼 짬이라도 가졌으련만...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통에 그 고결한 쉼마저 발길에 채여버렸다.
어리석음이여...!!!
너는 이다지 바쁜 걸음으로 몇 장의 사진을 남겨 무엇하려는가...
차라리, 저 찻집에 앉아 바다와 못다한 심언을 나누는 것이 네 생에 빛나는 추억이 될 것을...
어쩌면, 답답하고 쓸데없이 긴박한 삶이 이토록 신기하게 여기 해동 용궁사에서 거울처럼 비춰지는고...
두 대의 카메라를 짊어지고 용궁사를 걸어나오는 길은 어둑어둑한 어둠이 내려앉을 시간이었다.
시간적 어둠보다 더 무거운 깔림...
뒤늦은 어리석음의 발견을 놀란 듯이 바라보고 말았다.
해를 쉬게하고, 시공을 이을 달이 석탑 옆에 차분히 면벽좌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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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해동 용궁사 가는 길...
해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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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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