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엘미스. 너 그렇게 해 가지고 시험에 합격하겠어? 어서 워킹 연습이나 더 해."
"네..."
나, 엘미스 브랜드는 모델 지망생이지만, 매일 'MTC 엔터테인먼트' 선생님께 지적을 받는다. 난 미국의 최고 모델이 되고 싶은 꿈을 한아름 안고 있으나ㅡ 166cm라는 작은 키에다가 통통한 몸매, 게다가 별로 예쁘지도 않은 얼굴...게다가 평범한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
"자, 워킹 연습 다시하자. 모두 다이아나 좀 본받아!"
젠장, 아이들의 불평이 몰려온다. 다이아나는 우리 중에서 제일 유일하게 모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춘 아이이기 때문에 동료 학생들의 시기를 제일 많이 받는 편.
나는 다시 폼을 잡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걸었다.
시선은 앞을 보고. 웃지도 말고 화내지도 말고 울지도 말것. 무표정으로 무조건 앞을 응시하며 걷기. 양손은 허리에 걸쳐도 상관없고, ㅡ어쨌든 잡생각은 그만두고!!
고등학교 3학년인 나는 장래를 오로지 모델계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지금 나랑 함께 배우는 아이들도 모두 고등학교 3학년이지만 장래를 모델계에 의지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다이아나는 우리보다 8개월이나 늦게 모델학원에 들어왔는데도 왠만한 선배들보다 더 잘한다. 부럽다, 부러워!
"그렇게 걷는 게 아니지."
누구냐! ㅡ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검은빛 머리를 어깨까지 우아하게 늘어뜨린 다이아나가 있었다. 하, 다이아나 너는 당신 할 거나 하셔. 왜 남의 것을 신경쓰냐?
"이렇게 걷는 거야. 다리를 모아야지. 1자로. 넌 8자 걸음으로 걷잖아."
그래, 나 O형 다리다.
나는 속으로 다이아나에게 욕을 날리며 화가 나서 쿵쿵 걸었다. 그 '쿵쿵' 소리는 학원 강당 안에 아주 크게 울러퍼졌다.
"야! 브랜드 양!"
"네, 네에?!"
나는 깜짝 놀라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ㅡ때문에 내가 애써 집에서 다려온 치마가 왕창 흐트러졌다.
"그렇게 쿵쿵 걸으면 너 모델 시험에서 단 1점도 못 받을거야. 살살 걸어야지."
"..."
난 대꾸할 겨를도 없이 선생님께 지적을 받았다. ㅡ분명히 다이아나는 고소하다는 표정일 거야.
하지만 다이아나의 표정은 정반대. 오올. 다이아나 쟤 인심 좋은 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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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모델 시험날. 현재 시각 6시 2분.
100명 중에서 12명을 뽑는다. 하지만 그 12명을 뽑고 나서 몇년 쯤 있다가 한 명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그 11명의 모델들은 모두 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명품 옷들을 걸치고 패션쇼에 참가할 수도 있고, 연예인이 되어 CF나 잡지에 나올 수도 있고, 레이싱걸이 되어 컴퓨터 안이나 카메라 안에 싸돌아다닐 수도 있단 말이다.
그리고 6시 10분이 되었다.
"제 9회 MTC 엔터테인먼트의 모델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워킹부터 심사하겠습니다. ㅡ먼저 심사위원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명모델 브리스 존슨, 아클로브 스미스, 이렐드 하스만, 그리고 사진작가 브라운 코웰 씨와 젠 모르다 씨가 먼 길을 달려오셨습니다. MTC 엔터테인먼트에서 1년간 교육을 받으신 학생 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1번 후보 나오십시오."
삐이ㅡ하고 시험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그리고 1번 후보인 루제스 말레다이슨이 땀이 줄줄 흐르는 손을 옷에 직직 닦으며 조금만 건드려도 토할 듯한 표정으로 시험장에 나갔다.
나는 일단 코디 언니의 지시에 따라 엄청 고가인 명품 옷을 입었다. 내 몸은 나체에서 금사슬을 둘러놓은 차림이었다. 가슴이랑 밑은 다 가렸지만, 다른 곳은 거의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금빛 팔찌나 목걸이를 한 40개 정도나 입으니까 무슨 하늘을 다스리는 여신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ㅡ나 아직 워킹 다 못 외웠는데!
게다가 난 참가번호 5번이란 말이다아ㅡ!
"참가번호 5번. 나와주십시오."
......(대략 할말없음)
나는 흐물거리며 워킹장 앞으로 나갔다. 배경음악 'Let`s get loud'가 울러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은빛과 금빛의 화려한 조명. 그 순간 다이아나의 설명이 내 뇌에 확확 들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살며시 감고 다시 떴다. 그리고 워킹.
악세서리들이 심하게 흔들리긴 했지만 나는 꿋꿋하게 걸었다. 가슴이 쿵덕거렸다.
"하아."
앗! 말하면 안 되는데. 난 다시 표정관리를 하고 걸었다.
그리고 스윙(?). 너무 많이 포즈를 잡거나 하면 탈락이다.
나는 워킹을 끝내고 문으로 돌아갔다. 하아ㅡ아마 다이아나의 충고가 없었더라면 난 ㅡ오늘 엄청난 망신을 당했을 것이다.
* * * * * * * * * * * * * * *
나는 분장이나 의상을 사복으로 갈아입고 대기실을 나섰다. 내 친구인 케이티, 레사도 잘 하고 있을까? ㅡ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 합격한 12명 중에 1년쯤 뒤에 1명을 떨어뜨리고 11명이 진짜 모델이 된다지요? 그 11명의 모델중에 제일 잘한 1명은 제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40번도 넘게 패션쇼에 참가할 수 있다는데. 잡지나 TV에도 나오고."
누가 말하고 있는 거지?? 말한 사람을 알아봤더니ㅡ
..잘생겼다. 만약 내가 11명 중에 제일 잘한 1명의 모델로 찍혀 저 사람의 옷을 입어본다면. ㅡ..소원이 없겠다.
그 사람은 내 첫사랑이 되었고, 나는 의자에 앉아 친구 크리스티나와 함께 기도했다.
'제발 모델 시험에서 뽑히게 해 달라고'
솔직히 저 사람 하나 때문에 뽑히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뭔지 어처구니없는 것 같지만, 이런 느낌은 한번도 느낀 적이 없다. 이제껏 살면서.
하지만, 저 사람은 나보다 연상이지도, 연하로도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엔 그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남자' 로 보일 뿐.
ㅡ그러나 겉만 보고 사람은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일단 저 사람은 두고 봐야지.
첫댓글 재밌어요!!! 열심히 쓰세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