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교실의 수업을 마친 토요일 , 아포가토를 같이 나누기 위해 가을 가로수길을 느슨하게
거닐었다. 어딜 걸어도 가을 복판이다. 벌써 까실해진 담쟁이덩굴을 보며 골목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싸아하다
"뭐지?"
나는 실감 나지 않아 손을 넣어보았다. 생호박이다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박쥐가 날고 해골이 진열되어 있다. 골목의 벽면은 마치 인테리어를 한 듯 가을 분위기와
찰떡궁합 배경이다. 평소 저 창밖 테라스에는 마치 해변에서 캠프를 하듯 천막을 치고
불을 지핀채 둘 셋이서 차를 마시기도 한다.
난 이 사진이 이태원의 핼러윈 행사 압사사건을 암시한 것 같아 놀라는 중이다
곳곳에서 박쥐가 날고 사자의 가면이 판을 친다.
귀곡산장의 인테리어를 한 듯 오래 사용하지 않아 거미줄이 쳐진 듯 으스스하다
이곳에는 캠핑 마니아들이 간헐적으로 모여들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캠핑도구를 경매에 붙이기도 한다.
캠핑하기 좋은 의상 또한 곳곳에 마련되어 수시로 입어보고 사기도 한다
집콕 생활을 청산하며 젊은 세대들이 자연으로 나가는 추세이긴 하니
청담 공원을 옆에 끼고 있는 이곳에서는 분위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접근성 좋은 놀이장소이기도 하다.
어떤 놀이든 지하로 숨어들지 않고 오픈 공간에서 누린다는 건 긍정적이다
샌드위치와 쿠키, 음료수가 마련되어 손님을 부르고 있다.
의자 또한 캠핑의자로 체감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깔려있다.
저곳에서 즐기고 나누고 경매를 한다.
의상은 분위기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도구로 현장에서 구매하여 갈아입도록 돕고 있다.
영화와 뉴스를 통해서 접한 핼러윈 축제 문화를 기억에서 꺼내 이곳의 물건과 분위기에
합류하여 사진을 찍으며 나홀로 축제를 마친 셈이다
골목길 투어를 마치고 나오자 청소년 회관에서도 어린이 핼러윈 데이 준비를 하고 있다.
나를 자극한 것은 저 붉은 글씨ㅡ 추락위험 ㅡ이었다
설마 행사하다가 이태원에서 인명 피해가 날 줄이야.
나는 그저 우리 문화의 추락을 생각하며 이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의 유쾌한 놀이가 준비되어 있다.
나도 포토존에서 사진 한 장 촬영 서비스받았다
새로운 행사용 사진기이다. 자신의 포즈를 보면서 사진 찍기에 임할 수 있다.
65년 전에 내과병원에서 처음으로 걸스카웃 행사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
여성 운동하시는 분이 우리 반 친구의 엄마라서 우리는 팔자에 없는 미제를 걸치고
미국 문화에 접목되었다.
좋은 물건 다채로운 행사만 우리에게 들어온 게 아니라 봉사와 평화, 사랑과 행복,
레크리에이션과 케이크, 선물이라는 문화 등, 집에서 들먹이지 않는 단어들이 속속 내게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항상 어디서나 응급조치를 하도록 간단한 구조 도구를 주머니에 담아가지고 다닌다는 것에
놀라고, 준비된 삶의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알았다.
맥가이버 칼도 예사롭게 보지 않았고 기다린 줄이나 핀도 항상 내게는 준비되어 있었다.
외래문화라고 반드시 배척할 것은 아니다. 국제도시가 된 서울과 외국인이 많은 이태원, 인터넷으로 세계가
하나로 흐르는 강물 같은 문화권에 놓여 있다.
저 바구니에 준비해 주는 어머니의 정성과 아이들이 담아가야 할 정신까지 가득하기를 기원하였는데
하루가 지나자 이태원의 슬픈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재미없는 세월 지나 재미나게 지내보려다 목숨 바친 영혼들에게 지탄의 목소리는 낮추었으면 좋겠다.
사고는 사고일 뿐, 그들이 원해서 된 것 아니므로 조건 없이 비판 없이 영혼을 위해 갈 길 빌어주기만 바란다.
떨어진 꽃잎, 사람들에게 진정한 애도를 표하며 글을 맺는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