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사카 유키씨, 사리미에 어서오세요."
유키는 갑작스런 분위기 전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고 어리둥절 해 있었다. 치히로는 그런 유키를 힐끗 한 번 쳐다본 후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꺄르르르르륵~"
갑자기 유우야의 웃음 소리로 치히로의 말이 멈춰졌다. 치히로는 유우야를 쳐다봤다. 유우야는 물의 정령으로 짐작되는
투명한 생명체와 꽃밭에서 놀고 있었다. 치히로는 그런 유우야를 보고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우선 손님에게 가게를 소개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에 분을 삭이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당신의..."
"꺄르르르르륵~ 켁켁...켁"
유우야는 너무 웃던 나머지 그만 사례가 걸려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보곤 드디어 치히로가 폭발 해 버렸다.
"유우야아아아! 시끄러워어어엇!!!"
치히로는 유우야에게 약간의 초록색이 섞인(하지만 정말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칼날 모양의 바람을 날려
보냈고 유우야는 물로 방패 모양을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치히로의 바람 칼날이 물 방패의 귀퉁이와 유우야의 약간의 머리카락, 그리고 꽃들을 베어갔다. 그 때 치히로와 유우야는 '헉'하는 표정이였다.
그 때 였다. 갑자기 서서히 한기가 밀려와 연못이 얼어 붙어버리고 유키는 심한 오한으로 잠이 밀려왔다. 유키가 뒤를
돌아보니 류우코가 자신의 뒤에 검은 오라를 만들어 내며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류우코의 눈은 꼭 설원의 야차의 그것이였다.
"내가 소.개.하랬지. 언제 꽃들을 망가뜨리라고 했니♡"
유키는 도대체 어떤 인간이길래 살기만으로 연못을 얼어붙게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유키씨, 제 멍청한 동생들 때문에 아직 소개를 못했죠? 저희들은 마녀자매들이랍니다♡ 그래서 연못도 얼어붙게 할 수 있고요. 아, 하지만 고의는 아니예요. 아이들이 하도 재롱을 부리길래 사랑스럽게 쳐다 본 것 뿐인데 그만♡"
류우코가 싱긋 웃으며 유키에게 말했다. 유키는 자신의 마음을 읽힌 것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사랑스럽게 쳐다봐서 연못이 얼었다는 대목에서 훨씬 놀라고 말았다.
"아아, 마녀라고 해서 놀라셨군요? 보통 마녀라고 하면 서방의 매부리코의 사마귀가 나있는 쭈그렁 할머니가 개구리를
씹어 먹으며 빗자루를 타는 것을 상상하지만 원래 마녀는 그런 종족이 아니예요. 고대에 너무 발달해서 없어진 마법이라
는 학문이 있었죠. 그 학문으로 자연의 힘을 자신의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을 남자는 마법
사, 여자는 마녀라고 부르죠. 예전엔 인간이었지만 마법사, 마녀들의 그 수명과 생명력은 인간과는 차원을 달리한답니
다. 저희는 그 멸망한 마법을 복원시켜 마녀가 된 고대인들의 후예라고나 할까요♡"
유키는 믿을 수 없었지만 갑자기 떡하니 세워진 집하며 소녀들의 능력을 봐서 아마 저 이야기가 사실이리라 믿었다.
"그래서 그렇게 얻은 마력으로 무얼 하시는데요?"
유키가 물었다.
" 아이씨, 당신이 불러서 왔잖아. 그렇게 시끄럽게 불러대놓고선, 모르는 척 하기야?"
유우야가 반문했다. 하지만 유키는 아직도 의아한 표정이였다. 그 때 치히로가 다시 유우야를 때렸다.
"이 바보야. 이 사람은 모르잖아! 어디다 대고 소리질러!"
"이익! 끼어들지마! 언니라고 봐줬더니!"
"뭐시라!"
다시 둘이서 치고 박고 싸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앞으로 상관하지 말라는 듯 류우코가 나오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희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드리죠. 아주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하는 분에게만 찾아온답니다. 이번엔 당신이 가장 간절히 저희를 원했고 그래서 우린 당신을 따라 이 곳으로 온거랍니다. 물론 소원을 들어드리는 게 공짜는 아니지만♡"
류우코 뒤에는 어느새 옷과 머리가 엉망이 된 치히로와 유우야가 서 있었다. 차렷자세로 둘이 노려보기만 하는 걸 보니 류우코가 어떤 술수를 쓴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정말 소원을 들어줄 수 있긴 한가요?"
"저희를 뭘로 보시고. 저는 천년도 넘게 산 마녀인데요♡"
유키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느꼈는지 류우코의 머리에 잠시 빠직 마크가 생겼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음... 제 소원은, 돈 많이 버는 거?"
유키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류우코의 눈매가 가늘어 지더니 유키의 눈을 주시했다.
"정말 그게 진심인가요? 당신의 마음 속에 말들과는 다른 것 같은데..."
류우코에게는 아까의 장난기와 하트마크는 온데간데 사라지고 진지함만이 묻어나고 있었다.
"으음... 그거 말곤 생각나는 소원은 없는데요."
"당신이 아까 울고 있던 이유, 그게 제가 당신의 마음에서 들었던 소원 아닐까요?"
"그건.... 그건... 소원이 아니예요. 단지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지 그건 소원이 아닌데..."
유키가 머뭇거렸다.
"그 안했으면 좋겠다는 게 무엇인데요?"
류우코는 집요했다.
"그... 그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번에 정혼자와 결혼하게 되어서... 그냥 마음속으로 저와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건데..."
유키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류우코는 유키의 소원을 듣고는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을 뿐이다.
"그게 진짜 당신의 소원인가?"
어느새 류우코의 말투까지 찬바람이 쌩쌩부는 투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그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는가?"
"네... 그게 제 진심이예요. 훌쩍."
유키는 류우코의 말투에 약간 겁을 먹은 듯 했다. 그러자 치히로가 유키에게 말했다.
"아, 저희 언니는 남자를 극도로 싫어해요. 뭐, 그래도 친한 남자 두명 정돈 있지만... 아, 저희는 언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의뢰인이 아니면 남자를 거의 만나지 않거든요. 지금 남자 이야기가 나와서 언니가 약간 화나 있는것 뿐이예요. 너무 겁먹지 마세요."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치히로."
류우코가 치히로를 째려보며 이야기 했다. 그리곤 다시 유키에게 얼굴을 돌려 하던 이야기를 마저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소원을 들어준 후 그 소원으로 인해 오는 불행에 대해선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 알겠어?"
"하지만 3일 이내에 환불 신청을 한다면 가능해요."
다시 치히로가 방정맞게 끼어들었다.
"그래도... 그 소원을 이루고 싶나?"
류우코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네... 저기 그런 것 같아요..."
유키가 땅을 쳐다보며 자신없이 이야기 했다.
"그래서... 그 댓가는 뭔데요? 제가 뭘 지불해야 하는 거죠?"
"니 수명이다. 과연 그 남자가 당신의 생명까지 바칠 정도로 좋은 남자일까?"
류우코가 잔인하게 말했다. 유키는 움찔했다.
"음...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일이란 건 쉽지 않아. 요번엔 비싸게 먹힐 것 같은데. 한 오년쯤? 어때, 그래도 하겠어?"
"그렇게나 많이... 그래도... 그래도... 하겠어요. 그 사람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우리는 후불제야. 수명은 삼일 후에 받아가지."
"그럼, 삼일 후까지 여기에 있는 건가요?"
"그렇지."
"이 길바닥에 있으면, 사람들이 통행에 어려움을 겪을텐데..."
"그건 니 알바 아냐. 넌 가서 잘 살기만 하면 되. 그리고 우리도 다른 사람 눈에 띄이지 않을 곳으로 이동할 거고."
말을 마친 류우코가 동생들에게 이야기 했다.
"요번 건은 너희에겐 약간 힘든거니까 내가 할게. 니네들은 앉아 있어."
류우코가 갑자기 눈을 감았다. 그러곤 손을 가슴쪽으로 세모난 모양으로 모았다. 그러자 류우코의 몸이 허공으로 1척 정
도 뜨기 시작했다. 유키는 이것이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세모낳게 모은 손의 가운데에선 찬란한 황
금빛의 수정구슬 같은 것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류우코에게서 바람이 생성되는 것 처럼 그녀를 거점으로 엄
청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유키는 서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그 때 치히로와 유우야가 와서 유키를 잡아주었다. 류우코
의 손에 있던 황금빛의 수정구슬이 점점 커진다 싶더니 그것이 팡하고 터져버려 밤이던 유키의 마을을 새하얗게 덮어버
렸다. 바로 앞의 있는 물건도 구별되지 않을 만큼 밝은 빛이였다.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태풍같던 바람도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었다. 모두가 제자리, 그 모습 그대로 였다.
"지금... 소원이 이루어진 건가요?"
"그래. 이제 시끄럽게 그만 하고 나가봐."
류우코가 축객령을 내렸다. 유키가 사리미에서 나가려던 그 때 유우야가 유키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아줌마 명심해. 니 소원을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단 삼일 뿐인거야."
유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달빛이 찬란하고도 처량하게 유키의 길을 비춰주었다.
첫댓글 사리미가 뭐에요?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