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읽었다.
공장에서 함께 일한 아저씨가 내가 작가지망생이라는 걸 알고 네이버 웹소설에 대해 한 말이 떠올라서다. 웹 소설은 전에 몇 번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몇 자 읽어보고 접은 적이 있다. 유치해서다. 자극적이고 달콤하기만한 불량식품 같았고, 값 싸고 쉬운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천원짜리 장난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수적인 입장에서 웹 소설은 환타지 소설, 귀여니 소설과 같은 위상을 가지는 인상을 주었다.
문체라던가 소설의 깊이, 자료의 양과 질, 주제의식 등에서 관찰되는 비슷한 수준에 근거하여 그런 인상을 받았다. (물론 이런 계열의 콘텐츠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수준 높은 콘텐츠도 있었다. )
웹 소설을 찾는 독자 수요가 문학소설 이상이다. 오늘 처음 알았다. 문피아 같은 사이트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대중에게 이렇게 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
영상화에도 손을 뻗쳤다. 소설 인기를 이용한 마켓팅 전략이건 뭐건 일단 원작 스토리의 힘이 없으면 엄두가 서지 않는 일이다.
또한 최근에는 역시 인기 웹소설이었던 ‘뱀파이어의 꽃’이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이 되었습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웹소설이 이미 영화화 판권 계약이 완료되면서 웹소설의 원소스 멀티유즈(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드라마, 캐릭터 사업 등의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 하는 방식) 시대
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다독다독 포스팅-
그래서
네이버 웹 소설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이매망량애정사를 읽어봤다.
54회차로 완결을 지었다는 이 웹 소설은 5회차 까지 무료로 개방하고 그 이후 회차부터는 N스토어에서 구입하여 읽거나 종이책으로 사서 읽어야 한다.(필자는 5회차 까지 읽음) 한 회차 당 분량은 대략 원고지 200자 기준으로 50~60매다. 짧은 분량으로 화, 금 이렇게 웹툰처럼 일주일에 2회씩 연재를 했다.
이매망량애정사
조선시대, 남장여인 이연은 진짜 남자가 되기 위해 신묘한 약초를 찾아 나서고, 우연히 피리 속에 갇혀있던 도깨비, 망량의 봉인을 풀게 된다. 망량은 봉인을 풀어주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어야 하지만, 이연을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일은 꼬이게 되는데.....과연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한여름 밤의 꿈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시점, 서사
시점은 대화 형식이 주를 이루는 보여주기 방식(극적 제시)을 사용한다. 거기에 3인칭 복수 선택적 전지시점(비중 있는 캐릭터 중 내면을 묘사하지 않는 캐릭터도 있으므로)으로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고, 설명으로 서사를 이끈다. 과거는 파노라마적 기법으로 최대한 짧게 설명하고 지나간다. 아무래도 적은 분량에 서사를 빠르게 진행시키려다보니 인물 내면 묘사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분량을 할애할 수 없다. 배경이나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뜨끔 반성이 됨)
캐릭터
캐릭터들이 트렌디하다. 착하고 지혜롭고 아름다운 비운의 마님과 가산을 노리는 종 출신의 야망 넘치는 첩실과 그녀를 돕는 모략가 오빠. 남자 주인공인 도깨비도 철부지에 정의감 넘치고 잘 생기며 능력있는 남자다. 대장금에서 본 듯도 하고 어디어디 귀여니 소설에서도 본 듯한 캐릭터가 모여 있다. 작가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이 작가가 어떤 코드를 사용하는지 분명해서 오히려 그 코드를 소비하기 위한 독자들이 모인다고 쉽게 볼 수도 있다. 이 작가는 여성 환타지(남자 주인공 캐릭터의 특징을 보면) 코드를 차용하고 있다.
갈등
외적 갈등
가치관의 갈등(도깨비<정의감 넘치는 철부지>vs 정의원<출세하자 조강지처 버리는 데다 탐욕에 물든 남자>
계급갈등(종 출신 첩 강씨와 그녀의 오빠vs 초반부 주인공 안방마님 최씨, 집 주인 이대감)
외적 갈등은 선악의 구도가 확실하다.
내적 갈등
도깨비를 인정에 못 이겨 계속 사고친 일을 봐주었던 귀왕(이것 마저 그림자 같은 비밀스런 인물의 말에 혹해 적은 고민으로 도깨비를 피리에 감금)
첩 강씨의 독약 음해를 눈치 챈 안방 마님 최씨와 그녀의 몸종 섬섬이의 마음( 최씨는 강씨의 소행을 알고도 시아버지께 일러바치지 않는다.)
시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딸을 아들로 속이고 키우는 마님 최씨
갈등 상황에서 캐릭터의 반응이 독자에게 캐릭터에 대한 태도를 결정짓는 다는 점에서 트렌티한 캐릭터로 트렌티한 반응을 이끈다.
극적기법
ㅁ여자의 정체를 숨기고 남자로 살아야 하는 주인공 연이(누설-시한폭탄-)
ㅁ귀왕과 바둑을 누던 그림자의 정체 및 내기를 건 이유(미스터리)
ㅁ도깨비와 연이의 만남, 도깨비가 남자가 되고픈 연이의 소원을 들어주기까지(기대하게 만들기)- 시놉시스에서 밝힌 바-
ㅁ앞서 설명한 갈등의 추이
형식
도깨비가 철들지 안들지 귀왕과의 내기에서 도깨비를 인간세상에 딸려보낸다는 점에서 구운몽 같은 액자소설이다.
문체는 읽기 쉽고, 비유법 같은 수사적인 기술이 없다.
수요
댓글을 보면 10대가 주요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정리&발전
- 이 글은 웹 소설 대상작 한편을 5회차까지 보고 쓴 글이다. 당연히 표본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협소한 시각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웹 소설이 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스스로 되짚어 보기 위해 썼다. 웹 소설의 유치하고 가볍다는 필자의 인상은 작가가 소재와 모티프를 다루는 공정에서 자기만의 개성이나 새로움을 만드려는 개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기성품을 아무렇지 않게 차용하고 조합하는 것 같다. 이 점은 팝아트를 연상시킨다. 워홀의 예술적 관점을 보여주는 글이 있었다.
서점 안에 가벼운 대중소설과 무거운 고전이 꽂혀 있다면 그 관계는 수직적인 구도가 아니라 수평적인 구도로써 단지 손님이 무엇을 구매할 것인지 선택하는 일이다.
즉 가벼운 재미, 오락을 즐길 것인지 깊이 있는 감정의 체험, 지혜, 깨달음 따위를 얻을 것인지
선택하는 문제라는 말이다. 이 말은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정통문학의 권력은 언제나 고전이었다. 작가들은 고전을 읽고 공부했고, 고전은 한 시대를 넘어서 여러 시대에 읽히는 대중소설이었다. 근데 고전의 지향점을 벗어난 새로운 방향성을 웹 소설에서 본다. 이 웹 소설조차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서 인지도를 얻었다는 점에서 작품에 기울인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기도 어렵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막 나왔을 때 일본 문단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한 유종호 평론가도 노르웨이의 숲, 1Q84 등을 폄하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키의 위상이 많이 변했다.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커밍아웃하는 우리나라 소설가들이나 하루키가 서양 정통문학의 권력의 상징인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일만 봐도 그렇다. 그렇다면
문학이 가지는 불변의 가치란 있는 걸까?
의심스럽다. 하루키 문학의 위상변화에 따라 웹 소설이 인터넷,멀티미디어, 대중의 인기, 자본 등을 업고 어떻게 변모할지 지켜볼 일이다.
문학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 문학에 대한 입장은 예전과 지금이 많이 다르다. 예전에는 시대를 대변하는 중심매체였을지 몰라도 지금의 문학은 대중들에게 있어서 오락과 여가에 더 가깝다.
어찌됐든 웹 소설은 문학이 아니다. 문학은 자본을 통해 유통되지만 자본의 종을 안된다. 대중과 영합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문학은 정성(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다. 내 지론이다. 우리는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에 산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 살든 인간은 영혼을 가지고 있고 활자로 영혼을 울릴 수 있는 건 문학 밖에 못한다.
첫댓글 많이 읽히는 것과 많이 팔리는 건(돈 되는거) 다를 겁니다. 많이 읽히는 건 웹소설 이겠지만, 많이 팔리는건 문학소설일 겁니다. 그리고 웹소설을 쓰는 분들은 시간은 연재 주기도 그렇지만 일부러 필력을 낮춰서 쓰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왜? 그래야 대중이 편하게 봐서 그렇습니다. 실제로 웹소설 쪽은 10대보다 20~40대가 많습니다. 이건 무협 판타지 현판 다 합쳐서요. 아쉬운 것은 웹소설이 문학 소설이 아닌건 맞지만, 문학소설 보다도 감동을 주는 소설이 많이 있다는 겁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웹 소설이냐 문학소설이냐 하면서 비교우위식의 뉘양스는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은 자기가 잼있어 하는거 읽는거 아니겠나요? 노가다를 하든 대기업에 다니든 자영업을 하든 자기 가치관에 맞으면 그만입니다.
일단 게시물의 제목이 스토리 매체의 위상관계라는 점에서 비교우위식의 전제가 깔려있는 점은 인정합니다.
아론형님의 댓글을 보고 시간을 두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필력을 낮춰서 쓴다는 말은 들어 본 적도 없고 제가 찾아본 기사에서는 웹 소설의 주요 수요 층이 십 대라고 했으니까요.
필력을 낮춰서 쓴다는 말을 사실로 가정하면, 그 말은 소설 전체에 독자 입맛에 맞게 완급을 조절했다는 말이 성립 됩니다. 필체 뿐 아니라 스토리, 캐릭터, 반전 요소, 주제 의식 등 모든 것들이 의도적으로 가벼움을 지향했다는 말이 됩니다.
@나리나리개나리 그런데 저는 제가 게시한 웹 소설만 두고 말하자면 가볍다는 표현보다는 빈약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이게 웹 소설 전체와 장르문학 전체를 일반화 하는 것은 아닙니다.) 까뮈가 이방인에서 보여준 문장은 가볍지만 빈약하진 않습니다. 일본 추리 소설이나 인기 있는 라이트 노벨,전후 미니 픽션도 가볍지만 빈약하지 않습니다.
스토리의 세계관을 그려내는 작가의 손길이 많이 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웹 소설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벼움을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먹기 좋게 만든 샌드위치나 잘 젓지 않으면 타기 쉬운 죽, 아기들 먹이기 위해 엄마가 만드는 이유식입니다.
@나리나리개나리 먹을 때는 간단하게 먹고 별거 없어 보이지만 모두 손이 많이 가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웹 소설에서 그 정성을 느끼지 못했고, 사람들에게 이 웹 소설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이 와 닿지 않을 뿐입니다. 빈약함을 보여주기 위해 완급을 조절했다는 말은 말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자기가 재미있으면 그만이라는 말씀은 전적으로 대 찬성입니다.
@나리나리개나리 저는 제가 한때 장르소설에 몸담은 적이 있어서 시장성과 아는 것이 있다보니까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일단 말씀하신 빈약하다는 말씀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문학소설 쓰는 분은 단 1권을 내더라도 몇년이 걸리는데, 장르소설, 웹소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빈약하다는 것은 글을 쓰는 사람의 연령과도 관계가 있겠지만, 첫 째는 연재주기가 무척이나 짧다는 겁니다. 일주일에 몇편식 연재를 하다보면 문장의 질이 빈약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3000천자 이상을 써야하니까요. 그러면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급박하게 쓰는거죠? 답은 간단합니다. 이쪽 세계에서는 그렇게 써야 사람들이 읽어주고
그렇게 써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쉽게 말해 한달에 책 2권을 내야 이쪽 세계의 작가들은 먹고 삽니다. 2권 분량을 한글로 치면 에이포 210장 정도의 분량입니다. 그렇게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기본적으로 우리같은 사람들은 대체로 문학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장르소설이 유치해 보일 수가 있는데, 웹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반대로 장르문학같이 어려운 문장과 지문으로 꽉차 있는 소설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않습니다. 이유는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출판사 통계상 그렇습니다 좀 문학성이 곁든 책들은 거진 실패를한 상태입니다.
이건 독자들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입니다. 실제로 이런문제 때문에 문피아에서는 왜 이런소설들이 실패를 하는가에 대해서 자기들끼리 토론을 한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문장력을 낮춘다는 것은 어찌보면 취향을 이쪽 독자에게 작가가 맞춘다는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협소설을 쓰는 분들은 대게 문장에 힘이 있는데, 판타지 소설이나 현대소설을 쓸때는 취향에 맞게 문장력을 낮춰서 쓴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그렇게 쓰는 작가분이 있습니다. 여하튼. 어쩌다 보니 웹소설을 쓰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것 같은 글이 되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쪽에 한번 몸을 담아보니까 그들의 노고가 충분히 느껴져서 댓글을 달게 됐네요.
그들이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밖에 될수없는 현재 시스템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ㅎㅎ 아 그리고 20~40대가 많다는 건, 그 기사가 네이버만 한건지 문피아 조아라 웹소설 형식을 띠는 장르소설까지 취합한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장르소설 쪽에 있을 때에는 독자층은 20~40대가 제일 많았습니다. 그래서 출판사도 10대를 겨냥한 주제의 소설보다는 20~40대를 겨냥한 주제의 소설을 권장했습니다. 물론 보니까 네이버 웹소설은 살짝 성향이 다른거 같긴한데 전체적으로 취합하면 20~40대지 않을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