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는 인생의 따사로운 봄날을 기억나게 합니다.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두꺼운 종이에 짧은 시를 적어서 책갈피를 만들어주시곤 하셨습니다. 풀꽃 말린 것을 붙여서 만들기도 하고 작은 꽃을 수놓은 천을 풀로 붙여서 만들기도 하셨는데, 이 작품으로 만든 책갈피가 가장 많았습니다.
이 작품을 특별히 사랑하셔서 그렇다기보다는 길이가 책갈피를 만들기에 딱 적당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눈감고도 이 시를 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봄의 소리로 세상을 그리던 눈먼 처녀처럼 책 너머의 세상을 혼자 그려보곤 했던 시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