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9년. 국내의 신흥 온라인 게임 제작 기업인 '㈜렉타운' 에서 출시한 가상현실 온라인 게임 'S.O.E (Story of Eternity)' 가 출시 된 지 단 5개월 만에 수많은 가상 현실 게임들을 제치고 점유율 87% 를 자랑하며 당당히 1위에 자리에 올랐다.
다른 가상현실 게임과는 다른 완벽에 가까운 리얼리티와 수많은 퀘스트들. 인간에 가까운 NPC들.
제 2의 또다른 삶을 만들어 내겠다는 개발팀의 의지를 실현시킨 S.O.E 는 현재 세계 100억 인구 중 52억명이 즐기는 세계적인 게임이 되었다.
"흐아아암……."
시끄럽게 울려대는 탁상시계에 의해 어쩔수 없이 몸을 일으키자 창밖에서 흘러 들러오는 밝은 빛이 나로 하여금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제길. 이래서 난 햇빛이 싫어.
간신히 구한 CD를 밤새 돌리느라 5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든 나로서는 7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 현실은 악몽과도 다를 것이 없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이끌어 방을 벗어나 거실에 들어섰다.
일어났으니 씻어야 되긴 하겠는데……. 너무나도 귀찮은 관계로 대충 가까이 있던 싱크대에서 세수와 양치질을 해결 해 버렸다.
수건에 대중 슥슥 문질러 물기를 없앤 뒤, 냉장고로 향하여 문을 열었다.
"컥……. 반찬이 하나도 없잖아……."
안 그래도 반찬 사러 나가기가 귀찮아서 대충 남아있던 김치만으로 밥을 해결했는데……. 결국 그 김치마저도 떨어져 버리다니……. 아아, 시이시여! 정녕 제가 반찬을 사러 그 머나먼 대형 마트까지 가야 한단 말입니까…….
"아! 그게 있었지!"
냉장고 옆에 있던 선반의 문을 열었다. 역시나! 저번주에 사놨던 식빵이 아직 남아 있었다!
두개의 식빵을 집어들어 옆에 있던 토스트 기에 차례대로 집어 넣었다. 아마 30초 정도만 기다리면 빵은 다시 튀어 나올 것이다.
벽에 걸려 있던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25초. 20초. 15초……. 제길. 숫자 세기도 귀찮다. 그냥 튀어 나오면 집어 먹으면 되는 거지…….
-투웅.-
식빵이 토스트기에서 튀어 나오자 식빵을 집어 들어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바로 앞에 놓여 있던 리모콘을 집어 들어 TV를 틀었다.
현수 녀석은 왜 음성 인식으로 바꾸지 않냐고 물어 보지만……. 그게 한두푼도 아니니 혼자 사는 정상적인 고등학생에게 가능 할리가 없지 않은가?
TV 를 보니 하필이면 광고중인 것이 왠지 오늘도 일진이 좋지 않을 것 같다.
=최고의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스토리 오브 이터니티라……. 새로 나온 온라임 게임 이름인가…….
=타앙! 타앙!
"헉!"
내가 보고 놀란 것은 다름아닌 드래곤 사냥이었다. 드래곤 사냥도 사냥이지만……. 진짜 놀란 이유는…….
"무슨 드래곤을 총으로 잡냐!"
드래곤을 죽이는데 PSG-1 을 사용하는 것이다……. 요즘은 보기 힘든 총이지만, 옛날 FPS 게임들을 자주 즐기던 나로서는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S.O.E……. 마음에 들었어!"
제작자 부터가 나와 비슷한 비정상적 사상을 지닌 것 같고 말이지…….
반찬을 사러 그 머나먼 대형 마트까지 다녀 오니 거실에 'S.O.E' 라는 글씨가 새겨진 검은 상자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요즘은 웹쇼핑(인터넷을 이용한 물품 구매.)도 5분이면 도착한다더니…….
왠지 저 상자를 열면 김이 모락 모락 날 것 같다는 시덥잖은 상상을 때려 치우고 사 온 반찬들을 냉장고 여기저기에 대충 쑤셔 넣었다.
"후우……. 정말 힘겨운 하루였다."
자그만치 12분 39초란 시간을 투자하여 반찬을 사 와야 한다니……. 콜쇼핑(전화를 이용한 간단한 물품 구매.)을 이용한다면 편하겠지만……. 집 안 상태가 남에게 보여줄 반한 것도 못되거니와(그런 주제에 웹쇼핑은 왜 시켰냐고는 묻지 마라. 여기에서 용산까지 걸어갈 순 없는 노릇 아닌가?) 콜쇼핑을 사용하게 되면 이용료도 한두푼이 아니다.
"흐흐흐, 오랜만에 즐겨보는 가상현실 게임이군……."
S.O.E 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검은 상자를 들고 방으로 들어서는 내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상자를 열고 고글에 이어져 있는 선을 입실론(빛보다 빠르다고 한다. 현재 인간이 사용 할 수 있는 물질중에선 가장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케이블에 연결하다 문득 벽에 걸려있던 달력에 눈이 갔다.
2월 21일. 열흘 뒤면 길었던 중학생활이 끝나고 고등생활로 넘어가는 것이다. 그나마 예전같은 입시 지옥이 사라졌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그래도 역시 학교에서 늦게 돌아온다는 사실은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학교에 대한 생각은 다시 접어두고 침대에 누워 고글을 장착했다.
그러자 곧 양쪽 귀 위쪽을 찌르고 빠져 나가는 얇은 침에 의한 따끔한 통증을 느껴졌다.
약 10초쯤이 흘렀을까, 갑자기 눈앞에 Loading... 라는 글씨가 쓰여진 반투명의 얇은 막이 나타났다.
"젠장……. 어떤 게임을 해도 이 칙칙한 로딩 화면은 바뀌질 않으니……."
-홍채 검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주민등록 번호 250709-3*****. 강현진. 등급을 15세 이용가로 설정합니다. 시력에 맞는 화면을 구성합니다. 완료되었습니다. 이 서비스는 주식회사 렉타운에서 제공합니다.-
안내양이 혼자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리고 난 후, 갑자기 눈 앞이 밝아지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캐릭터 생성인가……."
그러나. 캐릭터 생성 화면이 나타나리라 생각했던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 다니는 마을이었다.
젠장, 뭘 알려줘야 게임을 해 먹을 것 아냐! 아직 인벤토리 여는 법도 모른단 말이다!
제길,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겠지. 혹시 알아, 도우미 운영자라도 있을지…….
역시나!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내 눈에 왼쪽 팔에 '운영자 9' 라고 씌여있는 사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저기요……."
나는 급히 그에게 달려가 말을 걸었다.
"음?"
그리고, 운영자가 나를 돌아본 순간, 난 나도 모르게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야 했다.
곰이라도 때려잡을 수 있을 것 같은 저 근육. 드워프가 형님이라 부를듯한 저 엄청난 수염. 얼굴만으로 범죄자도 잡을 듯한 저 인상…….
"저… 혹시 운영자 아니신가요?"
이런 인간이 운영자일 리가 없어. 미녀는 아니라 해도 하다못해 인상 좋은 청년정도는 되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운영자 맞네만, 무슨 일인가?"
운영자란다……. 흡사 모 조직 보스같은 저 인간이 운영자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쉬운건 이쪽이니…….
"인벤토리는 어떻게 열어야 하죠?"
"그딴 거 없다네. 잡화점에 가서 배낭을 사시게."
운영자의 대답에 나는 한단계 깊은 절망에 빠져야 했다. 인벤토리가 없다니! 그럼 그 수많은 아이템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다녀야 한단 말인가…….
"그럼, 처음 시작할 때 주는 아이템은 없나요? 사냥은 어디서 해야 하죠?"
"그딴 거 안준다네. 그리고 사냥은 저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토끼와 다람쥐들이 돌아다니는 곳이 보일 걸세. 그 녀석들은 자네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공격하지 않는 순한 녀석들이니 안심하고 사냥해도 될 걸세."
어째 말마다 그딴 거 를 붙이는 것이 약간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사냥터는 알려 주었으니 그나마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젠장, 내가 다신 저 운영자한테 뭐 물어보나 봐라…….
과연, 운영자가 일러준 대로 쭉 걸어오다 보니 수많은 토끼들과 다람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냥터가 보였다.
역시, 그래도 운영자는 운영자란 말인가…….
사냥터에 가까이 온 나는 사냥터를 쭉 둘러 보았다. 예상외로 사람이 한명도 없는 것이 애초에 사람이 적은 사냥터인가 보다. 운영자 9 씨 감사하우. 이런 최적의 사냥터를 가르쳐 주다니! 역시 당신은 좋은 사람이었어.
턱을 괴고 운영자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내 옆으로 두명의 여성 플레이어가 지나갔다. 옷은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맞춰 입은 것이 서로 알고 지내던 친구은 듯 싶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로군…….
"음?"
갑자기 앞으로 걸어가던 둘이 멈추어 서더니 덜덜 떨면서 토끼와 다람쥐들을 피해 옆으로 뺑 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척 보기에도 꽤나 고렙 플레이어 들인 듯 싶은데 어째서 저렇게 토끼와 다람쥐들을 피해가는 거지?
"뭐, 직접 경험해 보면 알 수 있겠지."
나는 이빨이 보이게 미소를 지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는 토끼에게 다가갔다.
"미안하다 토끼야. 그러나, 나도 먹고 살아야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내가 토끼를 보며 중얼거리자 토끼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눈앞에 드러나는 토끼의 저 순진한 눈동자. 진정 이런 선량한 토끼들을 잡아가며 레벨업을 해야 한단 말인가? 아아, 신이시여……. 어찌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미안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구나……."
조용히 주먹을 말아 쥐며 토끼에게 마지막 사과의 말을 건넸다. 토끼야. 이럴 수 밖에 없는 이 죄 많은 인간을 용서해 다오…….
-퍼억!-
주먹에 맞아 날아가는 토끼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찟어지는 듯이 아파온다. 크흐흑. 미안하구나 토끼야 좋은 곳으로 가렴…….
이미 죽었을 토끼에게 아이템을 회수하러 다가가는 나의 손이 양심의 가책에 의해 심하게 떨려왔다.
"미안하다 토끼야……. 엥?"
그러나, 아직 죽지 않았는지 다시 일어서는 토끼를 보며 난 엄청난 갈등에 빠졌다.
다시한번 저 토끼를 때려야만 한단 말인가…….
"음?"
토끼가 갑자기 자신의 꼬리에서 무언가를 꺼내 입에 물었다. 저… 저건? 시거? 토끼가 웬 담배?
"이런 개XX 에 XX같은 아새X를 봤나. 니가 지금 나를 쳐부렸냐?"
-쩌저적.-
토끼의 돌발적인 발언에 온몸의 석화를 느끼며 내 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뭐? 개XX 에 XX같은 아새X? 그리고 저 표정은 또 뭐야. 아까의 순진하던 표정은 다 어디가고 무슨 마피아나 갱단 보스같은 표정을…….
"그래,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X같은 새X야!"
-부웅!-
"헉!"
갑자기 달려들며 뒷발을 휘두르는 토끼를 보며 난 급히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바로 눈앞에서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토끼의 뒷다리에 의해 가히 그로테스트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어쭈구리? 니가 지금 피해부렀어야? 이런 XX같은 아새X 를 봐부렀나……."
토끼의 대사의 동시에 다시한번 날아오는 발차기를 오른손으로 쳐내는 내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놈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이 묵직한 타격감은 시시껄렁한 녀석들이 흉내낼 수 있는 수준의 그것이 아니다.
"어쭈? 니가 이번엔 막아부러야? 엥간한 놈은 아니구만 그래. 그랴, 오늘 한번 아주 뒈져불자 아주."
마구 튀어나오는 사투리와 함께 날아드는 토끼의 뒷발. 이번에도 오른손으로 막으며 오른발을 뻗어 반격을 날렸다.
"그 정도로는 안돼부러."
토끼는 내 팔에 막은 발을 굴러 한바퀴의 공중제비를 돌아 올라가던 내 발을 내려 찍었다.
젠장. 니가 무슨 무술인이라도 되는 거냐! 내가 이래뵈도 태권도 풍띠에 공수도 3단이란 말이다! 도대체 나를 그렇게 가지고 노는 네놈은 토끼계의 김두한이라도 되는거냐!
"싸우다 말고 딴 생각을 해불면 안되지라."
도대체 고향이 어디인지 여러곳의 사투리가 섞인 토끼의 말과 함께 여지없시 날아드는 뒷발.
그래, 좋아! 그래도 힘으로 따지면 내가 한수 위란 말이다!
"흐랴압!"
난 왼손 날을 이용해 토끼의 뒷발에 맞부딪혀 갔다. 그래, 니 발이 이기나 내 손이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퍼억!-
"크허억!"
그러나, 돌아온 것은 어이없게도 부러져 버린 내 손뼈였다.
"아그야, 그렇게 뼈가 약해서야 쓰것냐?"
제기랄, 말도 안돼! 어떻게 저놈은 멀쩡한데 내 손이 부러질 수가 있는 거냐!
"빌어먹을!"
=최고의 리얼리티를 자랑하는…….
갑자기 내 머리 속으로 S.O.E 의 광고 멘트중 한부분이 스치고 지나갔다.
"젠장할! 이따위 리얼리티 따위 죽어버렷!"
허공을 향해 괴성을 지르는 내 눈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한쪽 발을 까딱거리는 토끼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랬군. 드디어 이해가 가는군, 아까 그 여성 플레이어들이 이곳을 덜덜 떨며 피해갔던 이유…….
"아그야, 뭐하냐잉? 아까처럼 주먹질이라도 좀 해봐야 쓰지 않겄냐?"
지가 무슨 보스라도 되는 듯이 키도 작은 주제에 내려보며 비웃는 토끼의 모습이라니……. 아무리 봐도 적응되지 않잖아……. 거기에 막아내는 것도 버거운 저 뒷발차기라니!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 이 강현진이 겨우 토끼 한마리한테 깨질 수는 없다!
"좋아! 이번에야 말로 그 오만하고 잘난 표정을 짓고있는 네녀석을 내 발밑에서 기도록 만들어 주지!"
"으따, 아그가 참으로 말이 많아 불어……."
다시한번 날아오는 토끼의 뒷발차기. 이번에는 당하지 않는다!
"훗 네놈의 공격 패턴을 알아냈다!"
"뭐시라?"
손뼈가 박살나 덜렁거리는 왼팔을 들어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녀석을 향해 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걸렸군."
오른 팔꿈치를 들어 녀석을 내려찍음과 동시에 무릎을 이용한 무릎찍기! 한 방향밖에 방어하지 못하는 토끼의 신체 구조로 미루어 볼때 이 공격은 막을 수 없다!
"아그가 참말로 재미있게 놀아 부네."
그러나, 녀석은 내 왼팔을 차고 뒤로 물러났고, 난 빠악! 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 충돌한 팔꿈치와 무릎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다.
"꺄호오오……."
정말 더럽게 아프다. 진정 저 악마를 처단할 방법은 없단 말인가?
"아그가 엄살이 고로코롬 심해서 어따 써불겄냐."
저… 저 빌어먹을 토끼가! 사람을 가지고 놀다니!
"젠자앙!"
이번에야 말로 저 악마를 주님의 품으로 돌려 보내리라!
나는 토끼에게 무작정 달려가며 녀석에게 오른 주먹을 뻗었다.
"그렇게 나와야 하지 않것냐."
그러나, 토끼는 높게 점프하여 내 주먹을 손쉽게 피해냈다. 그리고, 내 얼굴을 향해 뒷발을 뻗어왔다.
"큭……."
하지만, 내가 노린건 바로 이 순간이다!
"흐랴아!"
난 오른손을 당기며 왼쪽으로 한바퀴를 빙글 돌았다. 그리고, 나에게 날아드는 녀석의 측면을 향해 왼쪽 팔꿈치를 뻗었다.
뻐억! 하며 들려오는 시원한 타격음. 왼쪽 팔꿈치에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 들어갔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들어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 날아가는 토끼의 모습이 보였다. 드디어 저 얄미운 녀석에게 한방을 먹인 것이다!
"크흐흐흐……."
난 조용히 녀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야 말로 정말 죽인다! 너의 그 피와 살을 나의 경험치로 환원해 주마!
"으따, 그냥 골이 띵 허니 울려버리는 구마."
녀석이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난 그런 녀석을 보며 조용히 오른 주먹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녀석에게 조용히 말했다.
"네가 나로 하여금 살심에 눈뜨게 하였으니, 내 너를 주의 품으로 돌려 보냄으로서 살심을 잠재우리라."
"그거이 뭔소리다냐?"
그냥 닥치고 뒈지라는 말이다!
난 녀석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말아 쥐었던 오른손을 녀석을 향해 강하게 뻗었다.
뻐어억!
"크허!"
채 피하기도 전에 날아든 나의 주먹에 머리를 격타당해 저 멀리 날아가는 녀석. 그래, 너의 삶은 여기까지다! 경건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여라!
그러나 저 멀리 날아간 녀석은 또다시 몸을 일으켰다.
젠장, 저놈은 도대체 얼마나 더 패야 죽는 거지? 그보다 정말 여기가 초보 사냥터는 맞은 건가?
"크흐흐……."
어쨋든 좋아. 너의 죽음은 내가 너와 만난 그 순간부터 정해졌던 거다!
그러나, 다시한번 녀석에게로 다가가던 나는 내 주변으로 갑자기 수많은 토끼들에 의해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토끼들은 먼저 때리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저 살기 등등한 눈빛들은 뭐야? 이 양반 제대로 가르쳐 주기나 한거야? 정말 운영자는 맞은 거야?
"아그들아, 그만 둬 야."
수많은 토끼들의 저편으로 몸을 일으키는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곧 녀석은 토끼들을 헤치고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래, 네놈도 싸움에 대해 잘 아는구나! 사나이라면 일대일의 대결이지!
"형님!"
그래, 이 몸을 형님으로……. 뭐? 형님?
녀석은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님이라니……. 형님이라니……. 이게 무슨……. 설마, 잘못들은 거겠지.
"큰형님!"
"큰형님!"
"큰형님!"
일순간 동시에 무릎을 꿇으며 외치는 수많은 토끼들…….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지?
첫댓글 ㅇㅂㅇ.....................대,대단해요! 굉장히 환상적인 이야기! 존경합니다![덥썩]
유조아에 연재되던 그 작품이 올라오는 거냐 -┏
존니 잼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