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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지로 떠나는 감각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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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촬영지 세트장은 관광특수를 누리면서 이제 명소가 되었다. TV 화면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면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시청률이 높아지면 그곳을 찾는 이는 더욱 많아진다. 대부분 겉만 번드르르한 날림 건물들. 배우 빠진 장소는 더 허허롭다. 단지 드라마 세트장을 목적에 두는 것보다는 그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관광지를 염두에 두고 떠나면 여행길은 한없이 행복해진다.
1. 하동의 ‘토지’ 세트장과 구례 사성암 드라마 ‘토지’에서 눈길을 잡아끄는 장소는 많았다. 특히 하동의 ‘토지’ 세트장과 구례 사성암은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우선 드라마 초반부에서 가장 많은 장면을 연출했던 하동 세트장(악양면 평사리). 평사리 마을은 박경리 소설의 주무대로 오래 전부터 알려진 곳. 그저 평범한 시골마을은 드라마 장소는 물론이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마을을 테마관광지로 변신시켰다.
하동군에서는 1998년부터 시작해 2001년이 되어서야 마무리할 정도로 정성을 기울였다. 2004년 8월부터 입장료(1000원)를 받는데, 마을 빈 집은 초가를 입혀서 옛 모습을 재현해놓았지만 날림 세트장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마당 화단에 피어난 꽃과 열매가 마치 사람이 사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무엇보다 최참판댁에 들르면 깜짝 놀란다. 소설 속에서 나왔음직한 완벽한 한옥이다. 안채, 사랑채, 별당채, 사당, 중문채, 뒤채를 비롯하여 한옥 10여동을 보면 ‘과연 최참판댁이 이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워낙 복원을 잘 해놓아 문화재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최참판댁을 등지고 서면 평사리의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외 ‘박경리 문학관’이 있고 최근에는 관광객을 위해 장터도 만들었다.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산사라는 절집과 고소성(사적 151호)도 있다.
구례 화엄사에 가려져 알려지지 않은 사성암(061-781-5463, 구례군 문척면 죽마리)은 신라시대 연기조사가 세웠다고 전해오는 고찰. 사성암은 원효, 도선국사, 진각, 의상 등 4명의 성인이 수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오산(531m, 鰲山)의 꼭대기 바위 암벽 위.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기암은 곧 하늘과 맞닿을 듯 가까이 다가서 있다. 가파른 돌담을 뛰어넘기 위해 기둥을 세워 지은 번듯한 건물이 두세 채. 하늘을 향해 올라간 건물 주변으로는 암벽이 둘러쳐 있으며 마애여래입상과 53불(35불이 현존)이 있다. 무엇보다 서쪽 암벽에서 바라보는 풍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빼어나다. 발 아래로 굽이치며 흐르는 섬진강이 남원에서 곡성까지 이어지는 한 폭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2. 완도의 ‘해신’ 촬영지와 보길도 그동안 완도는 워낙 외지로 떨어진 데다 특별히 내세울 관광지가 없어 보길도 가는 길목에 ‘점만 찍던 곳’으로 통했다. 그런 완도가 지금은 드라마 덕분에 메인 여행지가 되었다. 완도에서도 ‘해신’ 촬영 세트장이 지어진 곳은 두 군데.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와 완도읍 대신리 소세포 오픈세트장 ‘청해진 포구마을’이다.
완도여행은 완도대교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다리를 건너 팻말을 따라 가면 신라방을 만날 수 있다. 길은 대교를 기점으로 읍내나 군외에서 77번국도를 타고 서남쪽으로 떠나도 만날 수 있게 되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약간만 걸으면 본연의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원불교 완도청소년훈련원 1만6000평의 부지에 건립된 ‘신라촌’. 첫눈에도 흥미를 끌 정도로 세트장이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본영, 객사, 민가, 중국거리, 설평 상단 및 이도형 상단(무역품 거래 및 상인숙소) 등 40여동의 기와집에서는 금방이라도 사람이 튀어나올 듯하다. 세트장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건물 중간의 수로. 당나라풍의 저잣거리 사이로 보이는 대규모 수로. 맑은 물 위에는 배가 띄워져 건물과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룬다. 물길은 어렵지 않게 1200년 전 중국으로 공간이동한 듯하다.
해신 세트장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소세포 바닷가에 세트장이 또 있다. 국도로 나오면 전망 좋은 해안길이 이어진다. 물 빠진 갯벌에서 고둥을 잡는 모습이나, 언덕을 오르면 넓디넓은 바다가 눈 속에 들어와 잠긴다. 300m 남짓한 아담한 포구지만 백사장 모래의 질이 빼어나 여름철 피서지로 인기있는 곳이다. 포구 앞으로 흑일도, 백일도, 동화도 등 섬이 이어지고 멀리 해남 땅끝마을을 볼 수 있어 전망이 빼어나다. 전망을 보려면 길 언덕에 차를 세우면 된다. 고개를 내려 발아래를 쳐다보면 거대한 초가집 마을이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에는 대형 목선들을 띄워 옛 포구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포구 앞에는 중국 양주의 모습도 조성해놓았다. 선착장과 바다에는 통일신라와 당나라 양식의 선박이 떠다닌다. 6월부터는 연중 개방하며 입장료도 받을 예정. 이곳을 지나 완도 쪽으로 가다보면 보길도 배를 탈 수 있는 화흥포 길목과 만난다. 이 길목에는 2002년 5월 개관한 어촌민속전시관(061-550-5558)이 있다. 여러 전시품은 물론이고 관광객이 직접 어선에 승선, 항해체험을 할 수 있으니 한번쯤 들러보길. 화흥포는 핏빛보다 더 진한 낙조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는 곳이다. 넓게 펼쳐진 바다여서 따로 포인트는 없지만 멀리 땅끝으로 넘어서는 낙조는 하루의 시름을 녹여내린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완도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정도리 구계등이 있다. 굵은 바윗돌이 바다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파도에 씻겨진 둥그런 갯돌이 바다에 펼쳐져 소리를 내고 있다. 바윗돌 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 하나가 있어 쉼터를 만들어주고 뒤쪽에는 40여종의 상록수림 산책로가 있다. 그 외에 완도읍내에서 200리길인 장좌리에 장보고의 숨결이 살아 있는 청해진 유적지(사적 308호)가 있다.
3. 부안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 세트장과 솔섬 낙조 부안엔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부안읍에서 바닷길을 잇는 30번국도를 따라 달려가면 세트장을 만날 수 있다. 여러 장소 중에서 일반인이 가볼 수 있는 곳은 석불산 영상랜드(하서면)와 궁항 세트장이다. 부안의 드라마 세트장은 차치하고 반도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는 변산 국립공원은 사철 무쌍하게 자연을 변화시킨다. 그 어느 곳 하나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랑스러운 여행지다. 여행은 부안읍내에서 시작하느냐 아니면 줄포에서 시작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초보자라면 30번국도를 이용해 구석구석 들러볼 수 있는 보편적인 코스로 여행을 잡는다. 읍내에서 변산반도를 향해 달리다 보면 하서면에서 석불산 영상랜드를 만난다. 매표소를 지나 바닷가로 내려가면 자그마한 해수욕장이 펼쳐지고 그 옆에 채석강이 반긴다. 당나라 때 이백이 놀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다 하여 채석강이라고 부른다. 채석강은 약 7만년 전(중생대 백악기)에 퇴적한 퇴적암의 성층으로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한 와층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제주도 해안가에서 본 듯한 검은 바윗돌이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채석강만 들러보지 말고 적벽강과 수성당 할미집을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작은 어촌마을인 죽막마을 뒤에 적벽강과 수성당할미집(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58호)이 있다. 죽막마을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 군락지가 있다. 이곳에도 세트장이 들어서 있다. 할미집 가기 전 서쪽으로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약 2㎞를 적벽강이라고 한다. 적벽강(전라북도 기념물 제29호)도 채석강과 비슷하지만 바위색도 약간 다르고 와층도 아픔이 덜한 듯 밋밋하다. 한적한 이곳에도 물이 빠지면 어김없이 사람이 몰려든다. 채석강을 나오면 격포항. 횟집타운과 여러 레저시설이 몇 년 사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곳은 옛날 수군의 근거지로 수군별장, 첨사 등을 두어 왔고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할의 격포진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유람선을 탈 수도 있으며 갓 잡아 올린 생선회가 싱싱하다. 반대편 길에는 영상테마파크가 조성 중에 있다. 격포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면 자그마한 항구 궁항에 닿는다. 궁항은 말 그대로 활 모습을 닮은 곳. 멀리서 바라보면 항구는 활처럼 둥글게 휘어져 있다. 그 언덕 한쪽에 이순신 세트장이 들어서 있다.
석불산 산자락,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곳에 한산도 삼도수군통제영과 경상우수영, 왜관거리 등의 세트장. 세트장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광에 절로 시름이 녹는다. 궁항을 벗어나 큰길을 따라 돌아가면 모항 언덕 위. 무엇보다 부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내소사(來蘇寺)다.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가 소래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들어가는 전나무 숲길이나 색칠되지 않은 대웅전, 그리고 문창호살 등 볼거리가 많은 천년고찰. 이어 곰소항의 젓갈단지~유형언 생가~개암사까지 돌아보면 외변산 여행은 대충 끝이 난다. 이어 여행의 대미는 낙조를 보는 일이다. 바닷가 근처 어느 곳이나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특히 학생해양수련관 앞에 있는 자그마한 솔섬. 그 섬 위에 있는 소나무 사이로 지는 해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다.
글·사진=이혜숙 ‘걸어서 상쾌한 사계절 트레킹’ 저자(www.hyesook.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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