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직격탄 맞은 한국 철강 대미 수출한도 풀린 것은 기회 / 3/14(금) / 한겨레 신문
◇ 트럼프발 관세폭탄
대미 철강 수출국 4위인 한국은 25% 관세 부과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무관세였던 한국산 철강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산 철강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다. 지금까지는 연간 263만 t(일부 예외 품목 제외)까지 무관세인 데다 이와 관련된 것으로 수출 물량이 제한돼 왔다. 대미 철강 수출량에 대한 한도가 없어지면 국내 철강기업에는 고부가가치 상품 등을 중심으로 대미 수출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도 열린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철강 수출량은 281만 t으로 캐나다(656만 t), 브라질(450만 t), 멕시코(352만 t)에 이어 미국 내 4위 수출국이 됐다. 한국은 2018년부터 미국으로부터 쿼터(수입제한물량)를 받아 연간 263만 t까지 철강 수출이 가능하지만 이들에는 무관세가 적용됐다. 또 미국 내 수급이 어려운 일부 철강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의 허가를 받아 수출을 해왔다. 지난해 연간 수출량이 263만 t을 웃도는 이유다.
하지만 2차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철강의 면세 조치를 폐지하면서 한국에도 12일(현지 시간) 이후에는 대미 철강 수출에 25%의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내에서 한국산 철강이 미국산보다 높아질 수 있고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이를 막기 위해 한국산 철강 수출가격을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내 철강기업이 25% 관세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편 위기 속에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미국산 철강 가격이 오르고 있다. 미국 중서부 열연강판 가격(선물 기준)은 6일 t당 922달러로 연초(1월 2일 708달러)에 비해 30.2% 올랐다. 미국 철강기업들도 관세 시행을 틈타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수출 제한 해제도 기회다. 지금까지 국내 철강기업은 연간 263만 t 범위 내에서 할당된 물량 이상은 미국에 수출할 수 없었지만 앞으로는 한도가 없어진다. 지난해 제품별 대미 철강 수출은 판재류(47%), 강관(38.8%), 봉강류(7.1%) 등의 순으로 많았다. 철강업계에서는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특수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 기자재 수출을 더 늘릴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가 모든 국가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철강 수출국은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된다. 미국의 철강시장 수입 비중은 30%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수입 철강 수요를 놓고 한국의 경쟁 상대는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인데 이들 국가에 대한 관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상된다며 수출국 간 조건이 같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포스코홀딩스 주가가 전날보다 5.9% 오른 31만 4000원(약 3만 1800엔)에, 세아제강지주가 4.91% 오른 27만 8000원(약 2만 8200엔)의 종가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