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보약이라는
최 병 창
어린아이가
강보에 싸인 채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다
이따금 배내 짓도 하고 평화롭게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이 제법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한 젊은이가 피곤한 듯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엎어지다가 뒤집어지다가 활기차게 잠을 자는 모습이 패기가 넘치는 듯
하다
중년인 듯한 사람도 곤한 잠에 빠졌다
코 고는 소리나 중얼거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집이 무너질 듯했지만
그나마 집은 어렵사리 버티고 있었다
한 노인이 소파에 앉은 채 비스듬히 잠이 들었다
고개를 외로 꼬고 있는 모습이 무척추동물처럼 흐느적거렸지만 사실은
기력이 모두 쇠하여 풀 죽은 잠결에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례식장에서 누가 돌아갔다는 부음을 들었다
영원한 영면에 들었다는 소식은 안타깝지만 늙거나 젊거나 아무런
미동 없이 깊은 잠에 든다는 말이다
잠이란 시작과 끝을 이어주는 매개체라서 처음이면서 마지막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잠잘 때 하는 사투리나 꿈꾸는 모습이 제각각이듯 잠으로
가는 길도 제각각인데
잠자는 것과 잠자지 않는 것의 차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조용하게 드는 잠과 경천동지 할 요란한 잠
오늘 또 누가 긴 잠에 들려는지
나에게도 곤한 졸음이 왔다
그 길고도 짧다는 보약 같은 위대한 잠을 위해서라면.
< 2023. 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