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스님의 '가로세로'] 금샘의 물은 땅에서 솟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오니
원철 스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부산 금정산 미륵암 뒷산으로 올라가 신년 해맞이 기도에 참여한 후 서울 종로에서 함께 간 J와 L을 포함한 일행 3명과 따로 고당봉(801m) 방향으로 갔다. 새해를 맞이하여 암자를 찾은 참배객과 산을 찾은 일출 순례객에게 두어번 ‘금샘’ 가는 길을 물었다.
(중략)
두 번의 줄타기를 마치고 나니 몇 사람 정도 서있을 수 있는 평평한 공간이 나타났다. 아랫방향으로 금정산 평원을 배경으로 예사롭지 않는 기운을 머금고 있는 금샘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을 감싸듯 나지막한 너래반석 몇 개로 둘러 쌓인 채 홀로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 기둥 끝은 평평했다. 가운데가 수반처럼 파였고 그 안에 고인 금물은 겨울인지라 그대로 하얀 얼음으로 바뀐 채 백금빛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바위 위에 샘물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외감을 준다. 그래서 수식어를 더해 ‘암상금정(巖上金井 바위 위의 금샘)’이라고 불렀다. 여느 샘처럼 물이 땅 밑으로 흐르다가 바위 틈새을 뚫고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려온 물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랍다. (중략)
오래 전에 충북 보은 속리산 꼭대기 천왕봉의 삼파수(三派水)를 찾았다. 샘인줄 알았더니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아무 것도 없는 산등성이였다. 함께 간 이가 ‘땅에서 솟아오르는 샘이 아니라 하늘에서 물이 내려오는 샘’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겨울에 쌓였던 눈이 봄에 녹으면서 각기 찾아가는 골짜기에 따라 한강 금강 낙동강 물의 시원이 된다는 곳이다. (중략)
금샘은 「삼국유사」「세종실록지리지」「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기록이 남아있는 유서깊은 샘이다.
높이 9m 세로 1.5m 가로 1.3m 둘레 약 3m 되는 돌기둥 위에 깊이 20cm 황금빛 샘(金井)이 있는데 오색구름을 타고 범천(梵天 하늘)에서 온 물고기(梵魚)가 헤엄을 치고 있다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금정산과 범어사(梵魚寺)라는 명산과 유명사찰의 작명 근거가 되는 실재하는 역사적인 성소라 하겠다.
「삼국유사」 에는 의상대사가 문무왕과 함께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금샘 아래에서 일주일 밤낮을 일심으로 독경하니 호법신장(護法神將 진리를 수호하는 장군신)이 현신하여 동해로 나아가 왜적을 격파했다고 한다. 이후 호국사찰 범어사를 창건했다. (중략)
금샘은 2009년 무렵 부산 금정구 향토문화재 1호로 지정되었고 이후 2013년 부산기념물 제62호 승격되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은 1991년 이후라고 한다. 2011년 일부 뜻있는 이에 의해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서명운동도 있었다. 현재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는지 ‘결사반대’라는 붉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중략)
‘양산군 명승고적 산천시’에는 ‘금정산’이란 칠언율시가 전해온다. 지은이도 알 수 없으며 출전도 불분명하지만 금정산을 잘 아는 지역인물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그 가운데 ‘금샘’부분만 따로 추려 4행으로 재구성 해보았다.
중개일정용황금(中開一井湧黃金)산중턱 한 샘물에서 황금물 솟구치고
함축연운상착수(含蓄煙雲相錯繡)안개구름 머금으니 수놓은 비단처럼 보이네.
문도사천능익수(聞道斯泉能益壽)듣자하니 이 샘물은 수명을 늘인다고 하니
수장감흠아회음(誰將甘欽我懷音) 누가 감로수를 떠와서 내 뜻을 흡족케 하리오.
원철 필자 주요 이력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 ▷조계종 포교연구실 실장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