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모시
김일호
드높고 평화로운 하늘이여!
푸르게 우거져 출렁이는 산천초목이여!
우러러 기억하는 호국영령들이시여!
산을 넘고 강을 건너
푸른 초원과 알알이 영그는 들판을
거침없이 달려와
우리의 옷깃에 스며드는 바람은
우리를 이끄는 영령님의 손짓입니다
우거진 숲속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들의 울움 소리는
우리를 부르는 영령님들의 애절한
눈물 어린 음성입니다
영령님들을 앞세워
절규와 통곡으로 보낸 후
모질게도 살아온 그 오랜 나날들
아, 며칠이라도
아니, 단 하루라도
어찌 그 모습을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어찌 그 이름을 지울 수 있었겠습니까
목 매이게 불러보는 호국영령이시여!
사랑하는 나의 님이시여!
사무치도록 그리운 부모형제여!
까마득히 멀어져 간 그때였던가요
고향과 가족의 품을 떠난 영령님들은
산천을 떠나지 못한 달빛과 별빛처럼
그날에 이 땅을 덮치던 어둠을 밝히며
앞으로, 또 앞으로 전진하셨습니다
새벽 미명을 틈타
물밀 듯 밀려오는 붉은 적의 무리를
피어린 온몸으로 막아내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 열강으로 우뚝 서도록
몸 바쳐 희생한 숭고한 그 정신을
살아남은 우리들은
오늘도 또렷하게 기억하며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비장했던 그 결기로
눈 앞을 가리는 전장의 포연 속에
한 줌의 흙으로 장렬하게 산화한
영령님들의 자랑스러운 이름을
오늘 다시 한번 목놓아 불러봅니다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길
천상에서나 얼싸안고
끝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야만 할
그때가 오리오
그날이 오면
우리 모두 구름이 되고 새가 되어
하늘 저편 천상의 재회로
슬픔 없고 아픔 없고 생이별도 없는
이 땅의 번영과 평화의 기쁨을 나누리오
호국영령들이시여!
사랑하고 존경하는 님들이시여!
이제 이승 이 땅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굽어살펴 주소서
초목들 저마다 일어나 춤추고
꽃들 흐드러지게 피어나
산천에 서로 기대어 웃으며
희망찬 미래로 나가는 후손들의 세상을
축복하여 주소서
이제 상처의 고통과 이별의 아픔을
하늘 저편에 묻어 두시옵고
부디 영면의 안식을 누리소서
삼가 호국영령님들의 영전에 엎드려
명복을 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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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문학세계 신인상등단, 전)세종문학회장, 전)세종시인협회장,
전)한국문협세종시지회장, 계간 백수문학회장, 제11회 연기군민대상 수상,
국민훈장목련장 수훈, 시집<노을에 젖다>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