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 윤용희
내 집에는 십 수 년간 커다란 수족관을 장기 집권한 비단잉어 한 마리가 살고 있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 나에게 뒤 쫒아와 방긋 눈웃음을 지으며 배웅을 하는 그녀에게 괜 실히 퉁명스런 모습만을 보인다. 한땐, 그녀의 요염한 자태와 애교스런 몸짓은 하루 일과를 마치며 돌아오는 무거운 심신을 환하게 녹여 주었기에 아낌없이 모든 것을 주고픈, 맘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한 지붕 밑에서 같이 지내다보니. 흰 바탕에 그 곱던 울긋불긋한 천연색을 띤 살결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서 노랗게 탈색됐으며, 애교스런 몸짓과 아름답던 자태 또한 빛을 잃어가는 형상은 미워하려는 실바람을 조금씩 일게 하였다.
물론 커다란 수족관에 달랑 물고기 한 마리는 구색이 맞지 않았고 간간히 하는 청소에 많은 시간과 물이 낭비가 된다는 것은, 은근히 이윤을 따지려는 간사함으로 하여금, 머릿속에선 주판알을 연실 튕기게 하였다. 더군다나, 미물인 그녀를 볼 때마다 왠지 모르게 미워지는 탑은 이유 없이 높게 쌓아져만 갔다.
하물며 벗이라도 하라며 사다놓은 금붕어들에게 텃새를 부리려는 것인지.
그녀의 구박과 심술에 몇 날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태는 가뜩이나 싫어하는 심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유행이 지난 커다란 구식 수족관도 미움의 길을 다지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워하는 일이 잦아지고 되풀이 되자. 이 기회에 요사이 유행하는 보기 좋은 작은 어항과 아담한 물고기로 바꿔야겠다는 비정한 싹은 움터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바꾸려면 버젓이 살고 있는 비단잉어가 문제꺼리였으며, 좁디좁은 그곳은 덩치가 큰 그녀가 기거하며 살수도 없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난제로 인해 계획은 차질이 빚어지며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으나, 새로운 식구와 아담한 어항을 맞이하기 위해선 '비단잉어를 죽여 버려야한다'는 해서도 안 될 잔인한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다.
우선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고통을 가하여 그녀를 미쳐 죽여 버려야겠다는 어설픈 술책을 세워, 날마다 잉어가 보는 앞에서 빨리 죽으라는 주문과 더불어 잔인한 세뇌를 그녀의 귀에 연거푸 울리게 했다. 허나, 부단히 노력한 구박은 물고기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다는 간단한 이치를 순간적으로 착각하게 하였고, 이 아둔함은 실패와 더불어 이내 볼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놓고야 말았다.
실패의 맛을 본 어설픈 오기는 내 자존심을 심하게 요동치며 건드렸다.
이번엔 옛 부터 내려온 굶어 죽이는 잔인한 방법을 구사케 했으며, 이젠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작은 눈을 더욱 가늘게 하였고, 입 꼬리는 하늘을 향하여 내려올 줄 모르게 해버렸다. 그러나 먹지 못해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잉어는 한결 날렵한 행동을 보이며 신수는 훤하고 생기가 넘쳐나, 미운 속을 더욱 들끓게 한다.
한번 미워진 미움은 끝이 없는가 보다. 미움은 저주라는 자식을 낳아, 사악한 응징을 가하려는 악랄한 방법까지 동원하기에 이르렀으며 더불어 이성을 판단하는 끈을 놓고야 말았다. 이런 잔인한 모습에 나 자신이 놀라웠으나, 멈추고픈 양심은 이젠 너무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기에 헤어나기가 버거워 자제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이고 어디까지가 끝이란 말인가.
불현듯 일어난 한 떨기 선한 '고뇌의 시간'은 집 뒤뜰에서 구해온 나무 작대기를 사용케 하여 그녀를 죽이려는 인간의 엽기적인 행위에 이내 파묻히고야 말았다.
이에 질세라, 비단잉어도 수족관 장식용 돌멩이 구석진 곳에 숨바꼭질 하듯 숨어버려, 대립의 시간을 지루한 장기전으로 유도케 하였다. 그녀의 끈질긴 저항에 일방적 승리를 낙관 했던 오만방자함은, 힘만 가지곤 약자를 쉽게 이기진 못하겠다는 결론과 더불어, 비단잉어를 죽이려는 일상의 일과에 손을 놓아 버리게 하였다.
오늘 무심히 훑어내려 읽어가는 조간신문 한 모퉁이에서, 십 수 년간 같이 살아온 끈끈한 부부의 정을 새 식구를 맞이하겠다는 사소한 사심으로 인해, 아내를 해하려는 자에게 '사회와 격리'하라는 무거운 형을 내린 기사 거리가 눈을 잡아 쏠리게 한다.
아마 내가 비단잉어를 죽이려했던 것처럼, 그도 평범한 일상의 삶속에서 아내와의 시들해진 정은 서로 갈라서려는 염증이란 화약을 제조하였고, 이후 걷잡을 수 없는 그의 행동은 크나 큰 죄를 저지르려는 도화선에 불을 댕겼을 것이다.
이 세상에는 선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가 보다.
한낮 미물을 죽이려는 일상의 사건 속에서 그간 선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으나, 세월을 이기지 못해 짓눌린 외모에 솔솔 불어온 싫증은, 영원히 아껴주려던 비단잉어에게 괜스레 미워하는 권태의 바람을 일게 하였고, 몇 푼 되지 않은 물 소비는 이윤만을 따지려는 간사함으로 하여금, 헤어지려는 정당성이란 거친 바람을 일게 하고야 말았다.
하물며 이에 따라 실천에 옮기려는 과정에서 냉혹한 잔인성은 정당함을 넘어 합리화로 몰아붙여, 그녀를 거칠고 모진 바람 앞에 홀로 서있게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오늘 집을 나서려는 지금. 변함없이 환한 웃음으로 배웅하려 헤엄쳐 나오는 잉어에게, 그간 너에게 부렸던 사악한 행위는 일말의 양심으로 하여금, 정곡을 찔러 부끄러운 맘을 갖게 한다. 한편으론, 어설픈 계략을 세웠던, 아둔함을 일깨워 준 비단잉어에게 이젠 감사의 미소를 띠운다.
첫댓글 "새로운 식구와 아담한 어항을 맞이하기 위해선 '비단잉어를 죽여 버려야한다'는 해서도 안 될 잔인한 결론을 내리고야 말았다. ----우선 아무도 모르게 서서히 고통을 가하여 그녀를 미쳐 죽여 버려야겠다는 어설픈 술책을 세워, 날마다 잉어가 보는 앞에서 빨리 죽으라는 주문과 더불어 잔인한 쇠뇌를 그녀의 귀에 연거푸 울리게 했다." ----"조간신문 한 모퉁이에서, 십 수 연간 같이 살아온 끈끈한 부부의 정을 새 식구를 맞이하겠다는 사소한 사심으로 인해, 아내를 해하려는 자에게 '사회와 격리'하라는 무거운 형을 내린 기사거리가 눈을 잡아 쏠리게 한다." 인간의 잔악한 심리를 잘 그려냈습니다. 조금더 함축적 고민을...
함축하려고 손 대려다......포기했습니다.............수정하는 것이 더 힘들고 못하겠더군....^^....수정 한 번 해보겠습니다..
미치게 해서 죽이려, 굶겨서 죽이려, 때려서 죽이려 시도해보셨는데 ... ... 어항속의 물을 빼는 방법은 왜 모르셨을꺄요? ㅎㅎㅎ
물을 빼려 했다가 부모님한테 맞아 죽을 뻔 했던 내용을 뺐읍니다...너무 길어서~~..^^....부모님은 비단잉어를 어찌할까봐......항시 저를 감시하셨답니다....ㅋㅋ.........선생님이 보내주신 교정본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재미있는 소재의 글 잘 읽었습니다. 선생님 말씀과 같이 지루한 잉어 이야기를 재미 있게 압축하셨으면 더 좋은 글이 될터인데 왜 포기하시는지? 예술의 경지는 영감과 훈련일텐데.......
처음 글을 쓰고 나니...3장 분량이 되더군요.....너무 길면...교수님한테 혼날것 같아....줄이고 줄여서....힘들게...1장 반으로 만들었는데.......수정하는게 더 힘이 듭니다..--"...한 번 수정해 보겠습니다...
엇 선비님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나는 이런 글 언제나 써 볼런지.....
저는 장군님 글이 더 정감이 가는데요^^
내재되어 있는 능력이 발휘되는 선비님의 시선에 박수를 보냅니다...
내재된 능력이 아니라....어설픈 기교를 부린 잡기라 생각됩니다........응원의 박수에 감솨^^
늦게 댓글 달았네.....그동안 넘 바빠서...ㅡㅡ;;; (ioi <---- 벌 서고 있는 하루) 엇선비님 글은...머릿속에 많이 남아있어요...음...독특한 특징 때문에 그런거 같아요. 그걸 잡아 내라면 당연히 못잡아 내죠..(아직 실력이 부족해서ㅡㅡ;;) 늘 좋은 글...잘 보고 있답니다...엇선비님 화이팅!!!!
늦은 댓글에...벌 서고 있다니........지 맘은 찢어지고 가슴은 칼로 도려내 듯 아픔니다(표현이 넘 심했나!)..ㅋㅋ.......용서할테니 벌 그만 서세요...^^
선비님 재미있네요. 잉어가 그 마음을 알면 기절할텐데..... 사이좋게 정주고 오래도록 같이 살아요.
정주고 오래살고 싶어도 올 무더위에 가끔식 뒤집어지더니......기역고.....십 수년의 긴 생을 달리했답니다..--".....그래서 글을 쓸때....그간 학대하고 못해줬던 생각이 많이나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읽게 하는 특색(매력)있는 글 잘 보았습니다.
어설픈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 열심히.....전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