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파나무는 장미과의 늘푸른 넓은잎나무이다. 키는 10 미터에 이르며, 일본과 중국 원산이다. 과일나무로서는 드물게 가을에 꽃이 피며 늦겨울이나 초봄까지 열매가 익는다. 꽃은 흰색이며 크기는 2 센티미터 가량이다. 열매는 노란색이나 귤색으로 길고 둥글며 크기는 3~5 센티미터 가량이다. ‘비파나무’는 열매와 잎의 생김새가 비파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영혼일기 1525 :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08.05(화)
제 103년차 지방회장단 제 13회 삼례, 제 14회 음성 컨퍼런스(번개팅)
누수(漏水)를 좀체 막을 수 없다. 마른장마로 물샐 이유가 없는데도 누수(漏水)가 계속되고 있다. 고인 물이다. 고인 물이 제 자리에서 말라 버릴 만큼, 수량(水量)이 적은 편이 아닌가 보다. 고인물은 샐 틈을 찾아 기어이 삐져나오게 되어 있다. 지난주일 오후 나는 누수를 경험했다. 뇨기를 느끼는 것처럼, 누설 욕구가 일순 발산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몇 사람을 한 다발로 묶어서, 그들에게 탱천한 분기를 발산했다. 새아침을 맞아 감정을 다스리며 퇴고를 거듭했다. 이아침까지 수차례나 거친 숨소리를 고르게 하느라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내일 오전을 넘기지 않고 나는 그 누수의 흔적을 빠른우편으로 격발할 거다.
사람은 하루에 세 번 정도 변의(便意)를 느낀다고 한다. 그 세 번 오는 변의(便意)를 놓치면, 생체는 습기를 잃어 변비가 된다고 한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변의가 느껴질 때마다, 시간,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체면 차리지 않고, 신호만 오면 즉시 화장실로 뛰어가곤 하는 습관을 몸에 붙였다. 고름이 살 되지 않듯, 내장(內藏)되었다고 그것이 내장(內臟)이 아님을 보다 확실히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체면(體面)이 통쾌한 삶을 선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 왔고, 체면치레를 인간됨의 예지단야(禮之端也)라고 여겨 왔던 내가, 이제 속물이 됐다는 말이다. 아니, 이제 걷잡을 수 없는 누수(漏水)가 도처에서 막무가내로 진행되고 있다는 말이다. 냄새나는 인간이 되어 간다는 말이다. 입만 살아 남은, 노여움에 가득 찬 누설자로 변신 중이라는 말이다. 서럽다. 그러나 누설은 한 편 쾌변 이후처럼 상쾌하다. 통쾌하다. 살맛을 선사하는,
어제(8월4일(월))는 음성 대명교회에서 제103년차 지방회장 동기들의 여름나기 행사가 있었다. 대명교회가 리모델링 공사로 안색을 확 바꿨다. 교회는 참 쉼과 평안이 넘치는 영성의 샘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있었다. 전천후 가제트, 맥가이버, 600만불의 사나이가 바로 대명의 오세현 목사임을 그는 다시 한 번 더 우리에게 각인시켰다. 오세현 세프(chef)가 혹서(酷暑)에 구사일생(九死一生)하라며, 단고기를 동기들에게 대접했다.
오는 8월 18일부터 있을 태국컨퍼런스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겸한 오찬이었다. 태국 촌장 김기환 옹의 글로벌 역량이 돋보인 치밀하고, 럭셔리한 오리엔테이션은 우리들의 마음을 한껏 부풀게 했다. 부산 선비 조영제 목사 부인 되시는 원명숙 사모님께서는 동행할 친구들에게 때깔 고운 티셔츠를 한 사람당 두 장씩 선물했다. 만개한 개나리처럼 샛노란 티셔츠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색이다. 우리는 공항 퍼포먼스에 그 티를 입고 입장하기로 했다.
동기를 내 몸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네는 한 결 같다.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구경시켜주고도 뭐가 아쉬운지, 찰진 떡에, 복사꽃 열음도 한 박스씩 차에 실어줬다.
점심 한 끼 먹으러, 부산 찍고 대구 찍고 음성에 입성한 황짱 일행은 식물원 꽃구경도 못하고 서둘러 돌아갔다. 대장님, 부산이 옆집이 아니라에~, 왜 신고도 하지 않고 떠났냐고, 군기가 빠졌다고 내가 카톡질로 나무라자, 금(金)은숙 사모가 애교 섞인 일향(一向) 충성의 고충을 털어 놓았다. 대단한 참으로 대단한 103년 지방회장 동기 부부들이다. 곱상한 언더우먼 삼례 임여사는 오매불망 그리던 대명 회동에 미착했다. 허리가 그 열정을 이겨내지 못했단다. 8월18일 영종도에서 보자며, 옥니를 깨물었단다.
지난 6월 23일(월)에는 그 누구의 낙선 보은 행진 일환으로 번개팅을 삼례에서 가졌었다. 임실 옥정호 붕어찜으로, 정읍 전통찻집 차마루(063-538-8778)에서 특미 쌍화탕과 복분자 팥빙수로 후끈 달아 오른 삼례 후미를 즐겼다. 장메시 부부는 난생처음 본 비파 열매를 공수해 왔다. 수양버들 아래서 자란 남국의 열매를(위 사진). 그날 돌아오는 보따리에는 그 언제처럼, 언더우먼이 선사한 백년초, 복분자, 매실 원액 등으로 풍성했다.
그런데 오늘과 직전 두 차례 모임에서는 그 대화의 주제가 향기롭지 못했다. 특히 남정네들의 식탁에서는 그랬다. 누군가의 누수구(漏水口)에서 뭔가가 누수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식사 중, 그 누가 그 누구에게 나직이 물었다.
“맘 좀 삭이셨냐?”고.
“…… 뭔가 내 안에서 역류하고 있다. 아직.”
그가 내 장총의 방아쇠를 잡아당기자, 자동소총처럼 드르륵, 발사되는 나를 발견했다. 바로 옆에 위원장님께서도 좌정해 계셨다. 보다 공명정대하게, 그러나 가장 불공정한 레이스를 펼치게 했던 심판관께서 총알받이가 되셨다. 나이가 들자, 전립선 비대 증상으로 시도 때도 없이 뇨기(尿氣)를 느끼는 내가, 그 노기(怒氣)를 주구장창 그 누구에게 쏟아냈다.
그랬어도 심각하지는 않았다.
귀경길에 그는 그 누가 뭐가 예쁜지, 아니 속죄 제물 바치듯
나에게 생물 아귀(blackmouth angler)를 내 아구 가득 채워줬다.
입 닥쳐, 라는 대꾸 대신.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내 시도 때도 없는 뇨기? 아니, 노기(怒氣)가 가소롭다는 듯.
설설, 가자미 눈 웃음 실실 쪼개며.
그래 우린 결코 찢어 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 물릴 수 없이 깊어져 버린 신뢰
그 징헌 신뢰 때문에.
신뢰가 있어도 관계가 불편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신뢰가 없으면 절대로 선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김성찬의 아포리즘(aphorism) ㅋ-
이젠, 되돌아 갈 수 없다.
산 속, 너무 깊이 들어 서 버린 까닭에.
우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