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의 미술 접근법 454 - 미술작품에서의 표절, 자기표절
요즘은 초등학교 여름방학 숙제가 잘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 여름방학숙제는 개학한 후 하기가 일쑤였다. 식물채집과 곤충채집은 하루 만에 할 수 있는 일이다. 집에서 조금만 나가면 온갖 곤충과 실물들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가장 하기 힘든 숙제가 방학일기다. 신문이나 인터넷이 없어서 지난날의 날씨를 알길 없다. 일기장 맨 위에는 해 그림, 해가 구름에 반쯤 가려진 그림, 구름, 우산그림이 있다. 어림잡아 동그라미 친다. 내용이 문제다. 한일 이라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친구들이랑 쏘다니다가 점심때 즈음 그날그날 도착한 어느 친구 집에서 대충 때우고, 또 나가서 놀다가 해 그름 할 때 집에 들어가서 대충 씻고 밥 먹고 텔레비전 보다가 그냥 자는 일의 반복이다. ‘친구와 놀았다’는 여섯 글자는 너무 어색하다.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나가서.......친구와 놀았다’로 한 페이지를 겨우 채운다. 그다음 페이지부터는 일사천리다. ‘어제와 같음’, ‘어제와 같음’.... 완전 자기 표절이다.
시골에서 오랫동안 공무원생활을 하시다 명예퇴직을 하신 형님이 계시다. 트랜스젠더 스타만 나오면 텔레비전을 끄거나 채널을 바꾼다. 무조건 싫고 느끼하단다. 싫음에 대한 무조건 감정 표절이다. 어떻게 생각해 볼 여유도 없다. 서울에서 정년퇴직하신 어떤 분은 정치얘기만 나오면 리모컨 찾기 바쁘다. 끼리끼리 노는 정치에 염증이 난단다. 정치표절이다. 언제나 비슷하다. 가끔 다른 사람이 등장하긴 하지만 노는 방식은 똑같다.
표절(剽竊)이란 남의 것을 베껴서 자신의 것인 냥 발표하는 행위다. 옛날에는 윤리적인 문제로 삼았으나 지금은 범죄 취급한다. 돈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채나 기타의 방법으로 주요직을 선발할 때 점수가 되는 논문의 경우에는 더 심각하다. 합격과 불합격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최근에는 ‘자기표절’ 또한 중요하다. 표절해 놓고서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논문에서는 한 문장에 여섯 단어 이상 중복되면 표절로 인정하기도 한다. 어떤 학술 논문에서는 문장의 30% 의미를 표절로 두기도 한다.
미술작품에서 표절은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거의 흡사한 무늬를 그렸더라도 의미만 다르면 표절에 해당되지 않는다. 공산품이든 자연물이든 미술작품으로 옮겨지는 대상은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미술작품에서의 표절은 모양새나 무늬를 잘 말하지 않는다. 미술에서의 표절은 기본적으로 의미나 내용을 이야기 한다. 모양새는 의미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이를 보호받고 싶다면 특허청에 상표 등록 하여야 한다. 이 또한 쉽지 않다. 재료와 질료가 이미 공개되어 있다. 심산유곡의 풍경을 처음 그렸다고 자신의 것이라 주장할 수 없다. 사진도 그러하다. 모델 한명을 두고 여러 명이 찍는다. 찍은 필름이나 데이터에 저작권이 형성될 뿐이다. 미술작품에서 저작권은 작품이미지 자체이지 그려진 형태나 모양새, 색상이 아니다. 그래서 미술 작품은 판매가 되어도 이미지 저작권은 미술가에게 있다.
“네 작품 누구꺼랑 비슷하다.”는 말은 절대로 표절이 아니다. 누군가의 감성과, 누군가의 표현의도가 현재 자신에게 와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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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의 미술접근법 500회 특집 강연>
내 용 : 한국 미술 현황과 진짜로 효과 있는 미술가 마케팅
일 시 : 2013년 7월 20일 (토요일 오후 2시)
장 소 : 하나은행 본점 강당(서울 을지로 1가,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신청은 아래 주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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