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그리움.......
소문나지 않은 도린곁길을 자박자박 걸어보기가 그리 쉽겠냐마는....
세상의 소요와 번잡을 벗는 향기로운 사색의 기회를 장만하고 싶었다.
바다, 살흙 길, 바람, 숲, 사람들이 그리웠다.
장마철의 오랜 비처럼 마음을 흠뻑 적셔줄 그리움덩이들을 와락 껴안았으면......
'내가 원하는 걸 곡진하게 끌어 당기면 현실은 움직여 준다?'
치명적 매력으로 꽂히는, 영덕 블루로드 & 주왕산 트레킹 소식이 그때 와닿더라는....
뜨거운 가슴을 닮은 7월에, 블루로드 트레킹이라.....
무엇에도 구속되거나 흔들리지 않는 차가운 열정으로 깊은 사랑 빚기에 맞춤일 블루색 길!
바다색도 하늘색도 달짝지근할 것 같은,
알싸한 그 길을 만나기 전에 문장의 쉼표 찍듯 바람 피러 들른 곳이 있다는데....
청송 야송 미술관^^
글에서 만나고 청송에 갈 일이 있으면 꼭 찾아뵈야지 했던 분을 그렇게 뵐 줄이야.
바람 피러 간 곳은 실경 산수화의 대가인 야송(野松) 이원좌 화백이 귀향해 화구를 푼 곳.
청송 야송 미술관, 옛 신촌 초등학교를 현대식 전시관으로 꾸몄는데, 분위기 괜찮았다.
이~~~~따만큼 큰 그림을 그리는 화가.
6개월 또는 1년 넘게 시간을 풀어 그려냈다는 주왕운수도, 무릉하운도...벌어진 입이 다물지 않았다.
옆으로 비스듬히 그림을 보고 있으니
발만 떼면 오를 수 있을 듯한 입체감에 등골이 서늘, 서늘.
휘돌고 넘실대는 농선(濃線), 담선(淡線)의 붓놀림에 산세가 호쾌하게 들썩거렸다.
그 큰 그림을 그려내느라 논에서 쓰는 사다리까지 끌어다가 쓰셨다고.....
미술관 벽을 가득 채운 거대한 그림을 마주하니 마음 골짝으로 청송 푸른 바람이 '훠이~'지나갔다.
창포말등대
'우린 한몸이야'
에메랄드빛 동해가 훤히 들어오는 영덕 대게의 집게발이 형상화된 등대.
24m 높이의 등대기둥을 대게 집게발이 보호막처럼 애틋하게 감싸고 있다.
'그대 그리고 나'의 드라마로 유명해진 곳이라서가 아니라...
바람 냄새 나는 그 곳서 사람들이 눈 흘긴다 해도 '그대 그리고 나' 단둘이서만 머물고 싶은 곳....
영덕 풍력발전 단지
순백색 프로펠러의 둥근 춤사위에 바람 이끄는대로 나도 허허롭게 돌고 싶었다.
영덕 군민 1년을 너끈히 쓸 수 있는 전력을 장만해 주는 24기나 되는 풍력발전기는
그 자체가 마음의 티끌을 거두어 가는 바람의 날개였다.
지난 해 중추에는 남해에 있으며
수운이 저물녘 모첨에서 달을 맞았네
어찌 알았으랴, 이 밤 동해 바닷가에서
맑은 달빛 마주한 채 옛 동산 그리워할 줄......
달밤,
고산 윤선도 시비 앞에서 시를 음미하며 영덕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면 가슴 충만할 듯.....
석리 블루로드
바다 물 빛깔이 갈맷빛!
'블루 로드'라는 말만으로도 푸른 물감에 스며들듯 지레 가슴이 말캉거렸는데.....
지독한 아름다움 앞에서는 눈물이 차오른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님을 짙게 실감했다.
다 내려두고....입술 삐죽거리며 연애하는 스무 살로 되돌아 가고 싶었다.
리본처럼 새침하게 묶어뒀던 마음도
아찔한 해당화 향기에, 눈 시린 바다빛에 하얀 거품 풀어놓듯 말갛게 허락하고 말 곳.
은결든 가슴도 호로록 치유 될 것 같은 이야기가 피는 감성의 길^^
나직하면서도 청렬한 울림이 두둥둥.
후각을 화악 건드리는 야생화 무더기에 아랫도리는 후들거리고
혀끝에 술 한 방울 스치지 않았는데도 점점 달뜨는 정신은 꼬불꼬불.
하늘에게 배꼽을 들키든 말든 푸른 언덕에 발라당 눕고 싶었다는.....
속이 비치는 투명한 바다를 두고 한 맹세
무늬를 새기듯 마음 깍지 낀 '재춘 ♡ 주영' 그 진실한 약속 꼭 지켜내기^^
바작바작 애가 탔다.
손톱까지 파랗게 물들 것 같은 깨끔한 풍경을 어찌 갈무리한담?
어중간한 감정으로 이곳에 들른 이들이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하나로 포개질 곳.
칠월의 칼칼한 축제.....
얼마를 머물지 못하고 가볍고 빛나는 헤어짐을 치러야기에 덜컥 마음 줘버리면 안되는데....
딱히 감정을 이입하지 않아도 어느 결에 내 가슴 폴더를 깊숙이 밀고 들어온 바다......
어쩌자고.....그 지경으로 흔들어 놓는 건데? 응?
제 몸을 유연하게 비틀어 즈려밟도록 드러누운 해안길.
훅훅 끼치는 갯내에,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비경들이 꿈속처럼 몽롱하게 번졌다.
지나친 감정 노출은 헛발 딛기에 딱이다, 싶어 정신 꼿꼿하라고 어르고 달랬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꼬집어 비틀어도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때가 있기에
아름다워서, 아름다워서 설움이 목젖을 누르더라는.....
나는 보았네.
저쪽에서 이쪽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리운 사람을 부르다가, 부르다가 목쉰 바닷바람....
푸른 물기 머금고 허영허영 지나는 바람의 몸짓을.....
레오 님께서 빚어주신 작품^^
우리네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톡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언제 그렇게 자유로웠던가?
우리의 자유는 환상이다.
이 몸이 파도보다 더 빠른 템포로 촐랑거려 담금질당해야 한다면
그 환상에 지독히 목 마르고 허기졌던 모양이라고 이해해 주면 안.될.까.나....
바다, 파도, 해송 숲, 바윗길, 막사, 참호, 철조망, 해안, 절벽, 포구마을, 모래사장.....
연애 얘기 엮이듯 영덕 대게 마을서 죽도산에 닿기까지 조붓하고 서늘한 그 길은
오래도록 내 안에 올망졸망 둥지를 틀고 꼬물거릴 듯...
가슴 뜨거운 사람들끼리 바다에 뛰어들어 시망스럽게 참방댄 그 순간은 팥빙수보다 더 맛 있었고^^
죽도산 유원지
'한갓지다'는 말이 날숨으로 터져나온 죽도산 다붓한 대숲 길.
세상의 소리가 다 끊어지고 댓잎 부딪는 소리와 저 너머로 파도 소리만 차르락 차르락 들렸다.
후두둑 어둠이 쏟아져 나를 깜깜하게 가둔다 해도 '당신 마음대로~' 청처짐하게 걷고 싶었다는...
푸른 대숲 바람이 스물 네 개의 양쪽 내 갈비뼈 골짝에 마실 와 리듬을 타는지 서늘하면서도 간질간질....
나랏골 보리말 체험학교 바비큐 파티
나는 차마.....나랏골 보리말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던 그 밤을 말 못하겠다.
충분한 먹거리에 푼푼했노라,
그냥, 호박고구마빛 불꽃만큼이나 뜨거웠노라,
피붙이같은 가슴끼리 살가웠노라,
7월 여름밤답게 푸르렀노라고만?
인량리 전통 마을
이문열 소설 '선택'의 배경이 된 인량리 마을.
고택마다 대문이 없는 곳이 많아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 터앝에 자라는 푸성귀도 보고
예쁘다, 예쁘다 풋복숭아를 만지작거리다가 따서 깨물기도 했다.(서리 아니라고 생각함)
무엇보다 8성씨 12종택이 있는 마을이라니 그 '섞음'이 기이하고 훗훗했다.
네모 도시에 네모 건물에서 네모 길을 걷다가 고택 마을에 들어서니 호흡이 느슨해졌다.
예부터 어진 분들이 많이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서인지
'인량리(仁良里)' 고택에서 하룻밤 묵고 일어나니 머릿속이 어찌나 맑던지....
누군가 내 이마를 콩, 치면 '어질 인~~~~'메아리가 퍼질 듯 했다면 꿀밤 맞을래나?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고즈넉한 이 마을을 거닐 때
정수리가 뜨거워질 만큼 햇볕이 쨍쨍 했더라면 글렀으리라.
하늘이 도와 비를 그으니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에 운치가 그만이었다.
콘크리트로 무장한, 숨 못 쉬는 딱딱한 길만 걷다가
기와지붕 아래 살흙 길 위에서 비를 느끼니 그토록 감성이 탱글거리고 말개지는 것을....
어느 시인의 표현대로
'빗소리는 마당이 빗방울을 깨물어먹는 소리'가 맞더라는...
청송 얼음 약수
굴처럼 패인 석빙고 얼음골 약수터.
그 서늘한 굴 속으로 들어가 물을 받다가 물방울이 튀긴 손등을 호호 불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얼음골은 겨울에 빙벽 훈련장으로 쓰인다는데
나도 두부같은 살이 더 불기 전에 아찔하게 매달려 보는 상상을 띄우다가 푸힛, 혼자 웃었다.
비 긋는 주왕산
주왕의 사연이 칠월의 청포도마냥 주저리 주저리 맺힌 주왕산에 푸른 비를 맞으며 오르다니!
대전사를 거쳐 주왕산 초입에 들어서면서 내 가슴은 방망이질치기 시작했다.
흥! 분! 되! 었! 다!
망월대, 주왕암, 급수대, 학소대, 시루봉, 얼굴바위.....
7000만 년 전 폭발한 화산에서 흘러내린 화산재가 만들어 낸 걸작.
바위로 병풍을 둘렀다는 뜻으로 주왕산의 옛 이름이 '석병산'이라 했을 만큼 우람했다.
깎아지른 벼랑, 벌떡벌떡 서있는 암봉에 운무가 어리니 신선 골짝을 침범한게 아닌가 싶어 겁나기도....
노드리듯 쏟아지는 빗발에 숲이 들썩거리고 여기저기서 가슴을 씻어내는 살여울이 솰솰솰....
고개를 한껏 제껴야 우람한 근육의 암봉들을 눈으로 훑어내릴 수 있는 기묘한 형상들.
하늘에 첨탑을 쌓아올린 듯 거대한 덩어리 돌비알의 치솟음에
깎아지른 협곡과 시원스런 물줄기에 가슴 길은 온통 말발굽이 쿵쾅쿵쾅
마음 같아서는 비닐 우비 나부랭이를 확 벗어제끼고 가슴 대 가슴끼리 만나자며 들이대고 싶었다는.....
내려꽂히는 열정 넘치는 물줄기.
암반으로 장쾌하게 흐르는 제1폭포, 제3폭포, 제2폭포
ㅋㅋㅋ 에궁, 폭포가 하양 베개로 보입니당ㅠㅠ
답사 느낌 피식, 꺼지기 전에 오늘은 꼭 후기를 써야지 하고
컴 앞에 앉았드랬는데......
이번 주 감당할 일이 많아 잠을 좀 굶었더니.....
세숫대야(?)가 이쪽저쪽으로 엎어져
도저히 안 되겠음ㅠㅠ
저 이만 깨꼬닥 코~ 자러.....
저 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따스한 덩어리가 추억이라던데,
내 심장이 뚜우뚜 멎기 직전까지는 한뉘 좋은 이들과 따끈한 추억을 빚고 싶다, 듬뿍.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 있어 좋다.
다리쉼하며 걸었던 영덕 블루로드와 청송 비 긋는 주왕산....
뜨거운 계절, 가슴 뜨거운 사람들과 빚은 산산한 기억을 오래 붙들고 지내리라.
첫댓글 이 사진을 보니 제주가서 비맞으면 올렛길 걸었던 생각이 더 간절해집니다..
음악도 좋고~~
바다풍경도 좋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