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초등학교 130
그놈 잘 생겼다 키가 크고 미끈한 몸에 서글서글 인상도 좋지
모래사장 너른 강마을에서 할머니 모시고 사는 성진이
가들 아버지요 잘 생겼어요 휴게소 우 여사의 칭찬
서울 사는 아버지 새장가 들었는지 동네 여자들 궁금했다
공부도 잘 하고 교육청육상대회 백 미터 달리기에서 1등
여동생 순지도 미끈하고 일가 동생 희윤이도 미끈했다
충주 성 싸움에서 왜놈들을 이겼다는 고구려 병사 후손 충주 석씨
그 공으로 면천되자 이제 떠나자 남쪽으로 새 땅을 찾아
영남 땅 평은 산골에 날아와 한 마을 백여 호 소복하게 퍼졌다
성진이가요 성진이가요 6학년 담임 정 선생이 가끔 혼자 소리했으나
전교생 50명 시골 학교 짱으로 의젓한 치세였다
점심 한 판 맛있게 먹고 사택 뒤에서 상문이하고 담배 타임 꺼내다
사택 옆에서 담배 피우던 박 선생에게 딱 걸려 선생님 잘못했어요
담임 샘 알면 우리 죽어요 미끈한 몸이 굽어지고 잘 생긴 얼굴이 구겨졌다
가위 가져오너라 뼈 녹는다 대학생 되거든 피워라
담임에게 말 안 한다 약속 아래 한 갑 담배 뭉텅뭉텅 잘려나갔다
아이들에게 담배 팔면 안 되지요 아이구 선생님 우린 절대로 안 팔아요
휴게소 우 여사는 청소년 담배 판매 금지 법을 알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용서할까 안 할까 여러 사람이 궁금해 하던
졸업식 날 온 성진이 어머니 담임도 안 만나고 조용히 떠났다
이놈들 이제 졸업이구나 정 선생님 성진이하고 상문이 봄에
담배 피우다가 걸렸지요 알고 있어요 아이들이 일기에 썼더군요
순지야 오빠 중학교 잘 다니니 예 잘 다녀요 재미있다 해요
2학년 되더니 훌쩍 서울로 전학을 갔다
시내 일진 아이들과 어울려 놀다가 퇴학 당했어요
순지는 아무 말 안했지만 정 선생은 환하게 알고 있었다
그놈 잘 생긴 값 하네 머리가 좋으니 정신 차리면 성공할 텐데
오빠 서울 학교 잘 다니니 공부 잘 하니 예 잘 다녀요
충주 남한강변에 서서 온몸으로 강바람 맞던 고구려 병사
잘 생긴 씨앗 죽지 않고 천삼백 년 넘어 살아남아
서울 갔으니 한강 큰물 마시며 활짝 피겠지
2013년 2월 22일 한산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