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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산초등학교 52회 졸업생모임
 
 
 
카페 게시글
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봄을 기다리며,
나그네(김만수) 추천 0 조회 59 11.03.12 10:1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봄은 봄이되 봄같지 않은 봄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봄인 줄 알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혼줄이 나고,

봄인 줄 속은 내가 어리석었지.

 

 예쁜 강아지 나리를 데리고 뒷산에 갔다가

길섶에 있는 개나리를 보곤,

 

 혹시나 하고 꺽어다 

며칠전 전지한 자두가지와 같이 화분에 꽂아 놓았더니

아니다 다를까?

꽃이 피었다.

 

 개나리도,

자두도 따뜻한 실내에서 봄이 온걸로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자두꽃 향기가 자연산에 미치지 못한다.

 

 어쩌겠는가?

이것도 자연의 섭리인 것을...

 

 

 

 요즘 나만 졸졸 따라 다니는 나리.

강아지가 토종이라 이름도 나리로 지었다.

 

 이제 겨우 생후 2개월 인데 귀가 쫑긋하게 섯다.

명견의 후손 아니랄까봐 자세도 의젓하고,

 

 주인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초롱초롱하다.

차라리 초롱이라고 이름을 지을 걸 그랬나?

 

 

 

 화병에 핀 개나리와 자두.

그 곁에 있는 바이올렛은 외롭게도 한 송이만 피었다.

좀 더 많이 피라고 거름을 듬뿍 넣어 놨으니 곧 소식이 오겠지.

 

 얼마전 눈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며 푸르름을 자랑하는 바위이끼를 보고,

이제 겨울도 얼마남지 않았슴을 알았다.

 

  그 누구도 오는 봄을 막을 수 없다는 것도.

 

 그래도 봄은 온다는 화두에

 

 상화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를 생각 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이상화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담은 하늘아 들아

내 마음에는 내 혼자 온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귀에 속삭이며

한자욱도 섰지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자란 보리밭

간밤에 자정이 넘어 나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 나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아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께춤만 추고 가네.

 

 나비야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꽃들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이가 지심매던 그들이라도 보고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서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음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신령이 접쳤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상화(尙火) 이상화(李相和)는 1901년 대구에서 4형제중 둘째로 태어나 중앙고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 외국어대학에서 불어학을 공부하다 중퇴하고 귀국한다.

 

 한때 지금의 대륜고에서 조선어와 영어작문을 가르치기도 하고,

대구에서 3.1운동 거사를 모의하다가 들켜 일본경찰을 피해다니기도 하며,

 

 현진건, 박종화등과 백조 동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도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1941년 40세의 나이에 위암으로 죽는다.

 

 

 1926년 <개벽>에 발표된 이시는 작자의 반일(反日) 민족의식을 표현한 작품으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비록 나라는 빼앗겨 얼어붙어 있을 망정,

봄이 되면 민족혼이 담긴 조국의 대자연은 우리를 일깨워준다는 것이다.

 

 국토는 일시적으로 빼앗겼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몸부림,

즉 피압박 민족의 비애와 일제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

 

 그래 맞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 것이다.

자연은 결코 배반을 하지 않으니...

 

 

 곧

봄같은 봄이 오고,

우리집은 꽃집이 되겠지?

 

 그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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