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유통업체들은 지금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IMF시절을 능가하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대형소매점들의 역내 진출로 인한 업태 포화상태, 홈쇼핑.인터넷쇼핑몰 등 신업태의 출현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영세유통업체와 재래시장은 유례 없는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앞으로도 위기의 속도에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우유통의 경우 1997년 1천400여개에 이르던 가맹점 숫자가 2003년 말엔 1천200여개로 약 15% 가량 줄어들었고 나머지 슈퍼마켓 체인인 경북유통과 대한슈퍼체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신우유통 관계자는 "매달 폐점과 신규점포 창업이 7, 8건에 이르는데, 이 중 50~100평 규모의 중소규모 슈퍼마켓은 폐점하는 곳이 많은 반면 신규점포는 20평 내외의 소규모"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도 대폭 감소했다.
대한슈퍼체인 김영교 대표는 "대형소매점 하나가 생겨나면 중소규모 슈퍼마켓 300여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 지역 유통업체가 겪는 어려움은 이같은 외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유통산업 구조 자체가 아직 취약하다는 내부적 요인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2000년 말 기준으로 국내 유통산업 규모가 약 105조원에 이르지만 이 가운데 72%가 가족생계유지형이며 종사자 4인 이상 규모가 전체 91%를 차지한다.
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세 유통업체가 대부분을 이루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심리적 두려움을 갖기 쉽다.
중서부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 대상으로 정보화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 인식이 바뀌지 않았고 컴퓨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시스템을 선진화하려면 이런 점도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한 유통시장을 두고 언제까지나 외부 환경 탓만 하기에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하는 태도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수동 한국유통학회장은 "유통을 산업으로 인식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에 따르면 유통산업은 GDP의 9.9%, 고용의 19.1%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산업적으로 큰 것.
이에 따라 실제로 변화한 유통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작은 점포이지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역 패션 브랜드들은 전국 유통망을 이용, 이미 전국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
K.D.C 깜, 김우종, 최복호 등 지역 패션 브랜드들은 전국 백화점에 입점해 성공한 사례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면서 다시 기사회생한 경우도 있다.
이마트에 PB(Private Brand)브랜드로 납품하고 있는 풍국면은 회사를 정리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1995년 이마트에 납품 하게 되면서 다시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거듭났다.
풍국면 최익진(43)사장은 "당시 PB개념이 일반화되기 전 우리가 먼저 이마트측에 PB브랜드를 제안해 품질 하나로 끈질기게 설득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우리 상품이 이마트 PB상품 중 1호였다"고 말했다.
현재 풍국면은 월 1억2천만원 어치 120t의 국수를 전국 이마트에 납품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매출의 25% 정도 차지한다.
지역 중소기업체인 동진침장은 이마트 자연주의 매장에 침구류를 납품하고 있으며 홈플러스를 통해 전국 유통망을 갖추게 된 중소기업으로는 보국전자, 코스모스 등이 있다.
따라서 대구시가 적극 나서 우수 중소기업과 유통업체를 연결, 이를 육성할 필요도 있다.
PB브랜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제조업체와 직접 손잡고 제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NPB(National Private Brand)상품 개발은 브랜드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을 반영하고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공동개발해 한 유통업체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전용 상품을 말한다.
이수동 교수는 "이미 유통환경이 변화한 상황을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또는 전세계적으로 구축돼 있는 유통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오히려 지역 중소 제조업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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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로는 없는가..(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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