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느 봄날,
결혼을 하기로 결정하였을때,
아마 우리들의 마음 속은 결혼, 그 자체보다는
드디어 함께 여행갈 수 있는 빌미가 마련된 것에
더욱 들떴는지도 모르겠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소년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그랬다. ^ ^;;)
갑자기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평생 함께 할 사람,
그리고 결혼이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제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신중한 결정은 다 제껴두고
'오호~? 이거... 결혼하면 신혼여행 갈 수 있잖아~~~?
...'
이런 생각에 우선 귀가 솔깃했던 것이다.
(사소한 일에는 무지 망설이지만 큰 일 앞에서는 한없이 단순해 지는 나 ㅡㅡ;)
나야 원체 소년의 멋진 글솜씨로 풀어낸 여행기에 매료되어
지중해클럽까지 찾아온 열혈 클러버였으니 (이거이거 왠 연예인과 팬의 분위기... ㅡ ㅡ;;)
소년과의 여행은 늘 꿈꿔왔던 일이었다.

그렇다. 고백하건데 나 이런 사진들 볼때마다 무지 부러워했다.
좌소년, 우조셉을 거느린 여인네들을... ㅡㅡ;;;
그러나 늘 꾸어왔던 꿈인 동시에...
딸부잣집 엄한 아버지의 감시하에 놓인데다
의외로 모범생 기질이 다분한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나로서는
연애기간에는 감히 실행할 수 없는 아득한 꿈이기도 했다.
아뭏든 소년은 식탐이 많다는 나의 약점을 이용한 프로포즈를 감행하였으니...
소년은 직접 그 동안 찍은 우리들의 사진들을
오리고 자르고 붙여서 손수 꾸민
나름대로 매우 감동적인 사진첩을 내밀었는데
(집들이 참석자에겐 사진첩 관람의 기회를~~?? ^ ^;;;)
맨 마지막 장에 요런 식탐 포착 사진을 들이대며
'평생 맛있는 것만 먹여줄게' 라고 꼬셨던 것이다...
(그 약속의 결혼 후 현재 이행 여부는...
맛있는 것만 사주기는 하나 양이 부족하게 조금만 사주고 있음...ㅜㅜ;)

아뭏은 내 생애 처음의 프로포즈...
떨린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원샷(커피!) 쫙하고...

그래, 여행도 같이 갈 수 있겠다, 평생 맛있는거 먹여준다니,
결혼, 하지 뭐! 하자!

일단 결정하고 나니 무지 마음이 편해지며 마냥 행복~~
'우리 결혼해요~~~'
그렇게 우리는 2005년 11월 17일,
내 결혼식에 꼭...! 하고자 고집했던대로
재즈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Fly me to the moon을 축가로 들으며
(비록 불러줄 사람이 없어 15만원에 섭외한 전문 축가 가수의 노래였다해도... ㅠㅠ;)
드디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몇달 후에 우리와 같은 장소에서 올린 시누이의 결혼식에
'비'가 와서 'I do'를 축가로 불러주는데
15만원짜리 내 축가가 생각나 약간 비참햇음. ㅠㅠ;;
궁금한 이들을 위하여; 시누이, 즉 소년의 동생은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비'가 주연한 '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집필한 작가로 '비'랑 무지 친한 사이임 ㅡㅡ;;;)
소년에게도 best friend는 비록 아주 멀리 있어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의 아버지가 주례를 서 주시고,
주례 후에 best friend (=조셉님)의 편지까지 읽어주셨던,
--- 편지라기 보다 신부에게 자기 친구인 신랑의 quality를 보증한다는
일종의 보증서였음...ㅋㅋ---
나름 우리에게 있어서는 너무나 특별했던 결혼식.

뒤에 계신 주례 선생님이 한때 지중해 클러버들의 여심을 사로잡았던 조셉님의 아버지
그.렇.다.면.
당연히 유럽여행까페에서 만난 커플이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야
더더욱 우리의 결혼 스토리가
Dramatic & Romantic
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소년이라는 아이디에 무색하게 (ㅜㅜ;;;) 나이가 꽉~찬 우리들은
해를 넘기지 아니하기 위해 11월에 결혼하게 되었고
초겨울의 쓸쓸한 유럽은 왠지 신혼여행으로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아
결국은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다.
물론 몰디브 또한 허니문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로맨틱한 후회없는 곳이었다.

완전 멋졌던 힐튼 수상 빌라...

몰디브의 선셋을 기다리며...

유치하지만 여행기를 의식한 요런 장난도 해보고~~

다만 무지하게 활동적이고 현지인의 삶을 엿보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과 마린에게는 몰디브가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곳이었다.
특히 배낭여행 체질인 소년은 더욱 그랬던 모양인지
얼마전에 소년은 몰디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은
말레관광이었다는 충격 발언조차 하였다 ㅠㅠ;
(몰디브는 수천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이며 리조트 하나가 섬 하나 전체를 독차지 하고 있다...
리조트 섬에서 나와 수도 섬인 말레에 위치한 공항에서 밤비행기를 타기까지 남는 시간 동안
잠시 말레 시내를 관광할 시간이 주어진다.
럭셔리 리조트에서의 휴양을 목적으로 온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말레관광은
그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대충 지나치게 마련인 곳 ㅡㅡ;;;
소년의 이 발언은 어찌보면 우리가 머무른
몰디브 힐튼 리조트에게는 굉장한 굴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 나는 힐튼 너무 좋았다,,,, 내가 고른 곳이니... ㅡ ㅡ;;;)
생각해보니 소년은 마지막날 말레에 나와서야 신혼여행 온 이래로
가장 흥에 겨워 셔터를 쉴 새 없이 눌러댔던 거 같다. 역시 좀 특이한 인간이다...


말레의 밤 풍경... 아마 이 건물이 대통령 관저였던 듯...
에메랄드빛 바다, 야자수, 그리고 멋진 리조트가 빚어내는
완벽한 아름다움도 좋지만
어딘가 부족해 보여도 사람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 아쉬웠던가 보다...
어쨌든 한 해가 지난 올 여름 드디어
신혼여행의 아쉬움을 달래줄
'유럽여행 커플의 유럽여행'의 로망이 이루어 지게되었다.
무더위와 성수기를 피한 늦여름으로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정한 후
드디어 목적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1. 시칠리아섬까지 이태리 남부 여행,
2. 프로방스에 중점을 둔 프랑스 종단 여행,
3. 두브로브니크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여행,
이렇게 세 후보를 두고 무지무지 x 100 고민하다가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좀 더 새롭게 느껴질 곳으로 가보자는 생각으로
(어쨌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가보았으니깐. 물론 각자)
3번을 최종 목적지로 낙찰하였다. (낙찰~ 쾅쾅쾅!
)
비엔나 in --> 두브로브니크 --> 프라하 --> 체스키 크룸로프 --> 프라하 out
으로 여러번 머리를 쥐어짠 끝에 여행루트를 확정하였다.
소년이 KLM 발권을 마치고 e-ticket를 출력해 '짠~'하고 보여주었을때...
'이제 정말 가는건가보다' 하는 실감이 나면서 너무너무 신이 나서
e-ticket을 양손에 들고 진짜로 덩실덩실 춤도 추었다. ^ ^;
그리고 두브로브니크와 프라하 항공편을 또 예약하고,
프라하에서 체스키 크룸로프 다녀올 렌트카도 알아보고,
여행책을 잔뜩 사고, 옷도 사고, 운동화도 사고...
온갖 예약 사이트를 이리 뒤지고 저리 뒤져 호텔을 예약하고,
프라하에서 파리에 있는 친구와 랑데뷰를 하기로 약속을 잡고...
두달여간의 여행 준비과정이 이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물론 준비과정에서 트러블도 있었다. 차차 여행기에서 밝히기로 하고... ^ ^;;;)
내 생일에는 소년으로부터 커플 여행가방하고 새로운 디카까지 선물받았다.

완전 큰 액정이 자랑거리인 IXUS 800~~~
(아마도 이거 줄테니 자기 사진찍을때 지루하다 보채지 말고 너도 사진이나 찍으라는 의미인듯... ㅋㅋ)

여행지에서도 나름 패숑을 추구하고 싶었던 내게 저 주황색 힙색은
선물을 오픈한 찰나의 표정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주는 아이템이었다... ㅠㅠ;;;;
(가방보고 뜨악~하는 증거사진이 남아있음...ㅡㅡ;)
아뭏든... 그리하여 여행준비 완료!!!
그.렇.게. 정말로 떠나게 되었다.
꿈꾸어왔던 지중해 소년과의 유.럽.여.행.을~~~
(다음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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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프롤로그는 소년과의 만남과 결혼까지를 위주로 쓰다보니
넘 닭살스러운거 같아 살짝 민망하군여...ㅜㅜ;;;
그러나 다음편부터 본격적인 동유럽 여행기에 들어가면
지금이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됩니다~~ ㅎㅎㅎ
소년의 여행기와 비교해 가면서 재미있게 읽어주시길~~ ^ ^;;;
예전 유럽여행기, 작년 발리여행기처럼 작심삼일 안되고 꾸준히 쓸 수 있게
많은 호응 (=리플 ㅋㅋ) 부탁드려용~~ ^ ^;;;
첫댓글 ㅎㅎㅎ넘 재미나네요.결혼의 비하인드스토리까지....소년님의 글솜씨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부창부수인지 아니면 원래 실력이 좋으신건지...마린님도 글솜씨 좋아요.다음 글도 기다립니다.^^ 참.카메라 좋지않던가요?제 카메라와 같아서 ㅋㅋㅋ
mia-LUIS님, 잼게 읽어주셔서 감사~~ 맞아여~ 우리 카메라 넘 좋아여 ㅋㅋ
마린이의 글솜씨..정말 넘 좋다.. 위에서부터 찬찬히 읽어내려오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결혼까지 이르는 과정과 사진들... 좋아 좋아... 담편을 기대하겄스


사츠키언니~~ 요샌 왜 온란에서 밖에 못 뵈는거에요~~ 집들이 오시지~ 보고파요~~ ^ ^;;;
ㅍㅎㅎ 어제 밤새워 쓰더니 글이 괜찮네. 나를 팔아서 글발 올린게 좀 못마땅하지만.. 뭐 일단 해봐!!! ===333
ㅋㅋ
어머어머,, 너무 재밌어, 마린이 유머 작가로 나서도 되겠다 ㅋㅋ.. 마린이 정말 정곡을 찌르는 멋진 프로포즈를 받았구나 ^^ 부러워, 부러워.. 집들이에 가서 사진첩 꼭 보아야겠다~~, 어여 다음편을 올려줘~~
핍온니... 유머작가라니 이런 과찬이 ㅋㅋ 참, 나도 요새 바이크즐님한테 푸우욱~ 빠졌어요 ㅎㅎ
재밌네요~ㅋㅋ어서 다음편도 올려주세요~~
뭉치, ㅋㅋ 너의 정체는?
ㅋㅋ너무 잼나다....두사람의 약간의 닭살스토리가 있었지만 소년오라버니가 아주핵심을 잘 파악했어.. 식탐~~~ㅎㅎㅎ사진첩 꼭보고 말테다...
클온니~~~ 온니의 식탐도 못지 않자너~ 둘둘 두마리 섭취 후 순대떡복이 먹자는데 찬성했던 언니였어,. ㅋㅋ
결혼 때 남자들이 하는 약속, 확률이 매우 좋지않거든요. 소년님은 약속대로 사실거죠.~~ 재미있네요. 다음편도 기대할께요.
olive-green님, 그러게 남자들은 결혼하면 다 변하나봐여? ㅠㅠ; 결혼하니 소년님에게 가진 환상 많이 깨졌어요 ㅋㅋ
두 분의 behind love story가 감동적이에요..난 프로포즈 받긴 했나 기억도 안남...마린 언니..이번엔 꼭 여행기 마무리 짓길 바래요..담편도 기다릴께요~
스프야~ 니 여행기 덕에 알게 된 두브로브니크 넘 넘 좋았자나~ 땡큐땡큐~~~!!! 이번엔 꼭 완결편까지~ ^ ^;;;;
ㅇㅎㅎ 넘 재밌어요. 언니의 여행기 계속 기대합니당~ ^-^* 난 비하인드 스토리가 더욱 기대된다능~ ㅋㅋㅋ
나무야, 잘 지내지~~ 잼나게 읽어주니 고마워~~ 비하인드 스토리 더 짜내봐야겠는걸~~ ^ ^
ㅎㅎ...두분의 결혼스토리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 저도 담편이 너무 기대되네요~~
송이야~~ 땡큐~~ 이렇게 잼게들 읽어주니 꼭 담편도 올릴게!!! ^ ^
마린 언니를 비롯하여 소년님과 소년님 여동생 분까지 모두 글솜씨가 좋은 가족이신 것 같아요~^^ 감동적인 프로포즈는 모든 여자들의 꿈일텐데, 소년님의 프로포즈두 정말 멋지구 다음 편 빨리 보구 싶네요~~
앗, 지혜 늠 올만~~ 방가방가~~ 그간 뜸했던 걸 보니 뭐 좋은 소식없어~~? ^ ~;;;;
흠...역쉬 누나글에는 실제보이는 모습같이 통통거림이....-_-)b 댓글 다신분들중 예전클러버님들이 많군여..^^
두분다 글솜씨도 좋으시고, 정말 잘 어울리세요~마냥 부럽네용^^ 잼나게 잘 봤어요 언니^^
정말 잼써요! ㅎㅎ 결혼생활 너무 행복해 보여서 마냥 부러운걸요!? 여행기두 넘 재밌구 마린님두 넘 이쁘시네요 담편두 기대할게요!^ㅡ^
언니 넘나 잼나서 사장님이 콜하는대도 무시하고 다 읽음 ㅋㅋㅋ 와우.. 여행기 발리에서 끊나버려서 어찌나 궁금한지... 이번엔 꼭 완성하길 바래용~ 나두 지중해 클럽에 알맞는 지중해 여행을 어서 또 갔다와야지.. 이거 동남아 순회공연만 하니깐 ㅋㅋ 글구 언니 나랑 디카 똑같당... 우리의 익서 넘나 좋지?! 내가 요즘 너무 아끼잖아 익서 ㅋㅋ
득병아, 난 장기여행다니는 니가 더 부러워... / 냉면좋아님~ 올만이에요~ 방가워요~ 영어공부 잘되세요~~? ^ ^ / hola~ 야, 드디어 여기서 만나니 색다르당~~ ㅎㅎㅎ 여행기두 올리구 활발한 활동 완전 조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