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정말이지 예측할수 없는 뇌전증 간질 같아서
내일의 예측은 두말 할것도없이 당장 한시간 후의 변화도 알수가 없다.
그리고 어떤때는
전체 조황정보를 보고 불횡일 경우 '그냥 바닷바람이나 쐬고 오자'고 비운 마음으로 떠났던 출조가
뜻밖의 대박조과로 이어졌을때 이 단어 杞憂는 뜻 그대로 杞憂 일 뿐.
이번 추봉도 출조가 그랬다.
지난달 마지막 토요일인 27일.
아직은 남해안 갯바위 수온이 안정적이지 못하여
어디든 조황이 들쭉날쭉 변덕이 심하다는 정보에
바다낚시를 갈때면 거의 항상 붙어 다니다 시피 하는 경산의 지인과 '해상 좌대나 가서 하룻밤 쉬었다 오자'고 합의,
추봉도 땅끝좌대 관리인 최승빈 사장한테 전화를 내어 29일 오후 2시에 들어 가기로 약속을 하였었는데
출발일인 29일 새벽 1시 30분쯤
한잠이 든 내귀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히 울린다.
"헤임, 저한테 무슨 일이 생겨 도저히 오늘 추봉도 좌대 동행을 못하겄심니더"
들어 보니 술이많이 취한 목소리다.
27일 좌대를 예약해 놓고 우리는
29일아침 9시에 우리집에서 만나 가는길 필요 한것들 준비도 하고 점심밥도 먹으며
여유있게 가기로 약속 되었었는데 무슨 일인진 몰라도 이렇게 새벽까지 이어진 술판이라면
'뭐 않좋은 일이 있는가 보다' 싶어서
"낚시 그거이 뭐라고, 걱정 말고 일이나 잘 보세요" 하며 출조를 포기하고
평소처럼 7시경 기상하여 매일같이 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9시쯤 추봉도좌대 최사장한테 전화를 하여
"동행키로 했던 사람이 갑작스레 집안에 일이 생겨 오늘 가기로 했던 좌데예약을 취소 한다"는
통보를 꼭 죄지은사람 마냥 전하고 싸 두었던 짐을 다시 해체하여 창고에 넣어 두었다.
그렇게 잊고 지리산 고향집에나 다녀 올까하여 짐을 챙기고 있는데 다시 그 지인 한테서 전화가 왔다.
"형님 시간 되시면 점심이나 같이 하게 이마트 앞에서 만나죠 어제 실수의 댓가로 밥은 제가 살테니 "
그렇게 되어, 시골집에는 꼭히 갈 이유는 없었던지라 기다린다는 장소로 가 둘이 한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그 친구가 다시 앞서 가기로 했던 그 좌대에 가서 하루밤 쉬었다 오자고 제안을 한다.
"그러마" 하고 좌대 관리 최사장 한테 전화를 했더니
"아이구 삼춘~! 어쩌지요? 6월 2일은 예약이 꽉 차버려서 자리가 없는데"
이친구 좌대 최사장은 자기 좌대를 찾는 누구에게든 '삼춘'이란 호칭으로 통일해 부른다.
"할수없지요. 디음에 자리여유 있을때 가면 되지뭐"
말은 그렇게 해 줘도
예약된 당일 아침에 예약취소 통보를 한 나에게 좋은 감정은 없겠지.
통상적인 펜션등 이용예약 처럼 선불을 입금하고 하는 예약이 아니므로
그날 다행히 취소된 자리에 다른 손님이라도 들었다면 모를까
우리가 예약한 뒤 예약을 원하는 손님이 있었어도 받아 드릴수 없었을테고
취소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최사장 혼자서 부담을 해야 하는 일일테니.
그러나 좌대가 만원이라 "오지마라" 한다고 우리가 또 갈곳이 없겠는가.
"김형 기왕에 들뜬 마음, 그쪽 갯바위라도 조황 알아보고 들어 갔다가 오지"
"좋지요 그럽시다 형님"
그렇게 들어 가게 된곳이 공교롭게도
우리가 올라 가기로했던 그 추봉도 땅끝마을 해상좌대 앞이었다.
6월2일 새벽 2시 30분.
우리 둘은 가자피싱에서 승선명부를 작성하고 기다리는데
출조객들이 생각 밖으로 많이 찾아 와 출조 준비를 한다.
근래부터 이창욱사장님은 큰배로 매물도와 구을비도쪽 손님들을 가이도 하고
작은배는 아들인 룡선장이 운항을 맡아, 용초 죽도권으로 뛰고있다.
이창욱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내가 "어제 조황대로라면 우리도 물또로 가 볼까요 이사장?"
"아니 저는 반댑니다 해나님. 그쪽은 최근조황 기복이 심해도 너무 심해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오기 전 나는
추봉도와 용초, 죽도권의 선편은 통영쪽 낚시배들 보다 거제 가자피싱랜드 쪽이 편하기 때문에
이창욱사장 아들 룡선장과 통화후 결정 하였고 본시즌처럼 대박은 아니어도
필요한 만큼의 벵에돔은 건져 올수 있었다.
출항준비를 하며 매물도권 팀과 용초권 팀이 나눠 타는걸 본즉
용초권으로 출조를 하는 사람수는 몇 되지 않은데 비해 매물도권은 꽤 많은 사람들이 배에 오른다.
그런데 용초도에 3팀을 나눠 하선을 시키는데
예보와는 달리 너울이 장난 아니게 높아 속으로'매물도 팀 하선에는 꽤 애를 먹겠는데' 한것이
철수해 들은 이사장의 말과 똑 같아서 '역시 그랬구나. 않가길 잘했지'
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었다.
용초권 손님을 먼저 하선 시키고 우리가 갯바위에 하선을 한 시각이 3시 30분 쯤.
하선후 짐을 안전한 곳으로 옮긴뒤 날이 밝기 까지는 아직도 2시간 반 가량 남아
얼른 볼락전용 민장대에 채비를 하여 청룡이 한마리를 통째로 바늘에 꿰어 던지니
채비가 채 정렬도 되기전 초릿대 끝이 쭈욱 물속으로 빨린다.
얼른 올려보니 딱 10cm 가량의 젓뽈.
릴리즈 해 주고 뒤를 이어 물고 늘어지는 녀석들도 딱 고만한 크기.
그러다가 퍼뜩 든 생각.
'맞아! 요넘들 한30~40마리 건져다가 볼락 다다끼(たたき) 해 먹어야지'
'더 굵으면 뼈가 억세어 고기 다지기가 힘들고 뼈가 씹혀 별로지'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물바케츠를 옆에 놓고
금방 한50여마리 낚아 담아 두는걸 본 지인이
"형님 그 작은 아가야들을 어디에 쓰려고 잡아 담습니까"
"쉿! 작은 소리로 말해요. 누가 듣기라도 하면 챙피해요"
하며 웃고는
날이 새기를 기다리며 커피 한잔을 끓여 마신다.
필자는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기 때문에
이렇게 낚시를 오는 날에는 꼭 콜럼비아 다크 로스트 아메리카노를 갖고 다닌다.
해상국립공원 내에서는 모든 취사행위를 금지하고 있어서
아주 작은 버너와 물 석잔정도 끓일 크기의 코펠만 챙겨
몰래 살짝 커피한잔을 끓여 마시는데
이 몰래 마시는 맛이 또 기가 막혀요.
둘이서 커피 한잔씩을 마시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어느덧 동쪽이 밝아 온다.
출항전 룡선장이 말하길
"오늘 들어 가실 그자리는 이상하게 아침엔 벵에가 않물어 준다고 해요.
일러도 아침 9시가 넘어야 입질을 하고 어떤날은 11시가 넘어서 입질을 한다는 정보이므로 참고 하세요"
그말을 믿고 나는 느긋한 마음으로 아침밥을 먹고
낚싯대는 국산 원더랜드 제로대에
릴은 일산 토너 3000번(2500번은 분실후 나이를 감안 재구입 않고)
원줄은 플로팅 1.75호(예비스풀엔 바람을 대비해 세미플로팅 2호를 감아 두고)
찌 스토퍼는 쯔리겐사의 옐로우그린색 가라망봉 소짜.(이것을 쓰는 이유는 필요시 원터치로 목줄찌의 찌고무로 사용이 쉽고
그렇지 않을때는 목줄의 관찰에 용이한 눈표로 이용)
목줄은 카본1.5호 3m직결에 다시 1호 1.5m 직결.
찌는 칸 속공플러스 0/0(일반찌 00호)호로 시작 한시간쯤 뒤 B찌로 변경.
※ 찌를 칸 속공플러스만 사용하는 이유중 첫째는 찌의 호수변화에 원터치로 대응 할수 있어서 이고
두번째로는 예민성의 극대화가 필요한 벵에돔 낚시에 있어서 어떤찌 보다도 이 찌의 예민성이 뛰어나며,
케미 컨넥터를 이용한 찌홀더 사용으로 원줄 빠짐이 자연스럽기 때문)
바늘은 지크 4호.
미끼는 빵가루 떡밥.
나는 룡선장의 말을 믿고
9시까지 카메라를 들고 뒷절벽을 올라도 보고 동편으로 갈수있는데 까지 갯바위를 타고 나가 보기도 하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식물, 꽃들도 촬영하며 여유를 부리는데
같이 온 지인은 아침밥을 먹은 직후부터 잠시도 쉬지않고 낚시에 여념이 없다.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젓뽈과 졸복 아니면 물망상어들을 낚아서는 놓아 주고 또 낚는 중복행위를.
드디어 아홉시가 되었으나
그때 까지도 일행의 바늘에 달려 나오는 고기는 앞서 나열한 종류의 고기들 뿐.
그렇다고 낚시를 않고 갈수는 없는 일.
일행과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먼저 잡어용 밑밥을 다섯주걱 넣어 주고
빠르게 내 찌를 캐스팅 할 위치에 튀거나 날아 가면서 흩어지는 파편 없이 밑밥 한주걱을 스마트하게 날린다.
그리고 나도 떡밥을 달아 그자리에 정확히 던져 넣는다.
새벽에 내릴땐 너울이 제법 있었는데
날이 밝고 해가 뜬 뒤에는 바랍도 별로 없고 너울도 많이 잔잔 해져
늙어 침침해진 내 눈으로도 찌의 움직임을 보기에 애로가 없는 상황이다.
발밑 가까이 밑밥에 반응해 움직이는 잡어들은 많은데
정작 기다리는 벵에돔의 그림자는 전혀 찾을수가 없다.
바다 상황은 그 작은 눈표용으로 끼워 둔 가라망봉의 움직임도 선명히 볼수있는 조건.
한참을 해 보지만 벵에돔 흔적은 볼수가 없어
처음 했던 0/0찌 체비를 원줄자름 없이 원터치로 B찌와 교체하고 원줄 가라망봉 아래엔 B고무봉돌
그리고 그아래 목줄 중간쯤에는 G7 고무봉돌 하나를 물리고 다시 벵에돔을 노려 본다.
그랬더니 원줄에 매듭실로 눈표를 5m위치에 해 놨었는데
그 매듭실 표시가 수면에 닿을즈음 원줄이 쫘악 당겨지며 초릿대끝이 밑으로 고꾸라진다.
이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그 시각이 10시 가까워질 무렵이고 그것이 오늘의 대박아닌 대박의 신호탄이 되었다.
두마리를 그렇게 잡고 난뒤 얼른 매듭실 아래에 탈착식 반달구슬을 끼워 반유동으로 전환 했다.
입질층이 파악되면 속전속결이 그날의 승부를 결정 짓는다.
나는 얼른, 떨어져 배대는 자리에서 낚시 중이던 일행을 불러 둘이서
네가 한마리 뽑아 올리면 나도 한마리 식으로.
이렇게 11시 반경까지 둘이서 잡아올린 벵에돔이 자그마치 40수가 웃돈다.
사이즈는 30이상은 드물고 27~28cm가 주종이다.
25cm이하는 20%가 않되어 보이고.
"어이 김형, 이제 손맛 볼만큼 봤으니 낚싯대 접고 잡은넘들 선별해 바칸에 살려갈놈 10여마리만 살려 담고
10여마리는 피를 빼고 내장을 제거해 쿨러에 담아, 나머지는 모두 제집으로 돌려 보내 줍시다"
"저는 집에 5마리만 갖고가면 충분하니 형님 알아서 하세요" 하며 낚시자리 청소를 시작한다.
갯바위에서 보는 바다의 흑기사 자태는 언제봐도 늠름하고 아름답다.
어떤 원인지는 몰라도 옛날에는 이 벵에돔의 고기에서 별로 좋지않은 냄새가 나
잘 먹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일부 낚싯꾼들은 '똥구로'라 비하된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던 것이
근래에 들어서는 그 냄새가 흔적도 없을뿐 아니라 회맛도 감성돔이나 상사리(50cm이하의 어린 참돔)보다는
벵에돔 회맛이 좋고 제주도에서는 값도 이 두종류의 고기값 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같은 벵에돔이라도 긴꼬리 벵에돔은
육식성 고기라 그런지 원래부터 일반 벵에돔과는 비교못할 고급횟감 이었지만
지금은 일반 벵에돔도 비늘을 치고 토치로 껍질을 살짝 그을려 만든 '히비끼 회' 맛은
결코 긴꼬리 벵에돔이나 돌돔같은 고급어종 부럽지 않은 훌륭한 맛을 내기 때문에 낚시인들의 인기를 누리는 어종이 되었다.
모처럼의 기분좋은 조과에 필자도 공개하길 꺼리는 늙은 얼굴도 공개를 해 보고
별로 큰사이즈는 아니어도 잡은 벵에돔을 들고 포즈도 잡아 보지만 쑥스럽기는 매 한가지다.
친한 벗들은 이구동성으로
"야이 칭구야 후배들 한테 눈치 고만 받고 이제 갯방구 끊고 선상낚시나 댕기자"
그게 맞는 말이라 생각은 들면서도
이렇게 갯바위를 잊지못해 오르고 또 오르는걸 보면
애저 철들긴 틀린 인간인것 같다 해나는.
1시에 철수를 하고 돌아 오는 길.
서진주 IC를 빠져 턴널을 지나 있는 국수집에 들러 허기진 배에
우리 둘은 국수 한그릇씩을 먹고 오는것이 작년부터 만들어진 관례가 되었나 보다.
이날도 예외없이 들러 콩국수 한그릇씩을 시켜 먹는데
양이 얼마나 푸짐 하던지 일반 식당의 곱배기 보다 더 많은것 같다.
집에와 잡아 온 벵에돔으로 물회를 만들어 작은아들 내외도 불러 한사발씩 앵기고
넉넉히 담아 온 젓볼락은 팔에 알이 배이도록 다져서 다다끼무침을 만들어
중형 밀페용기 양념통에 한통 넣어 줬더니 "우와 앞으로 두달은 반찬 걱정 없겠어요 아부지" 하며
이런 음식에 어릴때부터 입맛이 길들여진 아들은 입이 함박꽃이고 반대로 며늘애기는
내륙인 경북 상주에서 자라선지 비린것을 썩 즐기는 편이 아니라 그냥 미소만 짓는다.
여기서 필자의 비밀 한가지를 밝힐까 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고
필자같은 낚싯꾼들도 더러 있다 듣기는 했으나 확인은 못해 본 일로서
<집에서 생선 손질은 무조건 내몫이다>라는 점이다.
그러는 이유라면
바다낚시를 오랫동안 해 오면서 마님이 생선을 만지는걸 볼때마다 "어설프다"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곧 손가락이라도 베일것 같고 손질도 깔끔하게 못하는것 같다는 생각.
그것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까 언젠가 부터는 아예 생선으로 만드는 요리 까지도 내몫이 되었다.
오직 제삿상에 올릴 생선을 찐다든지 생일상에 올라갈 생선의 구이만 제외하고.
오늘 만든 물회와 젓뽈다다끼 무침도 모두 내 손끝에서 탄생된 음식이다.
오늘은 조행기를 써 놓고 필자 스스로 읽어 봐도 대체
'이것이 조행기야 잡소리야' 싶을만큼 주제가 명료하지 않습니다.
이해 하시며 긴 잡담 끝까지 읽어주신 회원님께 감사를 드리며 장담컨대
그런분들 께서는 "분명히 복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어떻습니까 아래 깔보듯 내려다 보는 녀석의 눈빛이.
뭐라고 말을 하는것 같은데 제 귀에는 들리지를 않습니다.
뭐라고 하는지요?
드보르작 - 첼로 협주곡 / 카푸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