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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이 코너에서 인사드립니다.
장기간 잠수를 탔던 만큼 재미난 책을 들고 왔어요.
이번에 소개할 도서는 미국에서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유명한 사이먼 리치의 작품이랍니다.
제목은 ‘천국 주식회사’인데, 하느님이 CEO고, 대천사들이 운영자고, 아래로는 무수한 천사들이 그야말로 딱 폐인처럼 근무하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천국 치고 참, 설정이 현실감 넘치는 것 같지 않나요?
그쪽에도 야근과 철야와 시간 외 근무와 무수한 일거리가 있나봐요.
참, 작품 속에는 지구 멸망이라는 옵션도 딸려있답니다.
과연 위에 사진으로 첨부한 예쁜 종처럼 구원의 종은 울릴 것인지 궁금하시죠?
그럼, 지금부터 책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서명: 천국 주식회사
저자: 사이먼 리치
* 이 책은 넓은마을 도서관 1번 일반소설 코너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 도서는 언제나 그렇듯 통신망 도서관을 둘러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천국 주식회사’라니,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무슨 주식회사는 들어봤어도 \'천국 주식회사\'라니, 절로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종교서인가 싶다가도 그럴 거면 ‘종교 코너’에 있어야 하니까 그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은 ‘소개글’을 보게 됐다. 그리고 조금은 황당하고 재밌는 설정에 바로 다운받았다. 제목 그대로 ‘천국’이 ‘주식회사’라는 설정. 당연하지만 이 회사의 CEO는 하느님이다. 그 아래로 대천사들이 운영보조를 하고 있고, 다른 천사들이 각 부서에서 열심히 근로하고 있다. 천국임에도 불구하고, 야근이 있고, 시간 외 근무가 있으며, 계약직과 정규직이 있고, 사정없이 밀려오는 과중한 업무가 존재한다. 무려 ‘천국’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심지어 일에 치여서 회사 내 존재하는 온갖 복지시설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을 정도라니, 말 다한 거다. 게다가 옵션으로 ‘지구 멸망’이라는 소재가 이야기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설정이니 어찌 다운받지 않으리오. 읽기도 전에 기대감이 몽실몽실 올라왔다. 그리고 책을 펼친 순간 이야기에 홀라당 빠져버렸다.
본 작품에 무대인 ‘천국 주식회사’의 CEO이자 설립자는 하느님이다. 왜 이 회사를 만들었는고 하니, 지구의 대기에서 발생하는 ‘크세논 가스’를 효율적으로 채취하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란다. 여기서는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의 스토리는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좌우간, 이 ‘천국 주식회사’에는 벼라별 부서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적부’라는 부서가 있다. 이곳의 근무하는 천사들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모든 기적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모든 일들은 결코 우연이 아니고, 천사들이 열심히 컴퓨터를 조작해서 만들어낸 산물이라는 얘기다. 천사들의 말로는 기적이지만, 티가나는 황당한 일을 벌이면
안되고, 복잡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막상 기적을 행사하는 것을 인간은 기적이라 인식하지 못한다. 놓칠뻔 했지만 결국은 아슬아슬하게 버스를 타게 되었다든가, 우연히 고개를 돌렸는데 활짝 핀 장미를 보게 되었다든가, 자전거를 타다가 차와 부딪혔는데, 청바지만 찢어지고 몸은 멀쩡하다든가, 길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을 우연히 만난다든가 하는 모든 것이 다 기적부의 천사가 만들어낸 ‘기적’인 것이다.
기적부의 천사들, 그들은 인간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쉬지 않고 자판을 두들겨댄다. 그리고 여기 기적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유능한 천사 ‘크레이그’가 있다. 다른 천사들은 힘들기만 한 이 일에 대해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크레이그는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심지어 인간마저도 알아주지 않는, ‘기적 창출’이라는 일에 지극히 만족하고 있다. 이렇게 평범하게(?) 천사의 일을 하고 있는 부서에 ‘일라이자’라는 천사가 배치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라이자는 ‘기도 수취부’에서 계약직 천사로 3년간 부지런히 일한 천사다. 그녀는 인간들이 보내오는 수많은 기도문들을 정리하여 하느님께 전하는 일을 했다. 혹시 겹치는 기도문이 있으면 묶음으로 철을 해서 올려보내고, CEO 하느님이 보시기 좋게 기도를 등급으로 나누는 등의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그런 노력 덕분인지 계약직 말단직원에서 벗어나 정직원이 됐고, 기적부의 신입사원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꿈에만 그리던 기적부에 온 것이 좋았고, 인간들에게 기적을 선사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일라이자는 크레이그의 안내로 기적부에서 하는 일들을 배우게 되고, 두 천사는 급격히 가까워진다. 그러던 어느 날 부서에 일라이자만 있던 시간, 그녀의 컴퓨터에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코드 블랙’이 뜬다. 일라이자는 긴급한 상황이라 무례하게도 하나님에게 직접 찾아간다. 그러나 CEO는 사건을 수습하기는커녕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스나미보다는 스포츠에만 관심을 둘 뿐이다. 종교에서는 엄숙하고 모든 이들을 포옹하는 존재인데, 책에서는 반대의 이미지를 보이고 있다. 한없이 ‘낙천적’이고 ‘무능력’하며 ‘권태기에 빠진’ CEO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일라이자는 자신의 관심사에만 주의를 기울일 뿐인 하느님을 뒤로 하고 사장실을 나온다. 그러다가 자신이 여태껏 올려보낸 기도문들이 한구석에 처박혀있는 것을 보게 된다. 꼴을 보아하니, 한번도 들춰보지 않은게 분명하다. 이쯤되면 아무리 ‘천사’라도 열이 받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그녀는 하느님께 화를내며 그의 태만함을 지적한다. 한 소리 들은 하느님은 그녀의 말에 감명을 받아 지구를 멸망시키기로 결정하고, 다음 날 천사들의 메일에는 지구를 멸망시키고 퓨전 레스토랑을 개업한다는 하느님의 공지가 도착하게 된다. 즉 ‘지구의 종말’이 닦친 셈이다. 기적부의 일을 사랑하는 크레이그와 일라이자. 둘은 어떻게든 하느님을 설득하고자 하나의 내기를 하게 된다. 그 내용은 ‘기도문 하나를 골라서 한 달 안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선택한 기도문은 ‘샘’과 ‘로라’라는 남녀의 기도. 둘은 오래전부터 사랑을 느꼈지만 용기가 없어 데이트
신청조차 못하고 있던 쑥맥 남녀였다. 일라이자와 크레이그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이 쑥맥 남녀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적을 행하기로 한다. 둘은 이 기도가 쉬울거라 생각했다. 로라와 샘, 둘은 서로에게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게 왠일이냐. 천사들이 어렵게 우연을 만들어 둘을 만나게 해도, 도대체가 이어지지 않으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둘은 튺별 지원군, 예전 기적부 소속이었던 대천사 빈스를 꼬득여서 합류시킨다. 세 천사는 밤을 세워가며 그들이 이루어질수 있도록 별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러나 결국은 실패의 연속일 뿐. 아놔, 멍석을 깔아주면 뭐하나, 쑥맥이다 못해 멍청한 두 남녀는 천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날려버리기 일쑤다. 최종 확인이 키스인데, 이건 뭐 키스에 \'키\'자도 못꺼내게 생겼다. 나중에는 다 포기해버린 크레이그와 일라이자, 빈스. 지구 종말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 과연 샘과 로라는 이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세 명의 천사들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더불어 크레이그와 일라이자의 사이는 어떻게 될까?
이 도서의 작가인 ‘사이먼 리치’는 유머러스한 작품으로 유명하다고 하던데, ‘천국 주식회사’도 톡톡 튀는 재미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뭐랄까, 발칙하면서도 따뜻하달까. 사실, 짧지 않은 이야기인데, 이틀 안에 다 읽어버렸다. 읽다보면 도저히 남같지가 않아서 이야기에 완전히 몰입해버렸다.
저 하늘 어디엔가 ‘천국 주식회사’가 있다. 물론 최고경영자는 하느님이시고 그가 만든 인간들을 돌봐주는게 주업무이다. 아니 원래는 이런 설정이어야 맞는데, 이제 초심을 잃은 하느님은 인간세상에 싫증이 나셨단다. 그래서 모든 업무는 천사들에게 맡기고 골프를 치러 다닌다거나 60인치는 족히 넘을 텔레비전앞에 앉아 리모컨을
돌리는 것이 일과가 되었단다. 루빅스 큐브를 맞추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되긴 했지만 이미 맞춰놓은 한 면이 다시 흩어질까봐 요즘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란다. 이런, 이게 뭐냐?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 요즘 너무 나태해지신거 아니야? 근무태만인 하느님의 모습을 보니 절로 끌끌 혀를
차게 된다. 하긴 당신의 모습대로 지으신 인간이 당신 맘대로 되지 않으시니 아-예 손을 놓기로 작심한 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운영진인 대천사들도 탱자탱자 업무를 즐기고 있다. 어쨌든 CEO와 대천사들이 취미생활에 빠진 동안 각 부서에 베치된 천사들은 지구에 있는 인간들을 살펴보고 기적을 행하거나 상을 주거나 벌을 주기도 하는등 엄청 바쁜 일과를 소화한다. 일단 절대자를 ‘천국 주식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세우고, 천사들의 일과를 코믹하게 그리는 작가의 아이디어는 참신하다. 매주 교회에 나가 하느님을 찬양하는 신도들이 보면 기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제멋대로인 하나님에게 역시나 경영자들은 다 이런가 싶어 화가나면서도 부하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걸 보면 울컥하기도 한다. 아,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서 우리 회사의 모습 같다. 나중에는 크레이그와 일라이자한테 감정 이입이 돼가지고, 같이 화내고 고민하고, 함께 황당해하고 같이 좌절하고, 그리고 함께 답답해하면서도 희망을 꿈꿨다. 회사의 풍경도 왜 이리 낯설지 않은지, 딱 우리 출판사 같아서 엄청 친숙했다. 다른 점이라면 CEO가 열정적이라는 거지만, 그래도 경영하는 모습을 보면 책속의 CEO와 현실의 CEO가 동일시되는 건, 대체 왜일까.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대한 ‘천국’이라는 회사안에서 일하는 천사들. 지구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작품 전체가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천사들이 로라와 샘을 관찰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드라마 안에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장면이 연상되고, 리얼리티 예능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든다.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주제는 무겁지만, 밝고 경쾌하게 다루기 때문에 어둡지 않다.
크레이그와 일라이자, 로라와 샘. 두 사람이나 천사나 감정 표현이 서툰 것은 마찬가지. 그렇기에 어느 커플을 봐도 흥겹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물론, 인간측 커플은 보다보면 환장하게 답답할 때가 있지만 말이다. 야근에 철야에 시간 외 근무를 하면서 애쓰는 천사들. 그들의 노고로 겨우 기회가 마련됐음에도 멀뚱하게 바보짓을 하는, 요 지구인 커플. ‘천국 주식회사’를 독서하게 될 독자 분들은 나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리라 확신한다. 작가는 어쩌면, 이런 대목에서 인간은 타인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우러나는 용기로 나아간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천사들이 용을 쓴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삶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선택 역시 본인이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천사들이 그렇게 아등바등하며 ‘셈과 로라’를 이어주려고 노력한 것도 한몫 했겠지만, 로라와 셈이 끝까지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마지막 결승점까지 가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책을 덮고 감상을 쓰는 지금, 매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작품을 읽는 동안 무책임한 하느님을 보고 사실 맹렬하게 혀를 찼었다. 그런데 보다보면 하느님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인간들이 양심이 있어야지, 사소한 일에도 뻑하면 하느님을 원망하고 너무 방만하게 살아가지 않는가 말이다. 글을 독서하는 동안 ‘기도만 하지 말고, 제발 좀 노력을 하라고, 노력을!’ 이런 말이 혀에서 뱅뱅 돌았다. 때때로 나도 이 세상이 한 번 뒤집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저 하늘의 그분은 오죽했으랴 싶었다. 사실, 작가가 무엇을 풍자하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본다면 흥미롭다. 인간을 사랑한다는 하느님이 과감히 지구를 파괴한다고 하질 않나, 스포츠나 음악에 빠져 그곳에만 온전히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 않나. 심지어 ‘크세논 가스’를 문제없이 얻을 수 있으면 장땡이라는 설정도 있다. 하느님은 글의 종반까지 무관심한 카리스마를 풍긴다. 그러나, 끝무렵 지구에 있는 예언자 ‘알리’에게 전하는 말에서 결국 자신이 창조한 것에 대한 애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창조한 피조물이니까 말이다. 이건 꼭 부모자식간의 관계와 유사한 것 같다.
나도 어쩌다보면 그냥 죄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일이 지나치다 싶게 많다거나, 사람들한테 마음을 다쳤을 때. 그럴 때는 그냥 될 대로 되라지 하며 자포자기하고, 부록으로 저 하늘에 있는 신님을 원망한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서는 그러기 전에, 아니 원망은 할 때 하더라도 항상 노력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는 생각이 들었다. 또 누가 알겠는가. 바로 1분 뒤, 천사들이 며칠 동안 날밤을 까며 만들어낸 기적이 일어날지. 야근을 하고 밤늦게 퇴근하다가 거리에서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넘어질 뻔하다가 500원짜리 동전을 주울 수도 있고, 바람결에 꽃향기를 맡고 웃는 일도 있지 않을까. 그런 사소한 기적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고, 그러다가 퍼뜩 영감이 떠올라 글을 좔좔 쓸 수도 있고, 기분이다 싶어 가족들과 외식하는 이벤트를 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실, 그런 사소하다 싶은 ‘기적’으로 삶은 살아가볼만한 것이 되는 법이다. 이때 중요한 건 ‘기적’을 향해 손을 뻗는 그래서 ‘기적’을 잡는 용기를 내는 것이다. 천사들의 노력과 철야와 야근을 헛수고로 만들지 말자. 그리고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기도만 하는 짓도 그만 스톱. 일단 노력하면 언젠가는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하느님이 취미를 즐기고 있어도, 유능한 부하 천사들이 있을 테니까. 그래서 하느님이 우리를 포기하고 레스토랑을 개업하겠다는 빌미를 주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