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대선 2라운드’로 불렸던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완승’,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라는 성적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선주자 경쟁 구도도 재편됐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의 ‘신(新) 4강 체제’가 들어선 모습이다. 다시 출발선에 선 잠룡들은 지방선거 성적표를 기반으로 차기 대선 기반 다지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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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선거 성적표’로 차기 잠룡 구도 재편, ‘울고 웃는’ 잠룡들 - 잠룡 입지 굳힌 ‘오세훈·안철수·김동연’, 위기 맞은 이재명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끝이 나면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우수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으면서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기반을 확고히 다지고 기쁨의 미소를 짓는 인사도 있지만 반대로 처참한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들고 향후 대권 행보를 걱정하는 인사도 있다.
‘원내 입성’ 성공에도 웃을 수 없는 이재명
지난 대선 패장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승리로 원내 입성에 성공했지만 전혀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대선이 끝난지 두 달만에 계양을 출마를 선택하며 재등판했다. 이 의원은 총괄상임선대위원장까지 맡아 민주당의 지방선거 승리를 견인하겠다고 자신했다. 이 의원은 연고가 없는 계양을에 출마하면서 선거 기간 내내 국민의힘으로부터 “경기도망지사”라는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국민의힘의 총공세가 쏟아지면서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이 의원이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의원 본인의 지역구에도 ‘빨간불’이 들어오며 위기감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선거 결과 이 의원은 55.24%의 득표율로 윤형선 후보(44.74%)를 누르고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신은 선거에서 살아남았지만 민주당은 민심의 심판을 받으며 참패했다.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선거 17곳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하면서 완승을 거뒀고, 민주당은 경기·전남·전북·광주·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이 의원은 당초 계양을 출마로 원내에 진입하고 8월 전당대회 출마로 당권을 획득해 당내 기반을 확실히 다진 후 차기 대선을 노리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이 의원의 구상은 완전히 어그러졌다.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친문 진영에서는 이재명 의원 책임론을 집중 제기하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고 있다. 이 의원이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개 대응을 자제하며 말을 아끼고 있다.
김종민 의원은 3일 MBC 라디오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우리 민주당으로서는 정말 참사가 됐는데 가장 큰 원인이 이재명·송영길 두 분이 한 달 만에 출마한 게 저는 결정적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홍영표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설에 대해 “저는 그 문제는 상식적인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이번 선거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었기 때문에 이재명 의원이 책임을 지고 이번 당권은 도전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보는 건가’라는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대역전극 주인공 김동연, 차기 대선주자 반열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의 대역전극을 들 수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선거 기간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초박빙 경쟁을 벌였다. KBS·MBC·SBS 방송3사의 출구조사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당선인을 근소한 차이로 이기는 것으로 예측됐다.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당선인을 계속 앞섰다.
그러나 개표율을 95% 넘긴 시점인 2일 오전 5시30분을 지나면서 김동연 당선인이 김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 결국 대역전극은 김 당선인(49.06%)이 김은혜 후보(48.91%)를 8,000여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하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김 당선인이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확실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 당선인이 경기도지사직에서 성과를 거둘 경우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이재명 의원을 위협하는 대항마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당선인이 향후 민주당이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놓고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혁신’을 이슈로 주도권을 거머쥘 경우 당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 당선인은 차기 대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향후 ‘정치교체공동위원장’으로서 본격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김 당선인은 3일 MBC 라디오에서 “제가 (이재명 의원과 함께) 정치교체추진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이라며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없애고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등 대선 기간 이재명 전 후보와 합의한 내용이 있는데 이제 그런 얘기를 다루는 데 본격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JTBC 인터뷰에서는 차기 대선 재도전 가능성을 묻자 “지금은 그런 생각 전혀 안 하고 있다”며 “지금은 경기도와 경기도민을 위한 생각만으로도 제 머릿속이 꽉 차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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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4선 시장’ 달성 오세훈, 대권 가도에 탄력
국민의힘 내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확실하게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힌 인물을 꼽자면 오세훈 서울시장을 들 수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오세훈 시장은 사상 첫 ‘4선 서울시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오 시장은 강남권 3개 구를 비롯해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하는 쾌거를 거뒀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승리로 서울시장 재선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서울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가 무산되자 2011년 8월 시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오 시장은 10년 동안 야인생활을 하며 시련의 시간을 보냈다. 2016년 20대 총선(서울 종로)과 2020년 21대 총선(서울 광진을) 등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오 시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서울 민심을 확실하게 거머쥐고 최초로 4선 시장에 당선되면서 국민의힘 내에서 잠룡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하게 굳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2일 연합뉴스tv에서 “오 시장이 국민의힘 내에서 잠룡으로서의 정치적 입지는 충분히 굳혔다”며 “앞으로 4년 동안의 시정 성과와 국민의힘 내에서의 자기 세력 (구축), 당내 정치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어느 정도)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재미있는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당선이 확실시된 이후 선거캠프 상황실을 찾은 자리에서 향후 대권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굉장히 사치스러운 생각”이라며 “시정에 최선을 다하겠다. 시장의 책무가 대통령과 비교해도 가볍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힘 원내 재진입 성공 안철수, 당내기반 확보 ‘관건’
국민의힘 내에서 차기 잠룡으로서 입지를 굳힌 또 다른 인물로는 안철수 의원이 있다. 제3지대 정치 전문가인 안철수 의원은 이번 보궐선거에는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경기 분당갑에 출마했다. 안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후보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안 의원은 당시 윤 대통령과 공동정부 구성과 함께 국민의힘과 자신이 창당한 정당인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약속했었다.
제3지대 생활을 청산한 안 의원은 대통령직인수위원장 활동을 마무리하자마자 경기 성남갑 보궐선거에 출마해 세 번째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했다. 정치권에서는 원내 재진입에 성공한 안 의원이 향후 당권 도전에 나선 후 차기 대선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내 기반이 거의 없는 안 의원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해서는 당내 기반 구축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일 YTN에서 지방선거 이후 주목해야 할 대선주자로 안철수 의원을 꼽은 뒤 “국민의힘에 얼마큼 융화가 될지, 또 2년 후에 선거(22대 총선)가 있다”며 “일상적인 정치의 장, 국회에서 역량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안철수 의원에게 주목해야 될 요소 아닌가 그렇게 보여진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기장시장 앞에서 유세를 열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 김은혜 의원 등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1.04.02. 뉴시스
이와 함께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유있는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도 시정 성과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은혜 국민의힘 전 의원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낙선했지만 차기 잠룡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