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일찍이 시중(侍中) 경복흥(慶復興)의 사제(私第)에 갔더니, 복흥(復興)이 영접해 들이고 그 아내로 하여금 나와 보게 하면서 존경하는 뜻이 매우 지극했으며, 또 그 자손을 부탁하면서 말하기를,
“나의 어리석은 자손을 공(公)께서 장차 비호(庇護)해야 될 것이오니, 번거로우시더라도 공께서는 행여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며, 매양 태조를 대접하면서 반드시 특별히 높이었다. 태조가 혹시 정토(征討)로 인하여 밖에 나가면, 복흥(復興)은 매양 고하기를,
“동한(東韓)의 사직(社稷)이 장차 손안[掌握]에 돌아갈 것이니 전쟁의 괴로움을 꺼리지 말고 능히 나라를 지키는 공을 이루게 하시오.”
하였다. 일찍이 상명사(相命師) 혜징(惠澄)이 사사로이 그 친한 사람에게 이르기를,
“내가 사람들의 운명(運命)을 관찰한 것이 많았으나 이성계(李成桂)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
하였다. 친한 사람이 묻기를,
“타고난 운명이 비록 좋더라도 벼슬이 총재(冢宰)에 그칠 뿐이다.”
하니, 혜징이 말하기를,
“총재(冢宰)라면 어찌 말할 것이 있겠는가? 내가 관찰한 것은 군장(君長)의 운명이니, 그가 왕씨(王氏)를 대신하여 반드시 일어나겠지!”
하였다. 또 삼군(三軍)이 신경(新京) 땅에서 사냥하는데, 전하(殿下)가 잠저(潛邸)에 있을 때 또한 갔었다. 노루 한 마리가 나오므로, 전하가 달려가서 쏘아 화살 한 개에 죽이니, 여러 왕씨(王氏) 10여 인이 높은 언덕에 모여 서서 이를 보고는 몹시 놀라서 서로 돌아보면서 말하기를,
“사람들이 이씨(李氏)가 장차 일어날 것이라고 많이 말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아닌가?”
하고, 또 상왕(上王)이 잠저(潛邸)에 있을 때에 시중(侍中) 이인임(李仁任)을 그 사제(私第)에 가서 보았는데, 이미 나가고 난 뒤에 인임(仁任)이 다른 사람에게 일렀다.
“국가가 장차는 반드시 이씨(李氏)에게 돌아갈 것이다.”
【원전】 1 집 20 면
【분류】 인물(人物) / 왕실(王室)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