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사원의 결혼식이 있어 식구들과 함께 나서볼까 했는데
아내가 동행을 원치 않았고, 몸도 안 좋아 집에서 보내는 아침,
미아리를 둘러보고 싶어 한 시간을 일찌기 열한 시쯤 집을 나섰다.
동대문에서 내려 4호선으로 갈아타고 미아삼거리역에서 내렸다.
바깥으로 나서니 방향을 모르겠었고 무더위는 절정이었다.
모처럼 한 정장에다가 하필 작은 구두가 걷기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머뭇머뭇거리다 버스기사에게 길을 묻고는 잠시 움직여 보았다.
저런, 말이 삼거리였지 어느새 길은 커다란 사거리로 바뀌어 있었고,
겨우 감을 잡고 길을 건너 모퉁이를 돌아서자 바로 나타나는 '숭인초등학교'
1974년에 미아리를 떠나고 나서는 처음이니까, 무려 35년만이 되겠다.
언젠인가 탤런트 김희선님이 동문이라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가만히 들어가보니 한낮의 땡볕에 텅빈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3면이 건물이었고, 그 바깥으로는 커다란 빌딩에 둘러싸인 모습이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고는 온데 간데 없었다.
하여튼 그 자리에 그렇게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한쪽 구석에 운동을 마친 동호회원들인지 점심자리가 시끌벅적했다.
조금 아쉬운 건 차분하게 둘러볼 여유가 없이 그냥 돌아나온 것이었다.
당초 내가 살던 곳까지 다 돌아볼 욕심이었지만 그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동네의 중앙제지 공장과 우리가 살았던 사택, 같은 골목의 두부공장,
면을 말리며 뛰어놀 공간을 제공해 주었던 당면공장 등이 눈에 선했다.
병원이나 독서실 등이 그런 저런 기억으로 이어져 다가왔고.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나오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더 갔다.
미아역, 가까운 곳에 육교가 있고 건너편이 바로 서울컨벤션센터 식장이었다.
미어터지는 엘리베이터를 겨우 타고 올라가자 12:30이 조금 지났고
부모님과 나란히 선 용진씨 얼굴이 좋았다. 이리저리 사진 몇 장 찍고.
조금 여려보이는 신랑과 달리 신부는 튼튼하고 씩씩해 보여 잘 어울렸다.
예식은 이벤트사에서 주관을 한 모양이었고 이번에도 역시 주례는 없었다.
뜬금없이 주례를 서 달라고 하던 기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신부에게 축가를 해 주는 신랑, 신랑 아버님의 덕담과 인사말씀
어머님과 장모님을 업어드리는 신랑. 친구들이 하는 덕담.
흔치 않게 보는 장면들이 많이 있어 나름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렇게 또 하루의 일요일이 다 지났다.
첫댓글 추억이 숨쉬는 유년시절의 교정은 참 정겹지요!
35년 전의 추억과 새 출발. 그렇게 지나는 하루지만 의미 있는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