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 교수님이 지난 9월에 책을 하나 추천해주셔서 사서 읽었습니다. 인문학자 김용규 씨가 쓴 <생각의 시대>입니다. 자칭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읽었는데, 책이 생각보다 재밌게 술술 읽히더군요. 저자는 고대 8세기부터 5세기 즈음의 호메로스로부터 이어지는 몇몇 그리스인들의 ‘생각의 도구’들이 당시의 찬란한 헬레니즘을 만들어냈고 서양 문명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창의적인 생각을 통해 시대의 창조자가 되고 싶다면 그러한 도구들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입니다. 듣던 대로 쉬운 설명에 이것저것 흥미로운 사례들을 그림과 함께 섞어 보여주니 읽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습니다. 특히 이 책에는 최근 관련학계의 트렌드에 맞춰 뇌신경학적으로 인간의 정신 활동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많이 나옵니다.
저자에 의하면 인류가 보편성을 추구해 온 이유는 자연을 조종하고 인간을 움직이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지식을 습득해왔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대대로 물려주면서 세대가 거듭할수록 지식의 양은 늘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은 좀 더 살만해졌고,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연을 통제하길 바랐습니다. 같은 인간끼리도 서로 통제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전쟁도 일어났지만, 칼 대신 ‘언어’로 통제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이 점에서 언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함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그런데 저자는 언어라는 것이 그냥 사용된 것이 아니라 제련되고 다듬어져 사용되었는데, 이러한 생각을 다듬는 도구는 고대 호메로스로부터 그리스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구는 은유, 원리, 수, 문장, 수사 이렇게 5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은유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모든 곳에 사용됩니다. 은유는 유사성과 비유사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호메로스 시대의 은유란 ‘동사적 은유’였습니다. 동사적 은유는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의 <본질적>유사성을 연결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은유를 통해 보편성을 획득한 당신의 말은 공감대를 형성하여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것이죠. 저자는 뇌신경학적으로 은유 훈련을 하면 뇌에 새로운 신경망이 구축된다고 과학적 근거를 제시합니다. 그리고 (1)시 읽기 (2)2가지 명사를 은유로 연결하기 등의 훈련법을 제시합니다. 마치 우리가 헬스장에 가서 런닝머신을 타고 근력운동을 하면 몸이 건강해지고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정신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은유의 힘은 “사고의 시각화”에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일명 <차라의 부대주머니 훈련법>이라는 은유 훈련을 한 번 해봤습니다. “성경은 젠가이다. (왜냐하면) 성경의 내용에서 어떤 조각은 빼어내도 문제가 없지만, ‘예수님의 십자가의 의미’같은 조각은 빼어내면 전체가 무너져내리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예수님께서 은유법의 달인이셨다는 겁니다. 마태복음의 3분의 1은 비유입니다(13장, 24장, 25장 등) 물론 예수님의 비유는 들을 귀 있는 자가 들을 수 있는 비유이지요...
원리는 우리의 일터에서 유용한 생각의 도구가 됩니다. 자연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일이 돌아가는 원리를 파악할 수 있다면 엄청난 힘으로 발휘될 수 있습니다. 어떤 현상의 원리를 파악해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저자는 ‘현장 기록 노트’를 강조합니다. 종이나 디지털 장비 또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 삶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우리는 관찰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역사적인 발견들은 이러한 소소한 관찰에 따른 기록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추법’이란 것이 있습니다. 탈레스가, 셜록 홈즈가 즐겨썼다는 가추법은 “관찰을 통해 특정 현상 P를 알았다. 그런데 만약 H가 참이면 P가 설명된다. 따라서 H가 참이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H가 참이라는 가정을 한 후, 적절한 관찰력으로 다른 여러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나면 H가 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가추 연역법’을 키우려면 “H가 참이면 속담 P가 설명된다”의 식의 문장구조에서 속담을 원하는 것을 집어넣고 H를 설명하는 훈련을 하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추리소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이 두 번째 원리도 우리가 숙달을 하면 분명히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논리적 사고력과 자연과 사물들을 바라보는 능력을 키우려면 ‘로고스’라는 도구를 익혀야하고, ‘수’라는 도구는 오늘날의 사회 여러 분야에서 자연과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며, ‘수사법’을 연마하면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김용규 씨가 전해주는 5가지 생각의 도구들의 힘과 습득 방법을 읽어보면서 저는 실제로 삶에서 연습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운동과 관련된 책, 영상을 아무리 본들 실제로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이 책의 사상적 기초에는 진화론이 깔려있습니다. 인본주의적 색채가 짙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배울 점은 확실히 있습니다. 앞으로 목회자든 교사든 말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할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물론 사도행전에 따르면 예수님과 그분의 일에 있어서 우리는 증인이기 때문에 우리는 복음을 위해 누군가를 설득할 이유가 없습니다. 증언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복음을 전하는 것의 부차적인 도구로서 이러한 도구들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 책의 저자는 단순히 ‘멋진 담론을 위해서’라는 목적을 갖고 생각의 도구들을 연마할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고린도전서 10장 31절 말씀처럼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