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마음은
그때 내 마음은 복잡했다.
『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라는 책 제목은 나에게 우리 아이들의 세계를 잘 이해시켜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했다. 책을 추천한 사람들에 대한 나의 신뢰와 저자의 강의에서 느꼈던 진정성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직 교사인 김선희 선생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례별로 적당한 분량과 따뜻한 표현으로 쓰인 글은 쉽게 잘 읽혔다. 읽는 동안 저자에게도 때로 동료 교사나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도 공감이 되었다. 너무나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김선희 선생님의 마음과 태도는 부럽다 못해 경이로울 정도였지만 한편 이질감이 들었다. 27년간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한 선생님에 비하면 나의 두 아이 17년 양육 경험은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우리 집에도 두 명의 청소년이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두 딸이다. 가족 간에 관계도 좋고 대화도 많은 편이지만 생각보다 감정 충돌이 꽤 있다. 나는 종종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아 불만스럽다. 아이들이 방학을 한 지 이제 열흘 남짓. 하지만 벌써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시기의 갈등을 보통 사춘기의 특징으로 뭉뚱그려 설명하지만 요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아이들과 갈등을 겪을 때면 엄청난 감정 소모를 하게 된다. 아이를 이해하려 좋은 의도로 시작한 대화도 결국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책을 읽고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대화를 할 때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묻고 들어주었는지. 나의 불편한 마음을 전달하려 애쓴 건 아닌지.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늘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던 게 아닐까.
이 책에서 보여준 저자의 공감 대화 사례들을 보며 ‘나도 저런 선생님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그랬다면 나도 그런 사람에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친절에 따뜻함을 느끼면서 나도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책을 읽고 글을 쓰기까지 사회문제로도 개인 문제로도 몸과 마음에 여유가 하나도 없었다. 아무것도 집중이 안 되는 상태에서 나는 약속된 일정을 앞두고 또 강박에 시달렸다. 아직 그런 내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보지 못했다. 이제 한동안 잊고 소홀했던 내 마음 살피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아이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한 책에서 나를 생각하는 시간과 마음을 가질 수 있었고 위로받았다.
지금 내 마음은 따뜻하다.
첫댓글 아까 시간이 없어 빠트린 얘기인데요.
젠더 감수성 상 여중생 여고생이란 단어는 고쳐주심 좋겠어요.
직업과 신분 앞에 '여'를 붙이는 단어는 안 쓰는 게 바람직하니까요. 이유는 설명 안 해도 아시죠?
가령, '우리집에도 열다섯, 열일곱 살 두 딸이 있다.'
어떤 단어로 대체할지는 샘이 알아서 하시는 것으로~ ^^;;
아...넵!! 딸들 이라는걸 이야기하려던게... 그렇게 표현이 되었네요;;; 젠더 감수성면에서는 어려움과 부족함을 느낍니다. 가끔 실수도 하게되고... 좀 더 신경쓰겠습니다~^^
"대화를 할 때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묻고 들어주었는지. 나의 불편한 마음을 전달하려 애쓴 건 아닌지.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늘 아이에게 듣고 싶은 말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았던 게 아닐까."
이런 성찰이 좋습니다. 이 문장이 부각되도록 사례를 들거나 좀 더 자세히 쓰셔도 좋을 거 같아요.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해당하니까요. 그래서 애들이 부모랑 대화하기 싫어하죠. 지적과 요구가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