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안전시스템 직접 점검해보니…
안전 검증은 ‘2중 3중’, 안전대책은 ‘9중 10중’
지하 1층 피난안전구역 3곳 설치, 스프링클러만 16만개
세계 최첨단 기술력 동원…‘붕괴 괴담’ 떨친다
그간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괴담 수준의 안전 논란이 일었던 제2롯데월드. 지난달 3일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는 이러한 고객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키로 하고 매일 비상사태 대비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어김없이 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 종합방재센터를 찾아 롯데월드몰과 국내 최고층으로 건설될 롯데월드타워의 안전성을 점검해 봤다.
◆ 롯데월드몰, 지하에만 피난안전구역 3곳 마련
롯데월드몰의 주요 안전시설은 지하 1층에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을 꼽을 수 있다. 지하 1층 총 3곳에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은 화재나 비상시 지하에 있는 고객들이 화염이나 연기를 피해 지상으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게 마련된 공간이다.
비상시 피난안전구역으로 공기를 넣어 압력을 높여 외부의 연기와 열기를 차단하는 시스템으로, 보통 건물에는 비상계단에만 적용되지만 롯데월드몰에는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실까지 공기를 가압할 수 있다.
피난안전구역의 총 면적은 1천455.75㎡로, 수용인원은 4천963명에 이른다. 1구역은 면적 487.12㎡에 1천583명을 수용할 수 있고 2구역은 908.71㎡에 3천173명, 3구역은 59.92㎡, 207명을 수용할 수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평상시에도 직원이나 고객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항시 개방돼 있다. 이 곳에는 수용인원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방독면과 손전등이 비치돼 있고 응급환자를 위한 심장마사지기, 방화복, 식수기 등이 마련돼 있다. 즉시 지상 1층으로 피할 수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연결돼 있다.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에는 스프링클러 총 16만개(롯데월드몰 10만개, 롯데월드타워 6만개)와 화재감시기 3만개가 각각 설치된다. 스프링클러는 평균 2.5m 간격으로 설치돼 만약의 사태를 꼼꼼히 대비하고 있다.
전기실이나 통신실 등 전자장비가 많은 곳에는 청정소화약재인 HCFC-123이 비치돼 있다. HCFC-123소화약제 소화기는 오존파괴지수(ODP), 지구온난화지수(GWP) 및 대기잔존년수가 낮아 2010년 전면 사용 금지된 할론에 비해 장기간 동안 안정적 사용이 가능한 소화기이다.
이와 함께 롯데월드몰에는 총 190여 명, 한 개 층에 평균 10~15명의 안전관리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또 15명 중 절반 이상이 소방대원 출신인 자체 소방대와 5t급 자체 소방차 1대를 운영하고 있어 화재 발생시 선조치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화재시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상 대기조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송파소방서와 민관 합동훈련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현장 자체적으로도 소방경진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 공사중 사고도 미연에 방지…2중3중 보호막 설치
롯데월드타워 현장에는 일반 건설 현장에서는 보기 드문 통합방재실을 공사중에도 운영하고 있다. 통합방재실은 주요 현장에 CCTV를 설치해 화재나 중장비 운영상태 등을 감시하며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또 롯데월드타워에는 초고층 건물 공사 중 발생할지 모르는 낙하물 사고를 막기 위해 신공법인 ‘프로텍션 스크린 시스템’을 도입하고 낙하물 수직 보호망, 낙하물 방지망, 탈부착식 난간대 등 안전시설물 35종을 300여 개소에 설치해 작업자의 안전은 물론, 건물 바깥으로 낙하물이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특히 만에 하나 낙하물이 발생할 경우 롯데월드타워 주변 건물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방호 데크’를 설치했다. 또 공사장 주변으로 높이 6m의 안전 펜스를 설치하고 공사현장의 타워크레인에도 위험경고 센서를 설치해 타워크레인의 붐대가 안전 구간을 벗어나게 되면 즉시 경보음을 울려 선회 구간을 변경하게 된다.
롯데월드타워는 초고층 현장으로 소방차 등의 접근이 어려운 만큼 현장에서 즉시 초기에 진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자체 소방차를 운영하고 있고, 소방법 기준 이상으로 소화기 1만개 이상을 현장 곳곳에 배치해 작업자들이 어느 곳에서라도 1분 내에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건설현장에서는 보기 드물게 가설 소화전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소방차를 비롯해 화재방지기, 엔진펌프 분사기, 이동형 살수차 등 초기 진화가 가능한 각종 소방 장구 및 시설을 배치하고 있다.
◆ 롯데월드타워, 피난처까지 15분…최고층서 1층까지 63분 소요
총 높이 555m인 롯데월드 타워에서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될까?
우선 화재 발생시 타워 내 6천명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마지막 한 사람까지 빠져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대 63분이다.
최종 대피까지 1시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일단 고층에 있는 사람들은 피난안전구역으로 가게 된다. 피난안전구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어느 층에서나 15분 이내다. 피난 안전 구역은 최대 6천268명을 수용할 수 있다.
쉽게 말해 123층 전망대에 있던 사람들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피난하는 것이 아니라 102층에 마련된 피난안전구역으로 대피하게 된다.
타워 내 20층 간격(22층, 40층, 60층, 83층, 102층)으로 배치된 피난안전구역은 화재로 인한 위험을 완전 차단한다. 화재가 나면 안전구역 내 가압장치가 자동으로 작동해 공기를 주입한다. 이렇게 압력이 높아지면, 화재 연기 등은 안전구역을 틈입할 수 없게 된다.
피난안전구역 내 가압장치를 통해 연기를 차단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시간. 안전구역에는 방독면과 안전등, 식수 등 화재 대피에 필요한 각종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안전구역에서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 대피하게 된다.
타워 내 설치된 승강기는 64대로 이 가운데 19대의 승강기가 대피용으로 활용된다. 신속한 대피를 위해 운송 능력이 좋은 더블덱 엘리베이터가 9대가 움직인다.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2대의 엘리베이터가 위, 아래로 겹쳐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다.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운송 능력이 2배고, 1번 정지로 2개층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화재 등 상황 발생시 비상대피구역이 있는 102층(2대), 22층(7대)에서 각각 출발하며, 1분에 600m를 움직인다. 롯데월드 타워 전체 높이가 555m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층에서 1층까지 이동하는 시간은 채 1분이 걸리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빠른 운송 능력을 갖춘 더블덱 엘리베이터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뉴욕 원월드트레이드센터 등 세계 초고층 빌딩에도 설치가 됐으며, 국내에서는 롯데타워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엘리베이터와 함께 비상계단도 이용이 가능하다. 화재가 발생하면 각층마다 33m 간격으로 있는 4개의 특별피난계단을 이용해 대피할 수 있다. 6천명이 이 피난계단을 이용하면 최대 62분만에 모두 대피가 가능하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나왔다.
계단 유효 너비도 현행법 기준인 0.9m보다 넓은 1.5m로 설계했다. 롯데월드 안전관리위원회 관계자는 “1.5m 너비를 확보하면 대피 인원이 두 줄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대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전 등에 대비해 비상 계단 주변에는 피난 경로를 안내하는 유도등과 별도의 초측광식 유도표지를 설치했다.
고층 화재시 화재 진압이 어려운 것을 감안해, 창문 주변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창문 주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섭씨 70도 이상의 온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해, 화재가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한다.
롯데월드 타워에는 고강도, 고내화 콘크리트가 쓰였다. 일반 콘크리트에 비해 3배 이상의 강도를 갖춰 콘크리트 폭열 현상에도 3시간 이상 견딜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콘크리트가 녹아내리면서 건물이 붕괴될 가능성을 줄인 것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롯데월드 타워는 911테러 이후 강화된 세계 소방 방재 기준을 적용해, ‘재난 없는 초고층 빌딩’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 최고층 첨단 기술 총집합
롯데는 롯데월드타워가 국내 최고층으로 지어지는 만큼 세계 최고의 첨단 기술과 장비들을 동원해 안전에 심혈을 기울였다.
완공 시 75만t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의 하중을 완벽히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토목설계는 영국의 에이럽(Arup)사가 맡았다. 이 회사는 두바이의 버즈두바이, 베이징 올림픽 수영장인 워터 큐브(Water Cube), 인천 송도의 동북아트레이드 타워의 설계를 맡았던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다.
한국 고유의 곡선미를 살린 디자인으로 555m 높이에 달하는 롯데월드타워의 건축 설계는 미국의 초고층 전문 건축설계업체인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사가 맡았다. 이 회사는 미국 시카고의 333 웨스트 웨커 드라이브, 일본 도쿄 롯폰기힐스와 상하이 국제금융센터, 국내 삼성 서초사옥 등 국내외 다양한 초고층 건물을 설계했다.
구조 안정성 검증을 위해 건물의 구조 설계 부분은 상하이 금융센터(Sh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등 유명 초고층 구조 설계를 맡은 미국의 LERA(Leslie E. Robertson Associates)사가 맡았고, 현재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인 사우디 아라비아의 킹덤타워 (Kingdom Tower, 공사 중)를 담당한 미국 TT(Thornton Tomasetti)사가 구조 검증을 해 이중으로 안정성을 확인 받았다.
롯데월드타워는 순간풍속 80m/s의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설계가 적용됐다. 이러한 강풍을 견디기 위한 검증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의 풍동 컨설팅을 맡은 캐나다의 RWDI(Rowan Williams Davies & Irwin Inc)사가 맡았다. 건물 외벽의 커튼월은 일본의 릭실(Lixil)사가 담당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컨설팅은 미국의 CDC사가 맡았다.
롯데월드타워 공사에 적용하고 있는 초고층 장비에도 세계적인 업체가 참여했다. 오차 없는 시공을 위해 4대 이상의 인공위성으로부터 측정정보를 받아 오차를 보정하는 위성측량시스템(GNSS)장비는 스위스의 Leica사의 것이고, 별도의 해체 및 재설치가 필요 없이 유압장치에 의해 스스로 상승하는 ACS(Auto Climbing System)거푸집은 오스트리아 Doka사의 것이다.
이와 함께 콘크리트 배합 및 압송 기술 등 롯데건설이 특허를 출원한 초고층 기술이 적용 중이며 400여개의 국내 협력업체가 롯데월드타워 시공에 참여하며 대한민국 초고층 건설 기술 역량을 한 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제2롯데월드 안전관리위 관계자는 “무엇보다 안전한 롯데월드타워 건설을 위해 세계적인 초고층 회사의 기술을 적용하고 검증 받았다”며 “안전하고 완벽한 시공을 통해 향후 국내외 초고층 건설 시장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담당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