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자연을 바꾸는 사람들
베리 로페즈(Barry Lopez)
<북극을 꿈꾸다: 빛과 얼음의 땅(Arctic Dreams: Imagination and Desirein a Northern Landscape)> (1986)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같은 고전부터 앤드리아 배럿의 <일각고래의 여행(Voyage of the Narwbal)>과 이언 맥과이어의 <얼어붙은 바다>같은 좀 더 최근의 작품까지, 영국과 미국의 소설은 흔히 북극을 얼음에 뒤덮인 극단의 풍경으로 묘사해왔다. 인간의 야망과 탐욕이 폭력이나 죽음을 유발하는 일종의 원초적 시험장인 것이다.
오늘날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북극 자체가 인간의 오만함의 희생양이 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지역은 지구의 나머지 지역보다 두 배 더 빠르게 온난화되고 있으며, 악순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얼음과 눈이 반사한 햇빛을 개빙구역이 흡수해 녹아서 온난화를 더욱 유발하고, 이것이 얼음이 녹는 현상을 더욱 가속한다. 이렇게 상승한 온도가 차례로 해빙, 적설, 영구동토에 변화를 가져와,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과 사람들의 생활 양식을 위협한다. 또한 해수면 상승, 해양산성도 증가, 기상 이변을 포함해 전 세계에 걸친 일련의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두려운 사태 전개를 감안할 때, 배리 로페즈가 1986년에 쓴 이 책은 오늘날 미개지에 대해 쓴 훌륭한 고전이자 사라지는 세계에 대한 애수 어린 찬사로 읽힌다. 로페즈는 여러가지 신화와 에스키모의 구비설화뿐 아니라 지리학자, 탐험가, 인류학자, 고고학자, 생물학자의 연구에 의지해 북극을 인상적으로 그리면서, 이 땅을 4, 5년 동안 여행하며 경험한 엄청난 경이감과 경외심을 전한다.
<북극을 꿈꾸다>는 오늘날 미개지에 대해 쓴 훌륭한 고전이자 사라지는 세계에 대한 애수 어린 찬사로 읽힌다.
로페즈에게 북극은 수리지리학만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 속미지의 세계에 존재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곳은 “비행기가 클리블랜드 규모의 빙산 위를 지나가고 북극곰이 별에서 날아내려오는 땅, 달이 일주일 동안 빛나고 태양이 여러 날 동안 보이지 않을 수 있는” 이미지와 은유가 풍부한 땅이다.
로페즈의 이야기는 철학과 과학, 은유와 구체 사이를 오간다. 그는 19세기에 고래잡이배가 이 “사랑스럽고 웅장한”, 주인 없는 인적미답의 땅을 처음 맞닥뜨린 느낌을 들려준다. 그리고 공기가 희박한 높은 대기에서 발견되는, 이 세상의 것같지 않은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빛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미묘하고 갑작스럽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혹독하고 매우 단조로워 보이는 풍경이 실은 대단히 복잡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음을 로페즈는 보여준다. 새와 동물의 이동 경로에는, 초기 인간 정착민들의 이동 경로와 마찬가지로 이 땅의 지형, 계절에 따른 햇빛의 변화, 생존을 위한 생체리듬에 의해 드러나는 복잡하면서 중복되는 패턴이있다.
북극에 살고 있는 동물에 대한 로페즈의 글에는 과학 논문의 면밀한 관찰에 따른 세부사항과 소설의 서사가 갖는 생동감이 담겨 있다. 북극곰은 체온이 너무 잘 유지되어 과도한 열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눈을 먹어 해결한다고 한다), 에스키모인들이 이글루를 지을 때 이용하는 것과 같은 건축 원리로 굴을 만들며, 옛 전설에 따르면 물개에게 눈에 띄지 않고 몰래 다가가려고 발이나 흰 눈으로 검은 코를 가린다고한다.
이 책의 핵심은 에스키모인과 북극을 찾는 서구인이 땅을 대하는 서로 다른 태도이다. “전통적인 에스키모인에게 삶의 큰 과제는 여전히 이미 주어진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것”, 다시 말해 “땅과 대화하는 것”인데, 이는 서구인의 믿음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서구인들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며, 물질적 부와 안락함을 창출하기 위해 땅의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로페즈는 계속해서 쓴다. “때로 그들 자신이 여전히 동물세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여기는 에스키모인들은 우리가 너무 완전히 분리된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그들은 우리를 ‘자연을 바꾸는 사람들’이라 부르는데, 이 말에는 불신과 불안이 뒤섞여 있다.”
이 말은 오늘날 인간이 유발하는 온난화가 북극과 지구 전체를 위협함에 따라 불길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