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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시를 쓰는 것 (시미즈 치사코)
한국 문학의 번역가로 유명한 사이토 마리코 씨는 한국에서 시인으로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봄 날의 책'이라는 출판사에서 '단 하나의 눈송이(원제: 단 하나의 눈송이)'(2018년). 민음사에서 1993년 에 발행된 『입국(입국)』을 복간한 시집이 출간되었으며, 이를 읽고 감명을 받은 소설가 은히경 씨는 자신의 단편집 서두에서 그 중 한 편 “후부키”를 인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단편집의 일본어 번역 『단 하나의 눈 조각』이 2026년 3월에 슈에이샤에서 발행되었으며, 사이토 마리코 씨가 한국어로 쓴 '후부키'를 직접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잠시 후에 어느 쪽이 말한다, “떨어지다”. '내 승리'라고 또 한 사람이 말한다. 거짓말을 해도 절대 들 키지 않을 텐데, 서로 속일 생각도 없이 선생님께 꾸짖을 때까지 열중했습니다. 놓치지 않도록. 다른 눈송이와 혼동되지 않도록,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따라가야 합니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매우 유사한, 단 하나의 눈송이를.
운히경『단 하나의 눈 조각』(오·연아 번역)
소수록된 “후부키”(사이토 마리코 번역)에서 인용
『현대시집』 2026년 4월호에서 마사 나카무라 씨와 대담을 나눈 시인 김보나 씨도 사이토 마리코 씨의 “후부키”를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시를 필사하면서 열심히 시를 공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사이토 마리코 씨는 “제 한국어 실력은 높지 않았습니다.” 만약 한국어가 유 창했다면, 시는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눈으로 본 것과 마음에 떠오르는 것을 말하고 싶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답답함이 시를 쓰게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답하고 있다.
시인 이소연 씨는 바로 이 점이 사이토 마리코 씨의 시가 한국 시인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라 고 말합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온 한국어 모국어 화자에게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시각과 말투 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미국 콜로라도 출신 로렐 테일러 씨가 일본어로 쓴 시집 『Human 구조』(칠월당, 2024)의 출판 기 념 행사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시인의 아버지를 둔 테일러 씨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 하면 두려워서 영어로는 시를 전혀 쓸 수 없었지만, 일본 유학을 하고 다시 시를 만나 일본어라면 시 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혀의 골짜기를 탐색하고 가라앉아 미라이와 은밀히 맞붙으면
화석처럼 어두운 붉은 자국을 만날지도 모릅니다.
Knife 안에 knight 안에 know 안에 맛있는 중에 아름다운 중에
신이 된 것처럼 흔적을
살리게 하려는
맛있는 아름다운
クッナイフックッニヒットックッナウェン
흔적의 발효된 피진흙을 억지로 맛보아 보세요
로렐 테일러의 『Human 구조』에 수록된 “입자”에서 인용
테일러 씨의 시에도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일본어의 울림이 있어, 그것이 오히려 시에 맛을 더 하고 있습니다. 사이토 마리코 씨의 경우는 1990년에 일본에서 시집 『히비키 하바타키 후부키』(시 초샤)를 출간하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의 경우는 상황이 약간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어라 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가 시를 가져왔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인 시모토 코우스케 씨도, 젊었을 때 일본에서 쓰는 것을 포기했던 시를, 이후 서양에서 생활하면 서 영어로 쓰면서 되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옛날에는 니시와키 준자부로도 프랑스어로 글을 쓰면서 일 본의 정형시에서 자유로워졌고, 최근에는 영어로 시작을 계속하면서 호세이 대학에서 영어시를 가르 치는 타나카 유키 씨가 『Chronicle of Drifting』에서 전 미국 비평가 협회 상의 최종 후보로 선정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 풍습을 펼친 뒤에 쓰는 것은 다소 어리지만, 저도 최근에 한국어라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 의 힘을 빌려 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체코리 번역 학교에서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된 이소연 님의 “시 독해” 수업을 수강하는 중에, 뜻과 의도로 시작 과제가 부과되었습니다.
한국 시 번역에 도움이 되고, 시를 깊이 읽는 능력을 기르고 싶어서 수강한 수업이었습니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시를 이해하려면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강사의 모토 아래, 처음에는 한 줄부터, 그리 고 다섯 줄, 열 줄에 걸쳐 어느새 다섯 편의 시를 한국어로 쓰고 있었습니다. 다음 시는 그 중 한 편입 니다.
3월의 버스
시미즈 치사코
은엽 아카시아 화분을 하나 샀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고 싶어서
봄은 잔인하지 꼭 사람의 마음을 일으키려고 합니다.
오늘도 출근합니다
사람들의 환한 얼굴에 속은 듯이
3月のバス
清水知佐子
ギンヨウアカシアの鉢植えを買った
君の心を明るく照らしてあげたくて
春は残酷 きまって人の心を奮い立たせようとする
今日も私は出勤します
人々の 晴れやかな顔に騙されるように
한국어로 말할 때도 마찬가지지만, 한국어로 글을 쓰면 더 해방될 수 있습니다. 긴 글이면 여기저기 의 거친 내용이 눈에 띄어 쓰다 보니 답답하지만, 짧은 말이나 짧은 문장 안에 다양한 생각을 촘촘히 응축하려고 할 때, 평소보다 하고 싶은 말이 더욱 선명해지고,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이 들었습니다. 더 많이 시를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어색하게.
시미즈 치사코(시미즈·치사코)
와카야마 출생입니다. 오사카외국어대학교 조선어학과 졸업. 요미우리 신문 기자 등을 거쳐 번역에 종사했습 니다. 번역서에, 김하나/판소누『여자 두 사람,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말하는 것을 말한다』『아이디어가 넘쳐나는 신비한 12개의 대화』, 이옥슨『노후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슬라『29세、 오늘부터 제가 가장입 니다. 곽민지『제 '결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 주세요.』, 박경리『완전판 토지』, 이기호『원주통신』, 고 정희『어린 시절의 정원』, 탭로『BLONOTE』 등이 있습니다. 신·손미는 『한밤중의 작은 요세이』로 제69회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 번역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강
거기선 아무도 새들의 안부를 묻지 않았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몰려다니며 바지에 흙을 묻혔다
스무 살의 한강에선 좀 더러운 일이 많았지
따귀를 처음 맞았고 목을 졸렸다
고환을 걷어차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콩콩콩 뛰는 걸 보면
작고 푸른 곤충 같아
나를 죽이려던 사람이 맞을까?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일은 더러운 일이어서
나는 자주 손을 씻었다
신호등은 나만 보면 빨간불
사람들은 나만 보면 화를 내
나는 왜 때리는 놈만 만날까?
새의 안부가 궁금하다
삶이 잠깐 멈춘다
사과 썩는 냄새가 났다
바다에 살던 고기가 강에 와서 죽어 있다
언젠가 내가 버린 것들이 생각나서
그게 깜박하고 다시 내게로 돌아올까 봐
애인의 낡은 벨트가 물뱀처럼 돌아오거나
커다란 손바닥이 강가를 치며 돌아올까 봐
바다를 미리 보고 슬퍼하는
나는 조금 운다
장작 패는 사람
어제 새벽엔 시를 쓰다가 창문을 내다봤는데
술을 깨려고 장작을 팬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의 마당엔 쓰러진 나무들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마음은 어떻게 가질까
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싶다
팬다는 말을 가져본 적 없는 내가
팬다는 말을 가장 아름답게 배우는 새벽이었다
그는 언 손으로 나무를 패려고 겨울을 데려오고 싶다고 했다
이 새파란 여름에
이 지독한 여름에
언 손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어떻게 가질까
더 차고 혹독한 마음을 가지고 싶다
프랑스에서도 장작을 패고 과테말라에서도 장작을 패지만
장작을 패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거기선 아무것도 쪼개지지 않을 것 같고
쪼개지지 않는 건 가짜라는 생각
있는 힘껏 세상을 쪼개는 남자가 들고 있는 것이
도끼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팰 것이라곤 나무밖에 없다는 듯
이대로 끝나도 좋을 것처럼 땀을 흘리는 사람 옆에서
무엇을 위해 장작을 패느냐고 묻기 위해 나는 나이를 먹는구나
날마다 마당에 쓰러진 나무를 쪼개면 거기서
새벽이 태어나는 걸까?
도끼라는 걸 믿을 수 없는 도끼로 나무를 내려쳐서
새벽 창문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그는 고백했다
새벽 창문은 다시 오지 않을 창문
내가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창문이었다
휴 그랜트의 아내 코번트리 부인이 퓰리처상을 받았다
엄청 큰 무대에서 내려온 코번트리 부인은
수많은 테이블 사이를 지나며
기쁨의 인사를 나누었다
영국의 시인 테드 휴스 또한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껴안았다
테드 휴스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모자라서를 모라자서로 쓰셨어요.”
오타를 발견한 것이다
이 좋은 순간에
축하를 받는 이 기쁜 순간에
그녀는 손을 잡힌 것처럼 얼굴이 달아올랐다
정말 끔찍한 꿈이로군!
꿈에서 깨어나자 마자 나는 마감한 원고에서
꽃 이름을 잘못 쓴 걸 발견했다
실수를 축하하는 문명이 있다면
나무도 원숭이에서 떨어진다
작가님,
골드매리는 매리골드가 바른 표기입니다
규범표기는 마리골드입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착각하기 좋은 꽃 이름 연구회에 자동 가입되었으며
부상으로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신작 소설집을 보내드릴게요
비행기를 타야 되는데
비행기가 떠났어요
취소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나간 날짜의 항공권은 취소할 수 없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비행 날짜 확인 어플 개발원에 탑승자 이름으로 해당 항공비만큼 후원되며
축하의 마음을 담아 5성급 호텔 숙박권 두 장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실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그를 옹호해야 살아남는 세계를 알아버렸으므로
실수를 축하하는 문명까지 만드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것도 좀 너무하다 싶은데
꿈에서 조차 여성의 실수에 주목한 것에 반성한다
나는 단지 여성의 성공을 조명하고 싶다
오롯이 축하하고 싶다
꿈에서 본 문장은 틀렸다
코번트리 부인은 퓰리처상을 받았으나
그녀는 휴 그랜트의 아내가 아니었고
(코번트리 부인은 코번트리와 결혼했겠지)
어쨌든 그녀는 실수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
시보다 시 같은 아이
스물여덟 살에 결혼해 아이 하나를 두었습니다. 시보다 시 같은 아이 말이죠. 종종 시 같은 아이의 말을 받아 적습니다.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의 보도블록 위를 걷는 중이었습니다. 그때 아이는 세 살이었습니다.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 내 눈이 하얀색이 되어서 길이 하나도 안 보여.” 저는 귀여운 아이의 말이 흠집 날까 비단 보자기에 고이고이 싸 두고픈 마음이 되어 버리더군요. 아이는 눈부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 텐데, 말 을 배우는 중이라 눈부시다는 어휘를 몰랐을 겁니다. 자신이 아는 단어들을 총동원한 문장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어요. “햇빛 때문이구나?” 저는 작 고 부드러운 아이의 손을 잡고 그늘로 데려갔습니다. 아이는 그늘 아래로 가서야 제 얼굴을 올려다보며 웃었습니다. 놀라움이 깃든 웃음이었죠. 그리고 물었어요. “엄마가 햇빛을 치워 준 거야?”
그 질문을 듣곤 울컥했어요. 살면서 누군가에게 이런 전적인 신뢰를 받아 본 적이 없었거든요. 언제나 제 앞엔 불가능만이 놓여 있었어요. 제가 어떤 일을 어렵게 해냈을 때조차도 사람들은 믿어 주지 않았어요. “정말 네가 한 게 맞아?” 하는 일마다 실패로 끝나기 일쑤였지만 이번엔 제가 어렵게 해낸 일인데도요. 전 다른 사람들의 지적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에요. 단지 ‘넌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주는 사람’을 꿈꿔요. 그런데 세상에나! 햇빛을 치워 주는 엄마라니! 단지 그늘로 데리고 가 햇빛을 피하게 해 준 것뿐인데 말이죠. 대자연 앞에서 속수무책인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태양마저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치워 줄 수 있는 신들의 세계가 아이와 제가 딛고 선 골목길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순간 이 시가 아니면 무엇이었을까요? 나의 작고 작은 아이는 자기가 가진 소박한 말들로 어쩌면 이렇게 다채로운 세계를 제게 선물하는 걸까요?
아이는 한글을 깨치면서 제게 시도 때도 없이 편지를 선물이라며 건네기 시작했어요. 아이를 씻기다가 코피를 왈칵 쏟은 적이 있는데 아이는 많이 놀랐던 모양이에요.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를 겨우 진정시키고 지혈을 위해 휴지로 코를 막고 침대에 누워 있었어요. 아이는 그 사이 편지를 써서 누워 있는 제게 내밀더군요.
저는 이 아이가, 저를 오롯이 자신의 세계로 초대하는 이 아이가 너무나 소중했어요. 지금까지도 아이가 제 몸의 일부였던 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어쩌면 시보다 시 같은 아이를 배 속에 품었던 그날이 있어 제가 시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알라딘 eBook <그저 예뻐서 마음에 품는 단어> (이소연 지음) 중에서
https://note.com/marmari_poem/n/n473de574ca28
(초반에 실린 일-한 번역가 시미즈 치사코의 글은 <말말이>라는 한국 시 소개 싸이트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