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가까운 일본은 자민당과 민주당 계열의 연합 사회당에서 총리가 선출된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세워 50개 각주마다 선거인단을 통해 대통령을 뽑는다. 영국은 보수당과 노동당의 경합으로 총리를 선출한다. 프랑스는 다당제로 좌파와 우파, 중도파, 극우파로 나뉜다. 대통령이 나오고 총리를 임명한다. 독일은 주로 기민당과 사민당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당선된다.
한국도 처음은 간선으로 대통령을 냈다. 직선으로 하자는 여론에 따라 1공화국 4대 대통령에 이승만이 조병욱 후보 사망으로 자동 올라서고 부통령 이기붕의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탄로되어 4.19가 발발하면서 막을 내리게 된다. 그동안 9번이나 헌법개정이 있었다. 직 간선을 오가며 지금까지 내려오는데 20회의 선거에 13명 대통령이 나왔다.
1-3대 이승만에서 4대 윤보선, 5-9대 박정희, 10대 최규하, 11-12대 전두환, 13대 노태우,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17대 이명박, 18대 박근혜, 19대 문재인, 20대 윤석열 대통령에 이르렀다. 여기에 민주계는 4, 15, 16, 19대이다. 가끔 바꿔 가면서 나라 살림을 맡았다.
임기는 4년으로 시작하다가 5년이다. 전두환은 2대 8년이고 이승만은 3대 12년, 박정희는 5대 무려 16년간 대통령 자리에 있었다. 짧게는 김영삼 3년, 윤보선 2년, 최규하는 1년 정도이다. 3-4대 사이 허정과 4-5대 사이 박정희, 9-10대 사이 최규하, 10-11대 사이 박충훈 권한대행이 1년 정도이거나 몇 달을 이었다.
4천만 이상의 유권자가 하루 내내 손수 투표로서 대선에 나섰다. 국민을 대표하고 세계로 나가는 위대한 영광의 얼굴이어야 하는데 얼룩진 역사이다. 긴 왕정과 일제 치하, 유엔 신탁의 근세를 마무리하고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전란과 정치 혼돈으로 격랑을 헤쳐가면서 나라를 이끌었다.
자칫 공산화로 치달았던 형세를 잘 건사하여 미국의 도움으로 민주국가를 세웠다. 농지개혁과 무상 초등 교육, 삼권분립, 내각 인선, 행정망, 국방 관리 등 산적한 수많은 살림살이를 엮어나갔다. 그러다 그만 인민군이 내리 닥쳐 동란에 휩싸이고 만다. 일거에 다 빼앗기고 대구와 부산만 달랑 남은 대롱대롱 흔들림이 눈앞에 들이닥쳤다.
덜레스 국무부 정치인과 맥아더 원수 등 유학 때 사귄 우남 친구들의 도움이 컸다.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으로 다시 일어났다. 유엔군의 그런 피 흘림으로 한반도가 오늘에 이르렀다. 갓 당선된 미국 아이크의 아들이 한국 최전선에서 공산군과 싸운 얘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사사오입 사건과 투개표 부정으로 경무대를 나와 이화장에 머물렀다. 잠시 가르치고 독립운동하던 정든 하와이에 들렀다가 귀국하려는데 그만 입국을 거절당했다. 고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5년 뒤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겨우 국립묘지에 묻혔으나 가족장으로 치러야만 했다. 상해 임정 초대 대통령이고 건국 대통령이면서도 대우받지 못하고 온통 독재자라 불려 내려왔다.
학생 시위로 갑자기 떠맡은 2공화국 장면 내각과 윤보선 정권에 이어, 박정희 군사 혁명 정부다. 5대에 걸쳐 잘 사는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걸핏하면 국지 도발을 일삼고 막말을 거침없이 하는 북한에 강력한 경제력과 국방력으로 맞섰다. 특히 예비군 창설로 엄두를 내지 못하게 했다. 그런 그가 궁정동 연회에서 가까운 경호 측근의 총격으로 어이없게 죽음을 맞았다.
‘잘살아보세. 잘살아보세. ---.’ 손수 지은 새마을 노래가 귓전을 맴돈다. 모내기와 가을 추수 때 팔을 걷어붙이고 일하던 게 선하다. 다리를 둥둥 걷어 올리고 질펀한 논에 들어가 일하는가 하면, 가을 실한 볏단을 안고 나르다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신 뒤 땀을 닦는 텁텁한 모습이 그립다.
노태우는 대우 재벌 뇌물로, 전두환은 내란과 비자금 조성,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대에 섰다. 박근혜는 국정농단과 뇌물수수, 직권 남용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뇌물수수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가 몇 해 뒤 모두 특별 사면으로 풀려나게 되었다. 노무현은 선거 중립 의무 위반으로 탄핵이 되었다.
여러 달 뒤 소추가 기각되면서 다시 자리에 올라 마쳤지만, 검찰 조사가 계속되자 새벽 등산길에 절벽을 뛰어내려 세상을 마친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재판에서 되살아나지 못한 채 파면되고 만다. 거기다 세월호 사건과 측근 일로 온통 시끌벅적 들끓다가 수십 년 모진 형을 선고받고 여린 몸으로 철창에 갇혔다.
이렇듯 콩 볶이고 들쑤시는 자리에 평온한 사람이 몇 분일까. 왜 이리 자랑스러워야 할 국민이 모신 대통령이 고통으로 지샐까.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이 돌아갔을 때 그 운구 행렬이 어디까지 이어져 온 나라가 슬퍼했다. 노태우는 국립묘지에 누울 수 없어 야산에 묻혔다. 전두환 대통령은 그마저 없어 잿가루를 집에 둬야 하니 이럴 수가 있나.
여기다 2025년 1월 15일 새벽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 공수처와 경찰이 재차 들이닥쳐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했다. 달포 전인 12월 3일 계엄을 선포한 일로 10시간 넘게 조사받은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 됐다. 지루한 가족 특검 요구와 주요 국정 예산 삭감, 잦은 내각 탄핵으로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거기다 여소야대의 선관위 부정투표 의심을 내세웠다. 그만 내란 우두머리로 몰려 탄핵에다 구속까지 커다란 위험에 빠졌다.
온 세상이 생방송으로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붙들려 가는 망신스러운 모습을 지켜본다. 존중하고 보호해 줄 수 없을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첫댓글 정치 권력은 흡사 마약같다는 생각을 저도 해보게 됩니다. 서민들의 생각으론, 평범하게 살았더라면...부귀영화 부러울것없었을텐데.
요즘은 세계정세도 그렇고,우리나라 정치도 그렇고,경제도 그렇고.....모든게 암울합니다.
수출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나 싶었는데, 점점 힘들어 집니다.
뭔가를 자꾸만 요구하는게,우리나라가 어수선하니까 그틈에 우습게 보이나??싶을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주말임에도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ㅠ
대통령이 이리 험하게 지내야 하는가.
누가 이 일을 맡을까.
끝날 때는 꼭 무슨 일이 벌어지니 청와대 자리가 나쁜가 했는데
옮겨서도 그러니 어떡하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