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원종보
2014. 11. 10(월) ~ 11. 14(금)까지 시흥시청 갤러리에서 최영숙 사진전 및 출판기념회를 했다. 사진집 이름은 ‘나의 살던 고향은.’ 으로2004~ 2014까지 택지개발로 사라지는 시흥시의 자연마을들을 사진에 담았다.
전시회가 끝난 것이 벌써 한 달 전이다. 내게는 언제부터인가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었다. 소금창고, 시흥의 사라지는 풍경, 장례식 사진까지 사진을 담는 주제가 스러지고 사라지는 풍경들이었다. 이번에 전시회 사진을 인화하면서 이번 사진전을 기록하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고맙고 감사했던 사람들, 기쁜 일에 함께 했던 시간을 기록한다.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 소래문학회가 얼마나 큰 기둥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서문을 임경묵 회장님께 부탁드렸다. 선뜻 허락해주셨다. 사회는 심우일 선생님이 맡아주셨다. 안내는 최분임 선생님, 연규자 선생님, 이귀련 선생님 등이 맡아주셨다. 또한 전시회 기간 중 바쁜 일정 중에 찾아주신 소래문학회, 시향문학회, 시흥문협 회원 분들 모두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안 되는 것이 없었다. 그간 세월의 깊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둔터골의 이용순 어르신은 혼자 둔터골에 들어가면 "고참, 맹랑하게 혼자서 그러고 다녀." 하면서 다정하게 맞아주셨었다. 어린아이로 만들어 주셨다. 이번 전시회에 전경의 어르신과 아드님과 함께 와주셨다.
"언제 이사한 집으로 놀러 와, 따뜻한 밥 차려 줄께." 아, 이 어르신에게는 엄마의 냄새가 난다.
사진- 원종보
사진집을 내면서 가장 염려가 되었던 것은 마을어르신들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하는 점이었다. 사라지는 마을에 사셨던 분들의 아픈 추억들을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둔터골 어르신들은 옛 마을을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사진전을 찾아주신 정들었던 어르신들을 뵙는데 와락 울음이 터지는 것을 참았다. 예전에 사셨던 마을과 당신의 모습을 담은 옛사진을 함께 보는 감회가 새로웠다. 사진집을 둔터골 어르신들에게 전해 드리고 묘재, 을미의 분들도 연락이 닿아 전해드릴 수 있었다. 다행스러웠다. 겨울비 오는 날 둔터골 어르신 문자를 받았다. “겨울비치곤 제법 많이 오네요. 주신 사진첩을 보다 잠시나마 잊고 있던 고향마을을 생생하게 다시 보니 다시 한 번 감사함을 마을대표로 전해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가정되시길(광석동 전영주)” 내가 하는 일이 이분들에게 의미를 준다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다. 감사했다.
사진- 최영숙
'나의 살던 고향은.' 에 나는 마침표를 찍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사라진 것이다. 마지막 교정를 보고 오면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소금창고도 사진전을 하고 세 번째 '물고기 노닐다' 사진전을 할 즈음에 소금창고들이 모두 파괴되었다. 이번 사진집을 준비하면서는 둔터골의 회화나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에 타고 베어졌다. 나무가 있던 자리가 웅덩이로 변해 있는 모습을 봤을 때의 충격과 마음의 상처가 깊었기에 이 사진으로 책을 감싸는 것으로 정하고 오면서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솟았던 것이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어서 내심으로 몹시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이가 들 수록 눈물이 많아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최영숙
사진전을 하면서 마을길을 걸어오시던 신상철 어르신과 이대동 어르신이 모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강인한 인상의 신상철 어르신이었지만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보면 빙긋 웃고 가셨다. 말씀은 없어도 따스함이 전해졌었다. 이대동 어르신은 마을이야기들을 두런두런 전해주셨었다. 지금이라도 금방 마을 길을 내려오실것 같은데 세월은 이미 많이 지나갔다는 생각을 했다. 두 어르신의 명복을 빌었다.
우리의 시간도 또한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사진- 원종보
우리 수녀님은 늘 ‘우리 영숙이’ 걱정이시다. 결혼하기 전에 남편을 데리고 수녀님께 인사를 하러 갔을 때, 또 딸 주화와 사위를 데리고 인사를 갔을 때 우리 수녀님은 남편과 딸 앞에서 하얀 거짓말을 하셨다. “우리 영숙이는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뭐든지 잘했다고.” 울엄마 같은 수녀님! 당신이 계셔서 제자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실듯했다. 함께한 친구들도 감사했다.
사진- 원종보
사진전을 한다는 말을 듣고 친구는 찻자리를 해주겠다고 했다. 2시부터 와서 연꽃차와 보이차를 준비해준 친구 수민이, 기문이 고맙다.
사진- 최영숙
홍천에서 올라와서 동생을 보고 내려간 울언니와 형부, 친지분들이 고마웠다.
사진 최영숙
친정과 시댁 친척들 중에 우리 둘째 고모님이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시다. 예쁜 그림과 시를 적어 주시는 우리 둘째 고모님은 전시장에 들어서 ‘수노골 산’ 시 읽으시면서 벌써 눈물을 흘리셨다. 고모님은 예쁜 글씨로 방명록을 적어주셨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 엄마의 품속 같은 따뜻함과 정겨움으로 마음깊이 새겨졌던 고향의 모습들이 오늘 사랑하는 올케의 렌즈를 통하여 또 기억과 추억을 기억하고 생각하게 함에 가슴 뭉클함과 고마움. 잊고 살았던 그러나 너무나 소중한 것에 대한 감사함이 새롭습니다. 무심 한 듯, 잊혀 진 듯, 또는 버려진 듯 사진속의 모습들은 결코 화려하지도 예쁘지도 멋있지도 않지만 시골아낙네의 순수함과 소박함으로 꾸미지 않은 순수함으로 그래서 더욱 미소 짓게 하고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잊혀져가고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애뜻함과 안타까움으로 소중한 것을 기록을 통해서라도 남기고자하는 사물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없이는 남겨질 수 없는 것들이기에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은 귀한 선물입니다. 올케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동생과 종보, 주화 모두에게 생명의 빛이신 주님의 사랑이 함께하시기를 바라며. 2014. 11.14일 올케를 사랑하는 작은고모 정희” 라고 적어주셨다.
내가 사진을 하는 일에 가장 든든한 시댁 쪽의 지원군은 우리 고모님들이 아닐까 싶다. 남편이 혹시라도 잦은 출사로 누나에게 불평을 할라치면 “종보 엄마 고생 많이 했다. 다른 일 하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하셨다. 어찌 나에게 서운함이 없으셨을까마는 늘 좋은 모습만 봐주셨다. 늘 감사했다.
사진- 원종보
사진- 최영숙
사진- 원종보
사진전을 하면서 아들이 사진을 담아주는 것이 기뻤다. 아들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숨겨진 코드가 많은 사진이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다. 자기 세계가 있다는 것은 마지막에 숨을 공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살면서 외롭고 힘들 때 자신을 굳건히 지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 최영숙
이번 전시회를 하면서 나와 끈이 닿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가족은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캐나다에서 사진집 준비하는 엄마에게 모니터 너무 본다며 눈 조심하라고 수시로 전화를 걸어주고 전시회날에 화환을 보내며 살뜰히 챙기는 주화 내외, 전시회날 사진을 담아주고 사진집을 준비하는데 가장 쓴소리를 많이 해준 아들, 나중에 아들의 말이 가장 정확했음을 알았다. 맘에 드는 녀석이다. 사진전을 하고 사진집을 내는데 가장 물심양면으로 힘을 써주고 가장 기뻐한 것은 남편이었다. 아내의 빈자리가 많았을텐데도 싫은 내색없이 기운을 돋아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과 그다지 변할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은 끝없이 변할 것이고
기록하는 사람은 담담하게 사진을 담을것이다.
수노골산
-최영숙
이제는 사라진
어릴 적 추억을 그대로 간직한 수노골산
50여년을 가까이서 지켜본 산입니다.
마디풀을 곱게 엮어
소녀의 갈래머리를
만들어 놓기도 하고
동네 오빠들이
마디풀로 매듭을 지어서
번번이 넘어지곤 했습니다.
소풍 올 때면 이곳에서 보물찾기를 했습니다.
소풍날에는 찾지 못했습니다.
다른 날
언니나 친구들과
마디풀로 머리 땋기, 술래잡기 하면서
소나무 틈 사이
돌 틈에서
색이 다 바래고 찢어진 채
슬쩍 제 모습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찾아서 더 서운했던
어린 날
지금은 제 때에 보물을 찾고 있는지
언제나처럼
늘 반 박자 늦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건너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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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모아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첫댓글 고생많으셨습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지나서 눈오는 풍경을 보니,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또 하나의 행복한 기억, 축하드려요.
참으로 뜻깊고 멋진 전시회입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멋진 전시회 못가 본 것이 아쉽네요. ㅠ
함께 했던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사람들과의 세월을 느끼게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