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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운탕까지 해치운 이현종 선생님과 김배환 씨의 표정에서 맛의 즐거움인 포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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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철 |
| “어디로 갈까?” “좋은 데 많이 아시니 알아서 고르시죠?”
대개 식사 때면 어디로 갈까, 잠시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그래 상대방에게 음식 선택권을 아예 통째로 내줘 어디로 고를지, 작은 고민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그렇지만 상대방은 다시 물고(?) 늘어집니다.
“고기, 생선 종류는 골라야지. 뭘로 할까?” “좋아하시는 생선으로 하세요.” “돌산 갈까, 화양면 갈까?” “알아서 하세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 룰루랄라, 전남 여수시 화양면 바닷가의 가막만 횟집으로 갑니다.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가건물을 찾아드니 집 밖에 차량 몇 대가 서 있습니다.
고기 떨어지면 몇 시건 간에 문 닫는 집이라, 행여 발걸음을 되돌려야 할지, 간이 조마조마합니다. 이곳으로 안내한 지인이 “오늘 장사해요?” 하니 안에서 “예” 합니다. 안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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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여수시 가막만 횟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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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문 안하세요?”
바다 풍경을 감상하고 한 발짝 늦게 들어갑니다. 으레 자리에 앉으면 무얼 시킬지 상의하는데 주문할 생각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장소를 안내하신 지인에게 물었습니다.
“주문 안하세요?” “했네. 여기는 간단해. 가격만 정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나오네.” “햐아~, 그거 재밌네요. 왜 그런데요?” “이 집은, 무슨 고기가 잡힐 줄 몰라, 주는 대로 먹어야 돼.”
그거 참 편리합니다. 어렵게(?) 정한 장소에서 많은 메뉴로 ‘뭘 먹지’ 또 고민할 필요 없이 가격만 정하면 된다니.
“이 집을 고른 이유가 뭐예요?” “한적한 야외에서 마음 편히 먹기가 좋잖아. 회라고 다 생선회가 아니여. 시골에서 직접 잡은 회를, 그것도 바닷가에서 먹는 거 얼마나 좋은가. 생선회는 이게 제 맛이여.”
기본으로 야채, 조개국, 조개무침, 연포탕, 개조개 구이, 부침개 등이 나옵니다. 이것만으로도 소주 안주는 충분한데, 아직 주 메뉴가 나오지 않은 전초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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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포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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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무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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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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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먹고 살아야지”
동네 갑장끼리 동업한다는 신일진(56)ㆍ황병윤(56)씨와 신일진씨의 사위로 조리 겸 영업부장인 최중현(36)씨를 만납니다.
“손님들이 메뉴 고르는 번거로움을 없애 좋네요?” “있는 것만 팔아 우리가 편해 좋은데…. 손님도 그리 생각하나요?”
“예. 고기는 어찌 들여요?” “동네 사람들이 요 앞 바다에서 잡아오는 것 받아 팔아요. 우리도 좋고, 동네 사람도 좋죠. 도인 아닌 이상 바다에서 무슨 고기가 잡힐 줄 누가 알겠어요. 잡아오는 대로 받아 모듬회로 팔아요. 손님은 가격만 정하고.”
“아~. 근데 동네 사람들 잡은 것만 받아 판다?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 만들기네요?” “요새 사람들 살기 힘든데 같이 먹고 살아야지, 혼자만 먹고 살면 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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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병윤 사장(앞)과 조리부장인 신일진 사장의 사위 최중현 씨가 회를 뜨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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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 속 도인의 맛... “어 시원하다”
혼자만 잘 살려고 몸부림을 치는 사람도 많은데. 어려운 판에 같이 먹고 산다? 숨어있는 생활 속의 도인입니다. 도인의 음식 맛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몽어, 노래미, 농어, 깔따구 모듬회가 나옵니다. 동네 어민들, 오늘은 이걸 잡았나 봅니다. 모듬회에 주위에서 흔히 보는 진달래, 유채, 철쭉 등으로 장식을 하였습니다. 보기만 해도 입맛이 돕니다. 생활 속의 지혜입니다. 소주잔이 몇 차례 돌고 매운탕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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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회와 어울린 진달래, 유채, 철쭉 등의 꽃 장식이 이채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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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진 선생님은 밥 몇 수저 뜨지 않고 “배가 부르다”며 매운탕 국물만 들이키며 “어 시원하다”합니다. 이현종 선생님은 “매운탕은 대가리가 최고여. 근데 다들 대가리는 안 먹더라니까” 하시며 머리를 발라 맛있게 먹습니다. 지리산서 녹차 만드는 김배환씨는 땀 흘리며 먹다 “야, 정말 맛있네요” 합니다.
이쯤이면 ‘나눔의 먹거리’를 실천하는, 맛의 법도를 터득한 도인의 집이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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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운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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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안내하신 한창진 선생님은 포만감에 일찌감치 뒤로 물러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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