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처부부 일기
마누라일기
오랫만에 남편과 쪼매 다정스레 밥을 먹고 있는데...
티비에서 아프간에 자상군을 파견한단 소리가 들렸다.
지상군 파견이라...
무심코 있다가 씹든밥을 덜씹고 꿀꺽 넘겼다.
'아이구 자상군 파견한데요. 울아들 가게 되믄 우짜노'
군대 얘기가 나오면 전방에서 쫄따구로 청춘을 보내고
있는 아들넘 생각에 가슴이 덜컥한다.
올해만 잘넘기면 내면초엔 제대를 하는데
차출되믄 낼 모레 제대를 하드라도 군말없이 가야한다는건
아무리 얼팡한 나지만 그정도의 상식은 안다.
'클났네. 재수없으면 갈지도 모르잖아.'
근데 어미는 이렇게 걱정을 하는데 애비란 사람은
걍 남의 얘기듣듯 대꾸도 없이 밥만 먹고 있다.
세상에 이런일이...
진짜로 밥먹는 숫가락 팍 뺏고 싶다.
'당신은 걱정도 안되나? 재수없어서 원이가 가믄 우짜노"
'가믄 가야지. 지혼자 가는것도 아니잖아'
말을 요렇게하니 내가 우째 열을 안받겠는가?
'당신은 꼭 남의 자식 얘기하듯 하네. 아니 걔가
어디서 델고온 자식이가? 줏어온 자식이가?"
"뭔말을 그리해?"
남편은 좀 냉정한 성격이다.
무조건 낄길거리며 좋은게 좋다고 생각하는 나완
360도 틀리는 반대의 성격이다.
그러니 울부부가 천날만날 쌈하지 달리 하남.
아들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다.
자기딴엔 엄하게 키운다고 그러는지 몰라도
아들한테 너무 할때가 많다.
아들넘이 모처럼 휴가나올때도 글치.
맨날 훈련 받다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니
친구랑 술마시고 늦게 들어오는건 좀 봐주면 안되는가?
그걸 그냥 넘어가질 않고 꼭 공자왈맹자왈이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것도 못마땅해서 눈에 불이 튄다.
정신상태가 썩어빠졌따나...
(지 정신은 어지간히 좋은갑따)<---속으로만.
이러니 아들이 늦게 들어올때는 야단 안맞게 할라고
쉬쉬하면서 아들을 얼른 방으로 들려보내고
새벽부터 아들넘 깨우라고하면 냅두자고 통사정을 한다.
꼭 진짜 내가 아들넘 하나 델고 개가해서
살러온 사람같다.
아들이 어디간다면 돈을 줘도 꼭 쓸만큼만 빠듯하게줘서
내가 몰래 아들손에 따로 쥐어주는게 한두번이 아니다.
자기딴엔 강하게 키운답시고 아들을 선머슴부리듯 부리는데
두번만 강하게 키우다간 진짜 아들 잡을판이다.
이러니 아들은 아들데로 지애비를 무지 어려워하고
항상 부동자세일밖에...
얼마나 속상하는일인가?
결국 밥 자알 묵다가 심장이 상해서 숫가락 놔버렸다.
마누라가 새끼 걱정땜시 뭐라뭐라 하면
빈말이래도 좀 위로 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항상 이런식이니...
아들은 뭐 내혼자 아들인가?
괜히 섦어지고 눈에 눈물이 다 나올라고 한다.
분위기가 자신이 생각해도 수위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이웬수 가라사데
"전투군 파견이 아니고 비전투군 파견이야.
제발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마라"
결국 또 병주고 약 주는데....
약이라도 안주면 우짜겠노싶어 맘좋은 내가
통과해줬다.
속으로야 당연히
"니 나중 늙거등 함보자"
요러면서 잇빨을 갈았지. 흥흥흥.......
남편일기
티비보다 아프간에 지상군 파견한단 소리에 놀란 마누라.
전방있는 아들넘이 곧 파병될것같이 혼자 호들갑이다.
대꾸해봐야 입만 아플꺼고 밥이나 먹고 있었드니
아들넘이 델고온 애냐고 또 그넘의 레프토리다.
내성격이 자상하지 못한건 내자신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지가 나하고 한해두해 살았나?
아들얘기만 나오면 열받아서 혼자 아들 위하는척하니....
누나들 틈에서 자란탓인지 아들놈은 애비인 내가 보기엔
뚝심이 좀 부족하고 많이 여리다.
그래서 어릴때부터 조금 스파르타식으로 키웠는데
마누라는 그걸 못봐줘서 눈에 불이난다.
남자의 깊은뜻은 모르고 우선 눈앞의 안스러운것만
가지고 델고온 자식아닌 우리애라는걸 강조한다.
누가 모르나?
아들한테 일을 시키면 자신이 한다고 나서면서
휴가온 애 좀 쉬게 해주란다.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으니 나태하지말고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말란걸 가르켜주고 싶은데
잘 따라하는놈두고 저리 야단이니...
휴가 아니라 휴가 할애비라도 할껀 해야한다는게
내 생각인데 무조건 싸고만 도니
아들놈이 마마보이 안된것만해도 천만 다행이지.
아니 어쩌면 그넘도 마마보이인지 모른다.
술먹고 늦게 들어와도 봐줘라.
늦잠을 자도 봐줘라
군복무를 하면서 아무리 휴가라지만
정신상태가 그래서는 안된다는게 내 생각인데
휴가를 빙자해서 그러는 아들놈이나 그걸 봐주란
어미나 둘다 한심하다.
그러나 저러나 비 전투병 파병이라지만
또 언제 바뀔지 모르는게 이나라의 한심스런 처세니까
걱정아닌 걱정이 된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