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23일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최교일(왼쪽부터), 주광덕, 김성태, 장제원, 곽상도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항의방문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항의방문 4일 뒤인 27일 이와 관련해 특검법안을 발의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이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만우절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실화다.
자유한국당, 2017년 검찰 특활비 특검법안을 발의
2017년 11월 27일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 힘)은 소속의원 113명이 공동으로 ‘국가정보원 및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의원총회를 거쳐서 당론으로 발의한 법률안이었다. 대표발의를 한 최교일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고위 검사 출신이었다.
법률안의 내용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국회의장이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하려면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해 줘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특별검사 임명을 대통령이 아닌 대법원장이 하는 것으로도 되어 있었다.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렇게 조항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그 직전인 2017년 11월 24일에는 자유한국당이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안도 발의했다. 당시에 발의된 국정조사 요구안을 보면, 국정조사 범위에 대통령실과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와 함께, “2017년 검찰청 특수활동비 수령 규모와 사용용처 일반”도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 특검법안은 20대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폐기되었고, 국정조사도 흐지부지되었다.
6년 전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
아마도 자유한국당이 특수활동비 특별검사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안을 발의했던 것은 당시 진행되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 수사에 반발해서 했던 측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사건은 사실로 드러나서, 전직 국가정보원장 3명(남재준, 이병기, 이병호)이 업무상 횡령과 국고손실죄 등으로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비록 자유한국당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사에 반발해서 제기한 의혹이라고 해도, 제기한 의혹의 내용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더구나 최교일 의원처럼 검찰 핵심부에 있던 국회의원이 제기한 의혹이었기에, 사실일 가능성도 커 보이는 의혹이었다.
당시에 자유한국당이 특별검사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안을 발의하면서,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서 제기한 의혹은 아래와 같았다.
자유한국당 발의 법안에 담겨 있던 검찰 특활비 관련 의혹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논란이 확대되고 있고 법무부도 검찰로부터 매년 수십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
“특수활동비 부정 유용은 특정시기에 국한한 병폐적 현상이 아니라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내려온 우리 사회의 악습임. ······ 검찰은 법무부로부터 배정받은 2017년 특수활동비 178억 8,100만원 중 일부를 법무부에 다시 상납했다는 의혹이 있음”
다시 강조하지만, 다수의 검찰출신이 포함되어 있던 자유한국당이 제기한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이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이런 의혹을 제기한 후에 특별히 활동을 이어가지 않아서 진상을 알 수는 없었다. 검찰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비밀스러운 예산이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햇빛 아래 드러난 검찰 특수활동비
그러나 이번에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무려 6,805쪽에 달하는 자료들이다.
이는 필자가 소송의 원고가 되고, 3개 시민단체들(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 하는 시민행동)과 ‘뉴스타파’가 협업해서 3년 5개월간 진행한 소송을 통해서 공개된 것이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집행된 부분에 대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 자료를 수령하고 있다. 2023.06.23. ⓒ뉴시스
이로써 6년 전에 자유한국당이 진상규명하고 싶어하던 ‘검찰 특수활동비 부정유용’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마련된 것이다. 게다가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가 불법폐기된 의혹 등 추가적인 의혹들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러니 6년 전 자유한국당이 요구했던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마땅히 ‘검찰 특수활동비 오·남용 및 자료 불법폐기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권카르텔’과의 싸움을 부르짖고 있는데, ‘권력기관의 세금오·남용 카르텔’부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대통령의 말이 최소한의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