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전국의 종가를 취재하여 종갓집의 내림음식을 선보인
KBS 2TV「종부의 손맛」을 책으로 만난다!
맛과 멋을 겸비한 종가 음식,
종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진정한 슬로우 푸드
KBS 2TV 『생방송 오늘』을 통해 방영했던 「종부의 손맛」은 1년 동안 각 지역을 대표하는 종갓집들을 취재하면서 계절에 따른 종갓집의 내림음식을 선보인 다큐멘터리다. 종가 음식이야말로 진정한 슬로우 푸드임을 일깨워준 방송 이후 집에서 요리해보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오픈하우스에서 펴낸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은 건강하고도 지혜로운 밥상을 선사하는 책이다.
흔히 구할 수 있는 제철 재료로 입맛을 사로잡다
종가 음식은 집안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비싼 재료를 사용하여 외관을 화려하게 꾸민다는 선입견이 존재한다. 조상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제사상에는 물론 최고의 음식을 준비하지만, 평소에는 제철 재료로 만든 소박한 음식을 즐긴다. 《종가를 지켜온 종부의 손맛》에서는 그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종갓집 내림음식들을 소개한다.
<봄> 편에는 파릇한 나물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드러운 보리순과 알싸한 홍어애의 이색 조합이 코끝을 자극하는 한양 조씨 양절종가의 ‘보리순홍어애국’, 직접 캔 냉이에 묵은 된장과 새 된장을 섞어서 조리하는 파평 윤씨 한림종가의 냉이된장국, 자연산 나무두릅에 콩가루를 묻혀 쪄낸 원주 변씨 간재종가의 ‘두릅콩가루찜’ 등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여름> 편에서는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음식들을 만날 수 있다. 장수마을로 유명한 사도리의 당몰샘에서 퍼온 샘물에 생땅콩을 갈아 만든 해주 오씨 쌍산재종가의 ‘땅콩국수’는 이열치열의 정신이 담긴 여름 별식으로, 단백질과 다량의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어 원기회복에 그만이다. 반남 박씨 서계종가의 ‘쇠고기애호박찜’은 대충 씹어도 소화가 잘 돼 치아가 약한 어르신들이 드시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을> 편에서는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여 더욱 풍성해진 종가의 상차림을 보여준다.
의령의 3대 별미로 손꼽히는 탐진 안씨 백산종가의 ‘망개떡’은 독립운동 당시 자금 조달에 앞장섰던 백산 선생과 애국지사들의 한 끼 식사였다. 이파리 사이로 하얀 꽃이 핀 듯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망개떡은 전국적으로 찾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다. 종가의 지손들이 해마다 추수한 대추 중 제일 좋은 것을 골라 만든다는 경주 손씨 대종가의 ‘대추란’은 종가를 찾는 손님에게 차와 함께 대접하는 음식이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에 모양도 예뻐 종부의 솜씨가 절로 드러난다. <겨울> 편에서는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의성 김씨 학봉종가의 ‘족편’은 완성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리는 인고의 음식이다. 종가 음식의 진수를 한눈에 보여주는 요리로, 드라마에서 종가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종종 나오곤 한다. 나주 나씨 반계종가의 ‘고추씨백김치’는 고춧가루가 귀했던 시절, 남은 고추씨를 모아 담근 김치가 별미가 되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의 고추씨백김치는 종가를 찾는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계절에 따라 나눈 종가의 내림음식 40여 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힘든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매끼 정성들여 차려내는 종부의 밥상은 가족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과도 같다. 영양소와 재료끼리의 궁합이 잘 어우러진 종가의 내림음식은 바른 먹거리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색다른 식단을 제공할 것이다.
‘종가’와 ‘종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다
책 속에는 저마다의 이력을 가진 평범한 여인네들이 종가로 시집와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모습들이 그려져 있다. 엄격한 예와 법도로 다스리는 종갓집과 그 중심에 선 종부. 종부는 종가의 맏며느리로서 대를 잇고 가문을 지키며 전통을 계승하는 역할을 한다. 외출 한 번 마음 편히 할 수 없었을 정도로 종가에만 매어 있었던 종부들의 삶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어 세상과의 소통을 꾀하고 있다.
전주 이씨 오리종가의 13대 종부 함금자 씨는 오리 선생을 기리고 종가를 보존하겠다는 일념으로 종택을 정비해 박물관을 개관했다. 충현박물관의 관장으로서 박물관을 잘 관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 ‘대한민국 문화유산상’을 받기도 했다. 김치 명인 강순의 종부는 여러 TV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손맛과 입담을 과시하며 종가 음식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으며, 대나무에 구운 죽염으로 만든 경이로운 맛의 간장으로 전통식품 명인 제35호로 지정된 기순도 종부는 홈쇼핑과 손잡고 ‘전통 장 세트’를 판매해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시대의 종부들은 인간문화재 혹은 음식 사업가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종가 또한 굳게 닫아놓았던 빗장을 열어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종가를 전통문화 체험 공간으로 변모시켜 누구나 종가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게 했으며 종가의 법도, 역사, 내림음식 등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전통문화 계승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면서 해마다 종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종가와 종부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떠오르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종부의 손맛을 찾아 떠나는 색다른 식도락 여행
대부분의 종가는 산세 수려한 명당에 자리하고 있어 휴식을 위한 여행지로 삼기에도 무리가 없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종갓집 내림음식을 찾아 맛 기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자연에 둘러싸인 한옥은 마음을 편안하게, 어머니의 손맛이 떠오르는 종가 음식은 몸을 편안하게 해줄 것이다.
추천사
방송인이자 요리연구가 이전에 나는 전주 이씨 덕양군파 귀흥군손 7대 종손이다. 어렸을 때부터 유별나게 음식에 관심이 많아, 시도 때도 없이 부엌을 드나들어 집안 어른들에게 혼났던 기억은 모두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런 내가 전국의 종가를 찾아 그 집안의 내림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과 인연이 닿았으니, 그 향기는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수백 년 내력을 이어오는 종가와 종부의 사연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그녀들이 뚝딱뚝딱 차려내는 투박하면서도 질박한 우리네 음식에 눈물겨웠다. 행여 장맛이 변할까 봐 노심초사했던 이 여인들이 있기에 우리는 전 세계가 엄지를 치켜드는, 그야말로 음식다운 음식 ‘한식’을 계승해나갈 수 있으리라.
맛과 멋이 깃든 종가 탐방이 책으로 나온다니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지 모른다. 종가라는 높은 담에 싸인 집들이 줄줄이 부엌을 열어 종가의 맛 탐방이 언제까지나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_방송인, 요리연구가 이정섭
종가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조부를 모시고 살았기에 운 좋게도 밥상머리 교육을 많이 받았다. 그것이 오늘에 이르러 나의 방송 진행 스타일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17년 동안 바람 잘 날 없는 ‘말 공장’에서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집안 어르신들의 가르침이 내 몸 깊숙이 배어 그 어떤 고민과 갈등의 순간에도 중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수년간 같은 프로그램을 하면서 친남매처럼 가까이 지낸 이윤희 작가의 책이 나온다니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그녀가 마음으로 풀어낸 종부의 삶과 종가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그리고 이제는 지면으로 만나게 될 독자들까지도 매료시킬 것이다. _KBS 아나운서 윤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