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에 3만원' 입시컨설팅, 실상은?
['사교육 중독', 이젠 빨간불] 불법사교육 창궐, 단속은 허술
이른바 입시컨설팅 업체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 학부모들로부터 수십에서 수백 만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지만, 이들 업체가 학생 및 학부모에게 제공하는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학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학원 영업을 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다.
수십만 원대 지능검사, 그리고 선행학습 권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달 입시컨설팅 업체인 민성원연구소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 업체는 건물 3층을 쓰고 있는데, 한 층은 학원이다. 나머지 두 층에서 '입시컨설팅'을 한다. 그런데 이 학원은 학원 등록을 하지 않은 채 영업을 해 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이에 대해 고발하자, 학원은 현재 폐원한 상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밖에도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사교육업체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울시교육청에 전면 조사를 촉구했다.
민성원연구소가 학생, 학부모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하지만 비용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따른다. 수십만 원대 검사비를 받고 학생의 지능을 측정한 뒤 그에 따라 선행학습 정도를 제시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능검사 비용치고는 너무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지능검사는 선행학습을 권하기 위한 수단에 가깝다. 그밖의 다른 검사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 뛴다.
초등학생 상대로 '테셋' 강의 "대입 수시 스펙 쌓는 초등학생?"
그러나 무리한 선행학습은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다. 무리한 선행학습이 낳은 부작용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념을 제대로 곱씹을 여유 없이 문제풀이 요령만 외우는 식으로 학습이 이뤄진다는 것. 아이들의 학습능력 발달에도 장애가 될 뿐아니라 학습에 대한 흥미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사교육업체들은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며 선행학습 상품 홍보에 적극적이다. 사교육업체 입장에서 선행학습은 학교 시험 범위 바깥의 내용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학습효과 검증에 대한 부담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경제학 강의를 하기도 했다. 선행학습의 극단적인 사례인 셈인데, 민성원 소장이 테샛(TESAT) 강의를 하고 학원 수강생들을 함께 묶어서 테샛을 보러 가게끔 하는 식이다. 테샛은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실시하는 경제 이해능력 평가 시험인데,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주로 응시한다. 민성원연구소 측은 '주니어테샛'을 준비한 것이므로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민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박 연구원은 "(대입) 수시전형 때 학생들이 (쓸 만한) 스펙과 서류를 만들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라며 "(대입) 시험과 관련해서 경제 관련 자격증, 텝스, 토익, 토플 등이 스펙으로 적용되도록"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입 수시 전형에 필요한 '스펙'을 초등학생 시절부터 쌓게끔 한다는 것. '입시컨설팅'을 표방한 사교육업체가 현행 대입 전형 방식의 맹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대학들이 테샛, 토익, 토플 등 공교육을 통해서 준비하기 힘든 자격요건을 대입 수험생들에게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비판이 제기돼 왔다.
'1분에 3만 원' 입시컨설팅
입시컨설팅 업체의 유형은 이밖에도 다양하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공부방법을 알려주고 적성을 고려한 진학지도를 해준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 또는 획기적인 공부방법이 있으리라는 기대심리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다. 특히 수험생의 생활 전반을 관리해준다는 입시컨설팅 업체가 성업 중이다. 소위 '연관관리', '프리미엄 컨설팅', '스펙 컨설팅'등으로 불리는 컨설팅 프로그램 비용은 기본 단위가 100만 원대다.
강남에서 가장 유명한 컨설팅업체로 손꼽히는 ㄱ업체의 컨설팅 비용은 6회에 200만 원이다. 1회에 90분으로 분당 3만 원꼴이다.
업체 홈페이지는 △모의고사 성적 분석 △학생부 성적 분석 △동기부여 △학습계획표 설정 △학습전략 수립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 자기소개서 점검 및 방향제시 등 대입 전반을 아우르는 모든 부분을 관리 감독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공부습관 잡아준다지만, 상담횟수는 고작…
업체 관계자는 프로그램의 '동기부여'과정에 대한 질문에 "공부습관을 들어보고 선생님이 붙어서 심리적으로 동기부여를 해준다"며 "어떻게 아이를 다룰지 엄마에게 조언도 해준다"고 답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컨설팅을 받는다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묻자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라면서도 "(컨설팅을 신청하면) 아이가 문과일 경우 한국사 검정능력시험이나 한국어 능력시험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대외활동은 좀 늦었고 봉사활동으로 보강할 여지가 있다"고 해결책을 내놨다.
ㄴ업체도 비슷하다. 대면상담 4회에 100만 원으로, 1회 상담 시간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제한한다.
홈페이지에는 1년 내내 학습 전반을 관리해준다고 명시돼 있지만 업체 관계자는 "전문가와 대면 상담은 4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담 횟수가) 4번을 넘을 일이 없다. 상담 4회 안에 모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이들의 공부 습관을 제대로 잡아준다는 취지와는 동떨어져 있는 셈이다.
불법 입시컨설팅 업체, 단속은 제대로 안 돼
진학 정보 제공, 공부 습관 잡아주기 등의 서비스는 사실 새롭지 않다. 기존 학원들이 하던 것이다. 그런데 굳이 학원이 아닌 '입시컨설팅'을 내세운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데 대해선 "학원등록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입시컨설팅 업체의 역할 역시 사실상 학원과 같다면 학원등록법을 따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또 앞서 소개한 민성원연구소처럼 입시컨설팅과 학원 영업을 병행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서울시 관내에는 민성원 연구소와 같은 입시컨설팅학원이 50여 군데 이상 영업을 하고 있는데 6곳만 등록돼 있다는 보도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사실상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
박민순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입시컨설팅업체가 학원등록을 꺼리는 이유가 "학원으로 등록하면 학원비 산정 기준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현재 입시컨설팅 자체에 대한 산정 기준은 없다"고 덧붙였다.
강남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청에 건의하고 협의하고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입시컨설팅업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어려운 이유를 묻자 "저희가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강남 시내를 다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한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고발 이후, 학원 폐원 신고를 낸 민성원연구소 측은 "자숙하는 의미에서 폐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정한 자숙 기간이 끝나면 학원법에 따라 학원으로 등록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민성원연구소 관계자는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불법 영업을 하겠다는 뜻을 완전히 접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