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구월이 왔다. 아침부터 며느리에게서 저나가 왔는 바 생일이 내일인데 오늘로 착각했던지 "생신 추카"란다. 아이들 기르는 노고를 치하하고 사돈의 안부를 물으며 치료에 전력하여 속히 친정으로부터 돌아올 수 있기를 당부하였다. 부쩍 말이 늘고 더불어 어떤 일을 상의해도 될 만큼 자라난 소주들이 아빠 엄마랑 너른 집에서 오순도순 생활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구월은 굳이 휘트니스센터나 종합경기장에 갈 것 없이 밭에서 한두 시간 일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할 수 있으나 아직 햇살이 따갑고 낮에는 무덥기에 저녁시간이 적격이다.

어젠 고추 열 여섯 포기를 뽑고 열매와 잎을 갈무리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양이 많아 조금만 요리하고 나머지는 버리기로 하였다. 16그루도 많으니 내년엔 다섯 그루 정도만 심어도 될 듯하다. 토마토도 다섯 그루 정도면 충분할 듯하고..
호박은 아직까지 열매가 꾸준히 달리며 늙어가는 것이 있으니 그대루 놔 두고 동부콩과 들깰랑 적당히 수확한 뒤에 뽑아야겠다. 이어서 두 평 정도를 잘 갈아엎고 비료를 뿌린 후에 개천 쪽 길 언저리에 있는 부추를 옮겨 심을 작정이다.

하루에 한 두시간 정도만 일하다 보니 밭 끄트머리에 있는 팥과 서리태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였다.
오래 말려서 타작할 것까진 없지만 적당한 때에 따서 밥 지을 적에 얹어 먹을까 싶은데 호박밭 언저리에 일무를 남겨 두고 워낙 오래도록 방치해 둔 터라 작황이 별로 좋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밭에 적당한 일꺼리가 있고 작황이 좋고 나쁨에 무관하게 거두고 치우며 운동 삼아 일할 수 있어서 좋다.
틈틈이 그늘에서 일하다 보면 이 달 중순께 까진 꾸준히 일거리가 있을 터... 농촌에 오지 않고 서울의 아파트에 마냥 살았더면 이런 재미를 즐길 수가 없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