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들어가면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는지 준이는 오늘 외출을 거부합니다. 요즘 준이는 먹는 것과 하고싶은 일들에 대한 yes/no 의사표현은 그래도 정확하게 하는 편입니다. 하기 싫어도 할 수 없이 해야되는 일은 하는 수 없이 재촉해서 하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준이 의사대로 해주는 게 서로 좋은 듯 합니다.
날씨가 화창한데다 바람도 거세지 않아 바다가기 좋긴 합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별방진 산책길 걸어보려 했는데 외출=물놀이가 되버린 리틀준이의 발악이 만만치 않습니다. 몸놀림이 많이 둔하니 신체적 의존이 큰 편인데 덩치까지 커지고 있으니 떼까지 곁들이면 저도 휘청댑니다.
별방진이란 곳이 높게 쌓아놓은 돌담벼락 형태라 위에 올라서면 멋진 바다풍경이 한 눈에 쫙 보이긴 하지만 왠지 몸동작 반경이 확 조여드는 기분이긴 합니다. 그래도 완이는 신나서 뛰어다니고 심지어 암벽타듯 벽타고 내려가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대단한 녀석입니다.
리틀준이는 시각적 자신감이 떨어지면 신체적 의존도가 엄청 강해져 제 손을 절대 놓치않습니다. 그러고는 밀착해서 걸어야하니 때맞춰 달려드는 완이까지 제 팔에 의존하면 그야말로 양쪽을 잘 견제하며 중심잡고 조심해서 걸어야하죠. 그런 모습을 보고도 서너명의 할머님 관광단이 계단입구에 앉아있다가 저보고 자신들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니...
아이고 이 분들이 보는 눈이 이렇게 없으셔서 어쩌나... 그 분들 포즈잡고 몇 컷 찍어야 하고, 그 시간동안 리틀준이는 머리때려가며 울 것이고 완이는 벌써 저만큼 달아날텐데 어쩌나... 저는 부탁받고 들어드릴 처지가 아닙니다. 애초부터 저한테 그런 부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별방진 잠깐 거니는데도 리틀준이가 계속 머리때려가며 화를 내는 것은 오직 머리 속에 물속 들어가기 기대만이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다인지 풀장인지 시궁창인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직 원하는 것은 물놀이... 저하고 있으면서 언제나 변치않는 기대가 맛있는 식사였는데 이제 물놀이까지 확고히 추가되었습니다.
인적드물지만 모래와 바위좋고 물까지 깨끗한 평대리 바닷가에 다시 왔는데 마침 밀물 때라 자연풀장이 근사합니다. 바위 위를 지나 물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저한테 의존해야 하니 일정한 거리부터는 손을 놓고 혼자 해보게 했더니 급한대로 완이까지 붙잡습니다.
엉금엉금 기듯이 그래도 자연풀장 가운데 자리잡고 앉아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면바지입고 왔는데 일부러 바지도 수영복으로 갈아입히지 않고 물에 젖으면 좀더 불편하게 움직여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자리에만 계속 앉아있네요. 보는 시야가 더 넓어져야 하는데 못보던 세월을 너무 길게 보내고 온 터라 안구가동을 빨리 도와주는데 한계가 많습니다.
돌아가면 아쿠아슈즈를 시도해봐야 되겠습니다. 태균이만 아쿠아슈즈에 적응하고 바다들어갈 때 꼭 신는데 두 녀석 가능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 놈의 송태균, 지나오는 길에 세화오일장을 목격하고는 거기 가자고 계속 재촉, 초입에 떡볶이 순대 튀김 푯말을 본 모양입니다. 아이고 두 꼬마녀석을 데리고 장터를 가는 건 거의 불가능이죠. 장날이라 세화리 앞바다 쪽에는 사람도 차도 바글거립니다. 주말에 가까와질수록 관광객은 더 늘어나는 듯 합니다.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바위 위에서 다리들기 운동, 뚱뚱해서 그렇지 동작은 어떤거든 잘 따라합니다.
엄마인생샷 하나 찍어달라고 하니 열심히 찍어주네요. 바람이 다시 서늘해지네요. 두고온 준이를 생각해서라도 오늘은 좀 일찍 끝내야 할텐데요...
첫댓글 대표님, 멋지십니다.
준이가 넘 안타깝네요.
오늘도 고생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