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입니다.
공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동장터를 운영하러 나왔습니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날짜가 자주 바뀌어선 안됩니다. 깜박할 수 있고, 잊을 수 있기에 가능하면 고정적으로 가는것이 최선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날짜는 변함없이 매주 목, 금으로 가고자 합니다.
9시 15분,
뜨거운 땡볕 속, 어르신이 걸어오고 계십니다. 오늘은 계란 한 판 사셔야겠다며, 물건 먼저 챙기십니다.
늘 주차하던 곳 옆집에 사시는 어르신입니다. 그러면서 어르신들 함께 먹을만한 것 추천해달라고 하셔서 스카치 캔디 하나 추천해드렸습니다.
사탕 하나, 계란 하나 사서 돌아가십니다.
아랫집 이모님,
"아니, 울 엄마가 술 한 박스 사라고 하네~ 사위 온다고~" 하십니다.
평상시 잘 사지 않는 것이지만, 사위사랑은 장모라고, 딸을 통해 카스 한 박스 사십니다.
그러곤 복숭아맛 떠먹는 불가리스를 찾으셨지만, 이번주는 유제품을 많이 갖고오지 못해 다음주에 사시는 것으로 하셨습니다.
반드시 복숭아맛을 사와달라고 하시는 이모님.
그 와중에 건너편 이모님 오셔서 카스 미니 찾으십니다. 차에는 카스 미니 2박스가 있던 상황.
"언니 카스 한 박스 사? 내가 갖고 가면 안되나?" 하십니다.
배달을 해드리면되는 상황, 언니가 되시는 아랫집 이모님이 양보해주십니다.
건너편 이모님은 늘 살때마다 카스 미니를 2~3박스 사시곤 합니다. 작은 카스 하나가 일하다 마시기 부담이 없다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조지아도 캔 커피도 한 박스 사십니다. 폭염이 끊임없이어지다보니 캔음료가 많이 나갑니다.
아랫집 이모님 떠나는 차 붙잡으며 방금 딴 방울토마토 한움큼 쥐어주십니다.
"다니다 배고플 때 먹어~" 하시는 이모님. 고맙습니다.
9시 35분,
안나오시는 어르신 댁에 집에가보면, 티비소리가 늘 큽니다. 마주하면 나가겠다고 손짓을 하시는 어르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오시곤 마실것 위주로 사십니다.
윗집 어르신, 나오셔서
"내가 그동안 사려고하면 늘 차가 후루룩~ 가버려서 늘 못샀어~" 하십니다.
나름 기다린다고 기다려도 어르신들이 나오는 시간 맞추는게 여간 쉽지가 않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물건을 고르시곤 따라오라고 합니다. 그러곤 어르신이 심어놓은 깨밭에 물건을 내려놔달라고 합니다. 이미 깨가 어르신 키를 훌쩍 넘어서 엄청났습니다. 어르신은
"여 두면 괜찮아~ 암도 안갖고 가~" 하시며 일 보러 다시 가십니다.
9시 50분,
지난번 공병수거 후 공병 답례품으로 놔달라고 하셨던 베이킹 리필 세제 한통 놓고 갑니다.
어르신이 계시지 않기에 집앞에 하나 둡니다. 조합원은 아니시지만 공병 수거가 필요하신 분들은 공병수거를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지난번 공병수거 때도 어르신께서는,
"아휴, 아들 같은데 벌써 결혼까지하고 애도 낳았어?" 하시며 연신 고맙다고 해주신 말씀이 기억이 나네요.
다음 장터 때 물건 잘 받으셨는지 확인차 인사드려야겠다 싶었습니다.
10시 10분,
항상 지나가는 길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있었습니다. 알고보니 회관 총무님 오토바이셨습니다.
"나 따라와~~ 살거 있어~~" 하시는 총무님.
윗집 물건 놓고 바로 오라는 말씀에 들렸다 바로 갑니다.
"회관에 양념들하고 이것저것 다 너무 없더라고~ 이번에 좀 사야겠어~" 하시는 총무님.
"아휴, 이런 일을 하는 사람도 어디는 월급도 준다는데, 우리는 그렇지도 않네~ " 하시며 아쉬운 말씀해주십니다.
그럼에도 총무님 덕분에 회관 운영이 되고 있다며, 마을을 잘 도와주심에 감사함을 말씀드려봅니다.
요즘엔 어느 마을을 가나 회장, 총무 직을 맡으려고 하질 않습니다. 기존엔 전체를 위한 봉사이자 명예직이었지만 이런 일을 먼저 나서서 하는 사람도 드물거니와 사람도 줄어드는 추세라 각 지역 내 조직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10시 45분,
조용히 있다가려던 찰나, 아랫집 어르신이 소리를 치십니다. 허리가 굽고 나오기 힘든데, 점빵차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어르신의 입장에선 놀랄만도 싶겠다 합니다. 읍에 가기가 어려워 점빵차가 떠나는 것 자체가 어떻게보면 절망적일수있겠다 싶지요.
어르신은 아들이 온다고 술 한 박스를 달라고 하시곤 공병처리해달라고 하십니다. 집 아래 보니 쌓여있는 병이 얼추 50병쯤되어보입니다. 이동장터차량에서는 싣고가다가 깨질수있으니, 나중에 실러 오겠다고 말씀드립니다. 그외 어르신은 필요한 조미료와 재료들 추가로 사시고 가십니다.
아랫쪽에서 부른 우리 회장님, 차 아래로 와달라고 합니다. 살게 많으시다고 하십니다.
계란, 콩나물, 간장, 식용유, 캔음료.. 그리고 회관것까지.
"회관것은 회관에 두고 가줘요~" 하십니다.
어르신들 덕분에 오늘 오전 장사가 잘 되어서 기분이 좋아집니다.
11시 15분,
시정 아래 큰 나무 아래서 어르신이 들깨를 정리하고 계십니다. 아들과 며느리도 함께 인듯 싶었습니다.
함께 둘러 앉아 하며 점빵차 보자마자 베지밀 하나 달라고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이 외상으로 달라는 말씀에 아들이 재빨리 돈을 주십니다. 어르신은 댓다하면서도 내심 못본채 하십니다.
11시 35분,
점빵차 소리 듣고 마당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오시는 어르신.
락스 한통, 콩나물 한개 사십니다.
늘 비슷한 시간대 가니, 어르신들은 그 시간대쯤 오는구나라는걸 이미 알고 계씹니다.
13시 40분,
오늘도 콜라를 찾는 회장님. 지난주에도 찾으셨는데 따로 갖고 오라는 말씀을 하지 않으셔서 콜라를 못챙겼습니다.
다음에 산다는 말씀에, 바로 갖다드린다고 말씀드리니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배달오는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니 알겠다며 한 박스를 함께 사십니다.
어르신들은 큰 금액이 아닌것으로 배달 요청하면 미안함이 크십니다. 그래서 배달 주문하면은 어르신들께서는 다른것도 추가로 더 사주시곤 합니다. 도시에선 일정 금액 이상되야 무료 배달이지만, 우리 어르신들은 어르신들께서 스스로, 배달을 시켜도 일하는 이도 부담되지 않는 수준으로 물건을 사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4시,
오늘은 아드님이 많이 아프시다고 합니다. 컨디션이 많이 저조해지셨나 싶었습니다.
어르신께선 아들이 밥대신 먹는 "빵" 2개를 사시곤 오늘은 가라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14시 30분,
어르신 댁에 두부 두모 놓으러 갔는데, 오늘은 돈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마 휴일이라 오늘 장사하러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셨던 듯 싶었습니다. 방안으로 들어가니 주무시고 계십니다.
어르신께서 혹시나 잊을까 싶어 티비 옆에 두부 두모 놓고 옵니다.
돈은 못받아도, 어르신 기존 구매 포인트가 있어 해결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주무시고 계시는 어르신 깨우기가 죄송했습니다.
돌아나오는 길, 어르신 집에도 태극기가 달려있습니다.
14시 40분,
올라가는 길 어머님이 손짓하십니다. 잠시 멈추니 어머님께서는 화장지와 매실을 여쭤보십니다.
최근에 새로 사온 화장지를 추천해드렸습니다. 가장 비싼것보다 조금 덜 비싸지만, 그래도 질은 좋아졌음을 말씀드립니다.
"화장지는 좋은것 써야혀~" 하시며 2만원짜리 고르시는 어르신.
그리고 매실캔 한 박스 내려놔달라고 하셨습니다.
"아 어여~돈줘~ " 하시는데,
매실캔 한 박스를 더 사시려는 남자 어르신. 이를 만류하는 여자 어르신.
저도 어르신께 1주일에 한 박스면 충분하시지 않겠느냐라고 말씀드리며, 다음주에 한 박스 더 사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알겠다며 한 박스만 사십니다. 그러곤, 창고에 공병이 많다며 갖고가달라고 하십니다.
다음주에 회수하겠다고 말씀드리며 올라갑니다.
14시 50분,
어르신께서 주문한 요플레 큰거 3통 갖고 갑니다.
어르신께서는 보시더니,
"에고, 너무 크네~" 하십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내가 주문했으니, 내가 다 사야지, 베지밀하고 다 갖고 와~" 하십니다. 그러곤,
"보리쌀 있어? 저 윗집에서 사달라고 하는데, 보리쌀 다섯되만 갖고와바~" 하십니다.
어르신 집 뒤쪽에 사시는 어르신은 점빵차가 가는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종종 어르신께 살 물건들을 이야기해서 부탁하시곤 합니다.
차에는 보리쌀이 없어, 일단 이따 배달을 다시 오겠다고 말씀드리며 떠납니다.
15시 00분,
"어쩐 일이야~?"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도 오늘이 광복절이기에 안오는 줄 알았다고 하십니다.
재차 설명해드리며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좋아하시며 잘 왔다고 하십니다. 그러곤 간장 한나 갖다 달라고 하십니다.
오늘 같은 휴일은 돌봄 종사자분들도 쉬는 날입니다. 이런 날에 어르신들의 돌봄 공백이 생길 때, 우리 어르신들의 공백은 누가 채울지 때론 걱징이 되기도 합니다.
15시 15분,
오늘도 시정에 함께 모여계시는 어르신들.
한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 십니다.
"이거, 저기 다른곳에서 줬는데, 우리는 마시질 않아, 혹시 다른걸로 바꿀 수 없는가? 하시는 어르신.
기업에서는 나름 준다고 하지만, 어르신께 묻지 않고 물건을 주시기에 안맞는 물건을 주실 수도 있습니다. 선의가 선의가 안될 수도 있지요.
원래 안되지만 그래도 기존 납품 하던 물건과 같아서 물건 받아드리고, 어르신께서 워하신 소주로 바꿔드렸습니다.
어르신은 매우 좋아라하시며 다행이다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남은 차액으로 사탕 한 봉지 드리니, 앉아 계시던 분들에게 똑같이 나눠드립니다.
저도 하나 먹으라며, 애기거까지 3개 챙겨 주십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15시 40분,
날이 좋아서 그런지 낚시꾼들이 많습니다. 다리 위에서 낚시하시는 젊은 분들. 점빵차를 보곤 신기해 하십니다.
낚시에 방해되지 않게 조용피 피해 갑니다.
회관에 들리니, 어르신들 오늘도 많이 모여계십니다.
오늘은 회장님도 회관에 계십니다.
회관에서 필요한 물건들 다 사야하지만, 오늘 총무님이 안계신다고 합니다.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총무님이 교통사고가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회관것은 일단 외상으로 해야한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 알겠다고하며 물건 먼저 내려드렸습니다. 우리 회장님도 늘 사시던 샤프란, 세제 집에 놔달라고 하셔서 집으로 배달 갑니다.
휴무일에도 점빵차가 오는 것에 신기해하셨습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에 걱정하시는 어르신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와주니 고맙다고 하시는 어르신도 많았지요. 그 덕분인지 오늘따라 어르신들이 더 많이 사주신것 같아 감사했습니다. 너르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동점빵이 되기 위해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