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210 수락산
일 시 : 2017. 12. 10 (일)
장 소 : 수락산 (638m, 서울, 의정부)
코 스 : 장암역 공영주차장-석림사-전망대바위-수락산-철모바위-깔딱고개-장암역 공영주차장 (약 7km, 5시간 40분)
참가인원 : 와이프와....
06:30 집 출발
07:30~13:10 산행(약 7km, 5시간 40분)
14:00 귀가
수락상 정상에서 인증샷.
3시간 이상을 빙벽에 가까운 가파른 산길을 오르느라 기진맥진한 상태라서 차거움도 잊고 눈위에 앉아서.....
등산로 초입에 살고 있는 진도개가 산행 친구가 되어 같이 산행을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걷다. 처음으로 밟는 뽀드득 소리를 내는 눈길은 마음에 기쁨을 준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등산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등산로는 감각으로 찾아 올라간다.
눈은 점점 쌓여가고......
정상을 향해 한참을 올라갔는데 오늘 오전 7시부로 경기도 일원에 대설주의보 발령되었다는 문자경보가 날아온다.
수락산은 악자가 들어간 산은 아니지만 악자가 들어간 산 못지 않은 바위산이다.
쏟아지는 눈보라로 시야는 점점 가려진다.
내리던 눈은 잠시 소강상태가 되기도 하고... 등산로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된다.
영하의 날씨로 계곡물은 고드름으로 변해있다.
때로는 밧줄을 잡고 힘겹게 정상을 향해 오르고....
때로는 네발로 급경사의 등산로를 오른다.
눈꽃송이와 포즈를 취하고...
소나무에 쌓인 눈이 아름답기만 하다.
계단이 70도 정도의 급경사이고 발디딤판이 10cm 정도로 좁아 한 손으론 철난간을 잡고, 한 손으로는 발디딤판을 잡고 오른다.
오늘 산행은 기차(홈통)바위를 거치지 않고 정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는데, 표지목에 오름길 방향이 기차바위로 표시되어 있다.
눈보라와 안개로 시계가 10여m 정도 밖에 안되고 추위로 손끝과 발끝이 저려오는데, 아내는 자기를 속여 험한 기차바위 등산로를 택했다고 내려가겠다고 한다.
정상으로 표시되어 있어야 표지목에 왜 기차바위로 표시되어 있을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날씨가 너무 안 좋아 하산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표지목에 석림사로 향하는 하산지점 방향을 바라보니 절벽에 가깝다.
저 등산로는 도저히 내려갈 수 없다 판단하고,
또 올라 왔던 길을 되짚어 생각해보니 쌓인 눈으로 발자국이 지워졌고 바위 경사로 볼 때 그 길로 되돌아가는 것도 위험하다고 판단된다.
몇 시간 동안 힘겹게 이곳까지 왔는데 이러다가 조난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스치고 지나간다.
수십 번 오른 수락산이지만 석림사코스는 처음으로 오른 코스인데다가 폭설이 내리고, 날씨가 춥고, 시야가 가리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든다.
산행 초보자는 이런 상황에서 사고를 당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떻든 간에 정상에는 올라야 안전한 하산코스를 정할 수 있겠기에,
내려가겠다는 아내를 설득한다.
저 화살표대로 올라가 기차바위를 만나더라도 기차바위 시작점에는 초보자를 위한 우회 등산로가 있으니 일단 올라가자고 아내를 달래 다시 정상으로 오른다.
나중에 오르고 보니 저 표지목은 잘 못된 표지목이었다. 기차바위가 아니라 수락산 정상으로 표기했어야 했다.
다시 정상을 향해 급경사를 오른다.
아웃도어 장비의 장점이 빛났던 수락산 산행.
장갑으로 눈을 짚고, 밧줄을 잡고 하면 장갑이 젖어 보온 역할을 제대로 못한다.
방수, 방한이 되는 장갑 덕분에 산행 내내 습기로 부터 손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힘든 산행 중에도 가끔 농담도 주고 받으며, 사진도 찍고...
정상은 어디에 있는가?
밧줄에 의지해서 오르는데, 밧줄은 눈으로 코팅된 것 같다.
밧줄은 상당히 미끄러워 평소의 2~3배의 악력으로 움켜 잡아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수락산 등산로 모습
한발 한발 히말라야를 오르듯이......
눈으로 미끄러운 철망계단을 조심스럽게 오르고...
눈쌓인 노송
정상을 향한 마지막 계단
드디어 정상에 오르다.
인적이 없는 수락산 정상.
1시간 30분~2시간이면 오를 수락산 정상을 3시간 이상 악전고투 끝에 올랐다.
100대 명산을 시작한다는 등산객에게 부탁하여 정상 사진을 남기다.
수락산 정상 주변 모습
하산길.
눈보라가 강풍과 함께 몰아친다.
체온에서 나온 수증기가 모자에 얼어 붙어있다.
철모바위 모습
깔딱고개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등산객이 1-2명 씩 보이기 시작한다.
우연히 아내를 뒤 돌아보는 순간 아내가 악 소리를 내며 넘어진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철 난간을 온 힘을 다해 잡고 있다.
바로 아래는 70~80m의 낭떨어지.
휴...
다행이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조심 조심 내려가는 하산길...
몰아치는 눈보라와 추위가 매섭게 파고드니 정신이 혼미해 지는 것 같다.
깔딱고개로의 하산길 모습
등산로 모습
소나무와 설경
위험한 하산길은 이어지고...
포즈 한 번 취해보라고 하니 멋진 모습으로 폼을 잡는다.
사진 촬영에 긴장을 풀었는지 미끌어지면서 떨어진다.
아찔한 순간 철기둥에 가랑이가 끼어 가까스로 멈춰선다.
정신 집중하여 하산...
아! 힘들어...
나 앞으로 산에 안 다닐래요..
산행 후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면서 보니 허벅지, 무릎, 엉덩이 등 멍 투성이라고...
눈꽃산행,
설경.
수락산에서 설악산의 설경을 보고 온 듯하다.
수락산역 방향에서 깔딱고개를 오르는 등산객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장암역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눈은 그치고 맑은 하늘이 수락산 너머로 얼굴을 내민다.
"행복이 활짝핍니다." 의정부시의 캐치프레이즈인가?
우리도 행복이 활짝 피기를 기대해 본다.
- 끝 -
첫댓글 수락산 눈산행 하셨네요.
멋진사진 잘보았습니다^^
우리동네 오셨네요~~ 눈이 많이내려 위험하셨을 텐데...
눈구경 잘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