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16주일 강론 : 마르타와 마리아(루카 10,38-42) >(7.20.일)
* 하느님은 모든 사람에게 각각 다른 달란트를 주셨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소중한 달란트를 최대한 활용해서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 달란트를 하느님과 이웃을 위해 잘 사용하겠다고 결심하면서, 오늘 미사를 봉헌합시다!
7월 18일부터 20일까지 2박 3일간 열리는 ‘2025년 경주 마리아뽈리’에 1박 2일 다녀왔습니다. 우리 본당의 전수영 아녜스, 구경모 라파엘과 이모를 거기서 만났습니다. 800명이 넘는 인원이 경주 코모도호텔에 숙박하며, 노래, 신앙 체험, 강연, 지역 탐방을 선택해서 참석했습니다. 마리아뽈리는 ‘마리아의 도시’라는 뜻으로 ‘포콜라레 회원들이 함께 하는 여름 휴가 겸 피정’인데, 이미 알고 있는 사이든, 처음 보는 사람이든 서로 마주치면 반갑게 웃어주는 분위기가 마치 천국 같아서, 계속 거기에 있고 싶었습니다. 저는 첫날 오후에 5명 중에서 마지막으로 경험담을 발표하며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은경축 기념 강론집을 팔고, 싸인해 드리면서 즐겁고 재미있었습니다. 경험담 좋았다며 책을 사주셨고, 책이 잘 팔리도록 몇몇 자매들이 도와주셨습니다. 현금으로 계산하는 분들도 있고, 계좌 이체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오셨고, 다른 나라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특히 프랑스에서 42년 살고, 원자력발전 때문에 프랑스와 한국을 다니는 부부, 수원교구 주일학교 교사들, 아주 오래전에 만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교우들과도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우리는 하루 24시간을 보내면서도, 자신의 시간을 각각 다르게 느끼며 살아갑니다. 각자 느끼는 시간을 어떻게 계산하는가 하면, 자기 나이에다 ‘2’를 곱하면 됩니다. 다시 말해30세이면 60km, 60세이면 120km, 100세이면 200km가 자기 시간 속도입니다. 102세에도 교중미사에 나오시는 배수용 요한칸시오 형제님은 하루를 204km로 달리는 셈입니다. 이처럼 하루 24시간을 살아도, 각자가 느끼는 속도감은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너무나 빨리 급변하는 세상이기에 시간이 아깝다며, 쉬지도 않고 일만 계속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에 치우칠 수 있지만, 그렇게 살다가 여유를 갖고 쉬려고 하면 회복할 수 없는 병에 걸렸다고 억울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죽은 지 20일 후 발견된 모자(母子)가 있었다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40-50대에 과로로 쓰러지는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입니다. ‘열심히 일하는 게 좋은 것이고, 쉬는 건 나쁜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잠재되어 있고, “바빠서 죽겠다.”라는 말을 수시로 하며 아주 잘 나가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주 바쁘게 돌아가는 삶이지만, 어떤 것이 진정으로 우리를 위하는 시간인지, 무엇이 더 중요하고, 또 무엇을 더 우선시하면서 살아야 할지 점검해야겠습니다.
삶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살아가야 할 우리는 오늘 복음의 마르타와 마리아 자매를 통해서, 과연 어떤 몫을 선택하며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먼저, 언니 마르타를 보면, 대부분 사람이 그녀처럼 하루하루를 세상일에 얽매여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바쁜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습니다. 어쩌면 마르타도 그런 사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수님이 자기 집에 왜 오셨는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생각할 시간이 없고, 예수님 일행의 식사와 잠자리 준비 때문에 더 분주했을 것입니다.
저는 올해 유독 바빴습니다. 매월 1회, 전국 167곳 성지순례를 5월 1일에 완주하고, 5월 12일부터 22일까지 튀르키에 그리스 성지순례 다녀오고, 은경축 기념 강론집을 만들기 위해 8개월 이상 집중하다 보니까 어느새 7월 말이 되었습니다. 체감적으로는, 올해 3개월 정도밖에 살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아주 빨리 지나갔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의 협조 덕분에, 올해 계획했던 목표를 충분히 다 이룰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아무튼 마르타 같은 사람은 어디에서든지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마리아처럼 다른 사람들 도와주지 않고, 예수님 옆에 낭창하게 앉아 있으면 속에 천불이 날 것입니다. 마리아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공동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고, 마르타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편 동생 마리아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는 이 세상에 왜 존재하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지 등에 더 관심이 있고, 의식주보다는 자기 주변의 문제들에 더 마음을 두는 유형입니다. 이 세상에는 마리아 같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매일미사, 피정, 영성교육, 성서공부 등 신앙생활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일상적인 문제보다 궁극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모습을 찬찬히 돌아보면, 마르타 같은 모습도 있고, 마리아 같은 모습도 있습니다. 그 두 가지 모습을 잘 조화시켜야 영적으로 충만한 인간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마리아가 마르타보다 더 나은 달란트를 받은 것이 아니라, 둘 다 소중한 달란트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내 달란트가 다른 사람들의 달란트보다 더 낫다, 혹은 더 못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느님이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는 다 소중합니다. 달란트가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각자의 달란트를 어떻게 성장, 발전시키느냐가 아주 중요합니다.
할 일 많고 바쁘다면서 기도, 성서 읽기, 성사 생활을 게을리하면 안 되고, 이웃을 돕지 않거나 자기 구원을 위해서만 기도해도 안 됩니다. 기도하며 활동하고, 우리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향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무엇을 더 우선시해야 할지 생각하고, 기도와 활동을 조화롭게 하면서, 신앙생활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첫댓글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