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재보선은 누가 뭐래도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정치적 승부처이다. 재보선 결과에 따라 그의 가능성과 한계가 국민들 앞에 구체적으로 진면목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10월 재보선 지역은 8곳으로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지난 6일 <폴리뉴스>가 자체조사한 결과 최대 15곳까지 재보선 가능지역으로 분류됐으나 이 중 7곳이 재판이 진행 중으로 대법원 최종 선고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재보선에 포함될 가능성이 불투명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 7곳은 ▲서울 서대문을(새누리당 정두언) ▲충북 충주(새 윤진식) ▲충북 보은-옥천-영동(새 박덕흠) ▲경남 양산(새 윤영석) ▲전남 나주-화순(민주당 배기운) ▲전남 곡성-순천(통합진보당 김선동) ▲광주 서을(통진 오병윤) 등이다. 여기에 지난 6일엔 재보선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은 광주 동구가 새롭게 재보선 여부가 불명한 지역으로 추가됐다.
박주선 무소속 의원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법정구속 됐다가 2심서 기사회생해 재보선 대상지역에서 제외했으나 대법에서 원심을 깨고 광주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됨에 따라 좀 더 지커봐야 할 상황이다.
이에 따라 10월 재보선이 이뤄질 것으로 확실시 되는 지역은 ▲인천 서강화을(새 안덕수) ▲경기 수원권선(민 신장용) ▲경기 평택을(새 이재영) ▲충남 서산-태안(새 성완종) ▲경북 포항남-울릉(무소속 김형태) ▲경북 구미갑(새 심학봉) ▲경남 합천-의령-함안(새 조현룡) ▲전북 전주 완산을(민 이상직) 등 8곳이며 수도권 3곳, 호남 1곳, 경북 2곳, 경남 1곳, 충남 1곳으로 분포돼 있다.
안철수, 수도권-호남 5곳 중 3곳 이상 당선시 안철수 주도의 야권재편
독자세력화를 도모하려는 안철수 의원이 재보선에서 정면승부를 걸 경우 수도권과 호남 4 곳의 성적표는 민주당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여기서의 성적표가 민주당 고사(枯死)냐, 안철수-민주당 병립이냐, 안철수 세력의 후퇴냐 등 세 갈래의 길을 가를 것이다.
안 의원 쪽이 수도권과 호남 4곳 중 당선자를 2곳 이상 배출하고 민주당이 사실상 전패에 가까운 성적을 올릴 경우 야권은 ‘안철수’ 주도로 판을 짤 수밖에 없다. 이러한 동력은 민주당 내부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내다보고 사실상 ‘안철수’에게 투항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호남 4곳에서 안 의원 쪽이 각각 1곳 정도로 나눠 가질 경우 야권은 ‘안철수 민주당 병립’구도가 형성되면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경기-인천 3곳의 선거구에서 안철수-민주당 중 당선자를 내는 쪽에 힘의 균형추가 실릴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민주당이 경기-인천 3곳의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에게 전패할 경우 양쪽 모두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호남에서의 성적표는 안철수-민주당의 호남민심 향배를 가르는 싸움에서 일시적으로 승리한다 하더라도 수도권 3곳의 선거결과에 따라 호남민심 또한 급격한 변곡점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3곳 전패의 성적표는 안철수-민주당 모두가 경쟁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면서 호남에서의 두 세력의 성적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호남은 안방에서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대표선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 쪽이 더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권분열이란 현실적 난관 앞에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은 유시전 전 장관의 길을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한 때 1위를 기록했던 유 전 장관이 급격하게 무너진 것은 2011년 경남 김해을 4.27재보선 패배가 계기였다. 국민참여당 간판으로 나선 이 선거에서 패배로 유 전 장관의 정치적 가능성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야권지지층 중 다수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불과 4개월 후에 ‘안철수 현상’, ‘문재인 급부상’이란 정치적 귀결을 낳았다.
경남북-충남 4곳에서 1곳이라고 승리할 경우 정치권은 ‘대파란’ 속으로
경남북과 충남 4곳의 선거결과는 안 의원의 정치적 파괴력을 측정하는 ‘가능성’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 모두는 속칭 새누리당의 ‘나와바리’다. 그리고 민주당의 현재 역량으로는 도저히 공략하기가 벅찬 지역이다.
충남 서산-태안 선거는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새누리당 이완구 의원이 완승한 충남 부여-청양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그리고 재보선을 거치면서 야권의 전략적 취약지점이 ‘충청’에 있었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과 충청권의 강력한 결합을 깰 전략적 접근방안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경북 포항과 구미, 경남 합천-의령-함안은 새누리당의 강고한 성이다. 민주당의 간판으로 정상적인 공략이 쉽지 않다. 경북 포항의 경우 김형태 의원의 탈당이 변수가 될 소지는 있으나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때 야권진영이 파고들기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미래 가능성은 이들 4곳에서 어떤 성적표를 내밀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야권의 절대 열세지역에서 안 의원의 ‘새정치=양당 대립구도 청산’이란 메시지에 동의하는 세력을 일정 확보해 최소한 1석 이라도 건질 경우 정치권에 ‘대파란’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것이다.
이는 호남에서의 ‘안철수 vs 민주당’이라는 경쟁구도를 영남에서 ‘안철수 vs 새누리당’이라는 경쟁의 틀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은 ‘야권재편’보다 확장된 여야를 뛰어넘는 ‘정계개편’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들 4곳의 선거결과가 새누리당이 독점하거나 이 지역 여권 무소속 의원이 가져가는 결과를 빚을 경우 안 의원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 가능성’의 영역은 향후 자신이 어느 정도 개척하느냐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다.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을 자신의 정치적 승부처로 보고 전면적으로 나설 지 아니면 호남과 수도권 몇 곳에서만 전략적으로 승부수를 띄울 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10월 재보선은 그에게 정치적 고비이자 관문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안 의원에게 가장 최악의 경우는 10월 재보선의 국면을 애매한 형태로 승부할 때일 것이다. 자칫 ‘독자세력화’를 공공연히 표방했음에도 승부를 주저한다는 인상이 국민들이나 지지층에 내비쳐질 경우 10월 재보선은 향후 안 의원의 행보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지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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