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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유석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소장. |
| 2000년 이후 지속 성장을 계속해온 한우산업이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한우산업의 위기 또는 본격적인 하향 국면이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한우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선호도와 제도적 안전장치로 인해 1999년 이전과 같은 투매나 홍수출하, 이에 따른 가격 폭락 등과 같은 현상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부에서는 향후 한우산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면서 과도한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있어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방향 설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지는 ‘조정기 맞은 한우업계 대응자세와 달려야할 길’을 주제로 원유석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장과 홍성구 농촌진흥청 한우시험장장으로부터 현재 한우산업의 상황과 경쟁력있는 한우산업을 위한 조언, 미래 한우농가의 자세에 대한 전문가 지상대담을 2회에 걸쳐 특집으로 엮는다. 다음은 원유석 농협 한우개량사업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2000년대 초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동시에 엄청난 홍역을 치른 한우산업과 현재의 산업은 차이가 있으리라 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올 하반기 이후 한우의 가격 조정기를 불황으로 단언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상황분석과 입장을 말해달라. ▲누구도 자신있게 답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한우 사육두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이 이르고 있고, 또 송아지 입식 의향도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본다. 따라서 유전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암소를 적극 도태하는 등 적절한 사육두수 유지를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는 것은 모두가 동감할 것이다. 이같은 이유에서 한우협회를 중심으로 한 번식우 10만두 자진 도태 추진은 한우 생산자 단체로써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금의 한우 사육두수 증가를 90년 대 말 한우 사육두수가 290만두에 이르렀을 때와 전체적인 크기만을 가지고 비교하여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때와는 우리나라 경제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 특히 지금은 한우를 한우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소비자 신뢰가 구축되어 있다. 한우 산업을 전망하는 것은 국가의 대내외 경제적 사정과 사료가격(곡물, 환율, 석유 등), 소비자 심리 등 많은 변수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므로 매우 어렵다. 다만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호황을 누리며 사상 최고의 가격을 형성했던 현재의 분위기가 다소 위축될 수는 있어도, 금방 불황으로까지 치닫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여 한우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대안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이다.
― 2006년은 한우산업의 새로운 전환기로 분석된다. 전업화 규모화의 가속화, 한우 도체중과 1등급 이상 고급육 출현률의 향상, 자조금을 통한 마케팅 시작 등 제도적 장치 마련으로 본격적 전성기로 접어들었다. 이후 2010년 하반기는 외부적 요인이 아닌 내부적 요인으로 인해 처음 가격 조정기를 맞고 있는데 이에 대비하는 농가들의 자세와 가격 조정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들려 달라. ▲한우 가격이 높아지고 농가 수입이 늘면서 생산 비용을 생각하지 않는 농가들이 많아진 것 같다. 또 일부 브랜드 경영체를 중심으로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늘리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고부가가치 생산물을 저비용으로 생산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필요 이상의 시설비를 들여 축사를 크게 짓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사육면적을 크게 준다던지, 고가의 사료를 고집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한우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특히 지금같이 한우가격이 좋을 때, 현재 고에너지 사료 급여 위주의 고급육 생산 시스템을 개선하고, 생산비를 절감하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생산비의 절감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축의 유전능력을 높이는 ‘개량’이라는 문제와 사양관리 비용의 감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개량이라는 문제는 한우 농가 모두가 국가와 힘을 합쳐 해나가야 할 문제이다. 농가들의 사양관리 비용의 감축 노력이 중요한 가운데 일부 농가에서 자가 TMR 등의 방법으로 생산비를 크게 줄이고 있는 사례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한우농가의 컨설팅 내용이나 방법도 이런 방향으로 조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재의 가격 조정 시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자단체와 정부의 역할 그리고 정책 추진은 어떠해야 할지 말해 달라. ▲가격의 조정이 있을 것인지는 예측에 자신이 없지만 정책은 앞서 언급한 ‘개량’과 ‘생산비 절감’ 외에 한우산업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구동성으로 한우가격이 너무 높다고 하는데, 한우를 적당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적당한 값으로 팔자는 것(물론 유통비용을 줄이자는 애기로 알고는 있지만)이 방향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한우 경영체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양과 유통, 그리고 소비자 접근 방법 등을 차별화하는 것은 남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생산비를 절감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축산정책도 개량이라는 문제와 생산자들이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해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으로 팔아 농가 소득을 높여줄 수 있도록 하는 유통부문에 더 큰 비중을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우는 이제 일반적인 보통육이 아니라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이 먹는 특별한 고기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데 따라 정책방향도 이에 맞춰야 한다.
― 2006년 이후 한우는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지, 연구개발, 소비측면, 생산측면, 유통측면, 정부정책 등을 고려해 말해 달라. ▲고급육 생산 솜씨도 좋아졌지만(거세우의 1등급 출현율이 80% 이상을 넘고 있음) 무엇보다도 생산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 등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공고히 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우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 한우를 한우로 제대로 알고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수십만명이 두세달 계속해서 촛불집회를 했던 소비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신뢰는 얻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한우고기 홍보와 함께 특히 부정육 유통 근절 등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위와 같은 결과는 2000년 이후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농가의 조직화(계열화 및 브랜드정책)와 품질고급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 온 결과로 보인다. 이제 앞으로 10년 한우산업이 달려 나갈 길에 대해 말해 달라. ▲우선 한우산업의 방향(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할 것인가, 고소득층을 상대로 하는 고가품을 목표로 할 것인가? 한우산업은 단연, 고품질(영양, 맛, 위생)의 쇠고기를 생산하고 소비자 신뢰를 공고히해 최고의 값으로 소득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30여년 동안 수행해온 개량사업은 취약한 곳이 너무나 많다. 씨수소 선발 등 사업규모가 제한되어 있음에 따라 종축의 혈연관계가 점점 얽히게 되고, 아직도 암소들의 육종가 평가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종축선발에 이용되는 암소 축군의 규모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향후 한우산업 발전을 위하여 무엇보다도 개량사업 부문의 투자를 늘려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제는 성공한 농가들(자가 TMR 등)을 본받아 모든 농가가(최소한 비육우 100두 이상의 규모는 모두)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