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 여행 마지막날
6월 23일 (목요일)
찜질방에서 아침을 먹고 좀 일찍 출발했다
8시 30분에....
지도를 보니까 빨리 걸으면 정오쯤
순천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동안 발이 아파서 먹었던 아스피린이랑
항생제가 다 떨어져서
상비약으로 준비했던 펜잘을 두알 먹고 출발했다
그동안 경험해 본 결과 걷는 동안엔....
절대로 발의 상처는 아무는게 아니었다
자꾸 상처가 덧나서 점점 더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오늘 걸으면서 그동안 난 참 바보같았다는 걸 느꼈다
남의 말도 들었어야 했는데...
그것도 신랑말인데.....
처음에 발이 아프다고 하니까
준비해간 진통제(펜잘과 사리돈)를 먹으라고 했지만
준비해간 진통제는 두통, 치통, 생리통에만 먹는줄 알았다
선전에 그렇게 말했으니까....
오늘 아침에 먹은 진통제는 그동안 내가 먹었던 어떤 약보다
효과가 좋았다
그동안은 아스피린이 진통효과가 있어서
오전중엔 좀 견딜만 했었지만
오후엔 무척이나 고통스러웠었다
오늘 아스피린이 없어서 대용으로 먹은 펜잘은
먹은뒤 30분이 지나니까 아픔이 싹 가셨다
진통제의 효과는 두통, 치통, 생리통에만 적용되는게 아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적용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모르면 고집이나 부리지 말지....
그랬으면 그동안 발의 아픔때문에 고생은 좀 덜 했을텐데
신랑한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평소에도 내 고집을 많이 주장하는 편이었는데
이기회에 좀 반성을 해야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고치고 반성해야 할 일이 어디 이것 뿐이랴!
편하다고 식구들에게 내 고집대로 하는 것,
친한 친구들에게 알게 모르게 말로서 상처주는일,
능력도 안되면서 쓸데 없는 욕심으로 마음 끓이는 일,
신랑이 이해해 준다고 무조건 내 마음대로 하는것 등등....
나는
죽을 때 까지라도 철이들 수 있을까?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고쳐가도록 노력해 봐야 겠다
발이 아프지 않으니까 한결 발 걸음이 가벼웠다
회암삼거리에서 순천방향으로(2번 일반 국도)
한려대학교 - 예구마을 - 덕산마을
9시50분쯤 광양읍 주령마을을 지나순천시 해룡면으로 들어섰다
순천 시외 버스 터미널이
지금 내가가고 있는 길 가까운 곳에 있기를
은근히 바라고 인근 주유소에서 길을 물었더니
이곳에서는 방향을 정확히
아르켜 줄수 없다고 버스나 택시 탈것을 권한다
마산에서 여기 까지 걸어왔다고
버스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한다니까
이해 할 수 없다는 눈길로 바라본다
무조건 직진하라는 말 대로 한없이 걸어간다
한참을 걸으니까 순천 시내....
더워서 24시 편의점에서 팥빙수 한그릇먹고
길을 물었더니 아직도 멀었나보다
도시를 이런 차림으로 걸으려니까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9일동안의 도보여행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에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등산배낭에
옷차림하며 누가 보아도 노숙자 차림이었다
순천시에 들어서고 보니까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어서 인지
버스 정류장이 무척이나 멀어보였다
시내를 2시간을 걸어도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평소에 8시간 걸은 것 보다 더 피곤하였다
<순천 시내- 번화가를 약간 벗어나서 >
<순천교에서 바라다본 도심을 가로지르는 강과 분수>
< 순천역 앞에서 >
순천역을 지나 12시 30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을때는
어찌나 좋은지 배고픈줄도 몰랐다
곧 부산으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어서 토마토와 참외만 몇 개사서
버스에 올랐다
9일동안 약 230Km를 걸어 왔는데
이젠 에어컨이 시원한 버스를 타고 편하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발이 아팠어도 돌아가자고 할까봐
마음놓고 아파하지도 못하고 참고 여기까지 온 것이
무척이나 대견했다
그것은
처음에 같이 참여해준 도조신랑과 도조
아침마다 전화로 격려해준 신덕이와
도보 여행 중간 중간 격려해 주었던 많은 친구들...
엄마 아빠는 꼭 할거라고 믿어주고 응원해준 예쁜 세딸과
전화로 격려해 주던 우리 사위의 힘이었다
걸을때는 다시는 이고생 하지않겠다고 맹세 했었는데
도보여행 끝난지 어느덧 1개월이 지나니까
또다시 걷고싶다는 마음 뿐이다
걸으면서 여러사람의 도움도 받았고
비록 발은 아파서 고생은 많이 했지만
여러가지 경험 했던일들이 너무나 내게는 소중해서
여기 모인 친구들과 같이 나누고 싶은 욕심에
못쓰는 글 용기내서 올려보았는데 어땠나요?
재미없는 글...
끝가지 읽어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면서....
가을쯤에
순천에서 부터 다시 시작해 볼까 합니다
목적지는 땅끝을 지나 멀리 강화까지....
언제 끝날지는 몰라도.....
욕심없이
인생을 배운다는 마음으로......
첫댓글 아쉽다. 친구야! 대하 소설이 끝 난것 같이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기도 하고 또 한 가득 차기도 하고......
정옥아 너의 힘든 여행길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것같다 .. 많이 느끼고 배우고 나간다 고마웠어...
장한친구 정옥이의 도보여행 마무리글에 또 감격을 한다. 가을에 있을 2차 도보여행도 화이팅을 보낸다 그때도 매일 전화로 중계할께 ^^
산골분교 제자13명의 수학여행교통비 마련을 위해 태종대에서 통일전망대까지 597km걸은 포항기계중 최인호교사의 따뜻한 마음을 접하면서 2차 도보여행에 제목!
안데르센은 "여행이란 정신을 다시 젊어지게하는 것"이라 했지....너야말로 청춘이다.
오늘에야 너의 도보여행기를 읽었어.. 멋지다. 최인호 교사 기사를 읽고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만이 가득하데... 내 친구는 실천하고 있었구나 .. 언젠가 친구들과 같이 도보여행했으면 좋겠다... 파이팅 정옥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