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근처에는 예전의 피맛골 가게들을 쫙~ 흡수한 대형 빌딩 하나가 크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르메이에르 빌딩이지요. 겉으로 보기엔 몰라도 그 건물 지하며 구석구석에 한 이름 한다던 예전 맛집들이 다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그 건물에 드나들 일이 많더라구요. 그런데 그 때마다 제 눈을 사로잡던 가게 하나가 있었습니다. '선매'라는 매운 떡볶이를 파는 분식집입니다. 매운것을 유난히 밝히는 변태적인 성향인 저에게는 '맵다'는 것만으로도 꽤 유혹이 되는 컨셉의 가게였습니다.
그리고는 그 가게에 가봤다는 주변 지인들이 정말 맵다고 평하더라구요. 그래서 벼르고 벼르던 끝에 마침내 '선매'를 가보게 됩니다. 올레~!
원래 선릉역 쪽에서 선매 떡볶이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매운 떡볶이로 유명했던 곳이랍니다. 포장마차였던 곳인데 워낙 인기가 많았던 곳이라 이렇게 광화문 쪽에
정식 가게를 차릴 정도가 되었나 봅니다. 빨간색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진 가게의 외관이 눈길을 끕니다.
가게 내부도 붉은색과 하얀색으로 깔끔하게 단장이 되어 있습니다. 가게가 매우 좁아서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다는 단점은 있지만, 일반적인 분식집들과는 다른 모던한 느낌 때문에 호감이 갑니다.
메뉴를 봅니다. 그냥 맛있는 떡볶이와 매운 선매 떡볶이가 있습니다. 순대, 튀김, 꼬마김밥, 계란, 오뎅 등등의 기본 분식집 메뉴들이 눈에 띕니다. 핸드폰 사진이라 가격이 선명하지 않은 것이 매우 아쉽습니다.
포크와 숫가락도 이렇게 예쁘게 셋팅을 해놨네요. 젊은 남자분들이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딱 젊은 여성들의 취향에 맞게 컨셉을 잘 잡으신 것 같습니다.
드디어 선매 떡볶이(3,000원)가
등장합니다. 빛깔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일반 떡볶이와의 차이라면 오뎅이 안들어가 있구요, 소스가 매우 걸쭉한 편입니다. 한입
물어봅니다. 음.. 그닥 안맵잖아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한박자 뒤에 매운맛이 올라옵니다.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떡볶이에 비해서
꽤 매운 편입니다. 눈물도 살짝 핑 돌고 위도 뜨끈한 느낌이 드네요. 평소에 저는 떡볶이라는 음식이 달게 느껴져서 많이 먹지는
못하는 편인데, 이렇게 맵고보니 술술 들어갑니다. 소스를 박박 긁어먹을 태세였어요.
떡볶이만 먹으면 너무 매울까바 꼬마김밥(3,000원)도 함께 주문했습니다. 맛있다고 꼭 먹어보라는 글을 읽었었는데, 그 정도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김밥이 차가워서 밥이 달게 느껴지지 않더라구요. 대신에 전 떡볶이 소스를 긁어먹는 용도로 먹었습니다. ^^V
꼬마김밥은 계란, 오뎅, 시금치, 단무지,
당근만 들어있어 심플했어요. 꼭 들어있는 게 없다고 맛없는 건 아닙니다. 종로에 단 한가지 재료만 넣는 꼬마김밥도 꽤 맛있거든요.
그런면에서 기대만큼은 아니었던, 매우 평범한 꼬마 김밥이었습니다. 뭐, 위를 보호하고 배를 채우는데는 좋았습니다. 아마 다음에는
김밥 대신 튀김을 시켜 먹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뎅(2,000원)입
니다. 뜨끈한 오뎅 국물과 매운 떡볶이 소스의 폭발력(!!!)을 기대하면서 시킨 메뉴인데.. 국물이 그닥 뜨겁지 않더라구요.
오히려 물과 함께 셀프 서비스로 제공되는 국물이 더 뜨거울 것 같다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대신에 떡볶이에 오뎅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걸 잘라서 떡볶이 소스에 버무려 먹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떡볶이의 매운맛을 중화시키려고 주문한 메뉴들로 매운 소스를 박박
긁어먹은 꼴이 되었군요.. 흐흐.. 그래서 변태라 부르나 봅니다.
총평을 하자면, 저는 일반 분식집을 갈 바에는
이곳을 갈 것 같습니다. 매운걸 워낙 좋아하니까요. 일반 분식점과 가격대가 비슷한 것 대비 여러모로 깔끔한 인상도
좋았구요. 그렇다고 먼걸음 해서 찾을 정도의 맛집이거나 한, 두개만 먹고 더 이상 못먹겠어요 할 정도의 매운집도 아니긴
했습니다(그런데 주변에 매운것 잘 못드시는 분들은 한 두개 먹고 못먹겠어요 하시더군요;;). 광화문, 종로 등 근처에 계신 분들
중에 매운 떡볶이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광화문, 종로에서 르메이에르 건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거에요. 거대한 건물 1층 옆라인에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