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본문 : 창 12장 5-10절
설교제목 : 모험의 필수품
위기의 순간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한주간 평안하셨습니까? 남부지역에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입었습니다. 슬픔을 당한 이들에게 위로가 함께하고, 삶의 일상을 회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이런 고통의 문제, 위기의 순간이 닥칠 때 한 인격의 진면모가 드러납니다. 그 위기를 적극적으로 살아내어 삶을 곡진하게 이루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위기로 인하여 인생을 망가뜨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번 카톡 메시지에도 소개한 내용입니다.
일년에 꼭 두 차례씩 방문하여 식사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원로목사님이 계십니다. 어느날 지인을 만날 겸 혼자 여행을 가시기로 하고 짐을 챙겨서 여행을 나섰습니다. 늘 하시던 일상대로 근처에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출발하기 위해 수영장에 들렸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차를 탄 것까지 희미하게 기억이 나고 이후로는 7시간동안을 기억을 잃어버렸습니다. 무의식적 습관대로 차를 끌고 다시 당신의 아파트로 가셨는데, 원래를 키를 대면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는데, 아파트 번호를 누르셨습니다. 사모님이 댁에 계시다가 세대 호출이 되어 통화하려 하니, 남편의 뒷모습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사모님이 직감적으로 분명히 남편의 모습인 것 같은데하면서, 의구심을 품고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주차된 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계신 것을 발견하고 집으로 들어왔는데, 자신의 아침에 출발하려던 계획, 어떻게 집에 왔는지, 어떤 기억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도 점심을 먹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정신과를 방문하여 약을 처방받고 이제 서울에 있는 아산 병원으로 가서 뇌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갔습니다. 그런데 병원을 출발하기 전에 모든 것이 뿌옇고 흐린한 느낌이 들어 순간, 내가 기억을 잃고 치매에 걸릴 수 있으니, 이 말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그간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모두 용서해 주고, 고마웠어, 사랑해!”
그리고 그때 옆에 같이 있던 아들에게도 말했다고 합니다.
“그간 내가 잘못한 것 있으면 모두 용서해 줘, 사랑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위기의 순간에 그 원로목사님은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건냈습니다. 무뚝뚝하고 말 수도 별로 없으신 분이 고통과 위기의 순간에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격의 성숙함, 품위가 바로 이런 것임을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더욱 더 빛나는 인격으로 자라갔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약속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나서 길을 떠났습니다. 75세 나이에 한번도 디디지 않았던 모험 길을 떠났습니다. 자신이 모은 재산과 아내 사라와 조카 롯을 데리고 가나안 땅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세겜 땅, 모레 상수리 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하나님은 그에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의 자손에게 이 땅을 주겠다(7)”
모레 상수리 나무는 원어로 “엘론 모레”인데, 모레는 ‘본다’는 뜻을 가진 ‘라아’에서 파생된 단어로 ‘가르치는 자’라는 뜻을 지닙니다. 따라서 예언자로 번역하기도 합니다. 상수리 나무인 엘론은 ‘강하다’란 뜻을 지닌 ‘울’로부터 파생되는데, 재질이 강하고, 병충해에 잘 견디는 나무를 가리킵니다. 이 나무는 이교도들이 신탁을 받을 때 사용하던 “예언자의 나무”로 봅니다. 이 모레 상수리 나무는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신성한 나무로 일종의 거룩한 영역인 ‘테메노스’의 기능을 하는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아브라함은 하나님께로부터 약속의 땅에 대한 계시를 듣습니다. 그 약속에 대한 징표로 주님께 제단을 쌓았습니다.
아브라함은 자신에 주어질 현재적 땅에 대한 약속이 아니라 그 자손들이 누릴 땅에 대한 약속을 부여잡습니다. 자손에게 주실 땅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약속이며, 히브리인들이 품었던 이후 세대를 향한 근본적인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유대인의 사상과 삶의 방식의 대표적인 내용으로 ‘티쿤 올람’(תִּיקּוּן עוֹלָם)이 있습니다. ‘티쿤תִּיקּוּ’은 ‘세상’을 말하고, ‘올람עוֹלָם’은 ‘고친다’라는 뜻입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힘을 쓰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지금 세대가 세상을 고치기 위한 힘써 노력하는 것입니다. 당장 내가 누리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의 지금의 삶의 태도는 내 자녀와 다음세대에 지대한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은 미래 세대에게 주실 약속을 신뢰하며 하나님 앞에 제단을 쌓고 그것을 가슴에 새기었습니다. 부모는 힘들고 삶이 어려워도, 자녀가 바른 삶의 가치를 가지고 자신의 영역에서 삶을 아름답게 펼치는 것을 보면 힘이 납니다. 부모가 아무리 잘나가도, 자녀가 자신의 삶의 토대를 확보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면, 행복할 수도 없고, 마음은 아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녀의 미래는 곧 현재 자신의 미래와 연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은 모험을 떠나는 자에게 개인적으로 내 앞에 펼쳐질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그 땅에 대한 계시를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이 미래 청사진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 청사진을 받을 때 그것과 연결되기 위해 제단을 쌓았으면 합니다. 또한 하나님께서 우리의 자녀와 그 자녀에게 주실 땅에 대한 약속을 굳게 붙들고 그 기념비로 제단을 쌓으셨으면 합니다.
모험의 필수품 : 종교적 태도
아브라함은 가나안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떠나서 베델의 동쪽에 있는 산간지방에 장막을 쳤습니다. 척박하고 거친 산간지역에 아브라함은 장막을 쳤습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거기에서도 제단을 쌓아서, 주님께 바치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드렸습니다. 모험을 떠난 자에게 편안하고 풍부하고 안락한 곳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척박하고 거친 산악지대에서 장막을 쳐야 할 때가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브라함을 보십시오. 거기에서도 제단을 쌓고 주님께 바치고, 주님의 이름을 부르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 구절은 아브라함은 자신이 머무는 곳이며 어디든 하나님을 이름을 부르며 감사하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어디에서든 하나님과 연결되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나아갔던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모험하는 자의 절대필수품입니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하나님과 연결되어 그 이름을 부르는 것이야말로 모험을 가능케하는 힘입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종교적 태도입니다. 우리에겐 인생의 모험길에서 돈도 필요하고, 어떤 재능도 필요하고 자신의 실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불충분합니다. 이런 것들은 때로 우리를 자만하게 합니다. 이런 것들은 소모되고 닳고 낡아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연결되고 예배한다는 것은 아브라함의 종교적 태도입니다. 조심스런 숙고의 태도, 늘 하나님과 다시 연결하려는 태도야말로 우리를 끊임없이 모험길을 가게 하는 절대필수품입니다.
이것은 인생의 모험길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심리치료에서 진정으로 그 사람이 치료되는 것은 이런 종교적 태도의 복원, 혹은 갱신이 일어날 때입니다. 조심스럽게 삶을 숙고하며, 자신보다 위대한 인격과 연결되어 살아가려는 자는 어떤 내면의 힘과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일방적 태도와 왜곡된 태도, 오만한 태도, 열등감에 시달린 태도를 교정할 수 있습니다. 그때 신경증으로부터 치료가 시작됩니다.
모험하는 자의 필수품인 종교적 태도가 있으신가요? 이것을 구비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낭패를 당할 것입니다. 모험하는 자의 절대필수품인 종교적 태도를 반드시 구비하고 우리에게 주신 날 속에서 하나님과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모험의 복병 : 기근
아브람을 계속 길을 떠나 남쪽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땅에 기근이 들었습니다. 기근이 너무 심해서 아브라함은 이집트에서 몸붙여 살기 위해(거류하려고), 그리고 갔습니다. 아브라함은 이집트 사람들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아내 사라를 자신의 누이라고 속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이집트 바로까지 반하여 사라를 아내로 삼고자 아브라함에게 짐승들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이 일로 바로와 그 집안에 재앙을 내렸고, 아브라함이 속인 것이 발각되었습니다. 그리고 바로는 아내와 재산을 모두 가지고 나라 밖으로 가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심한 기근이 일어나자 이집트로의 도피하면서 뼈아픈 실수를 합니다. 생명력이 고갈되고, 풍요로움이 바닥나자 아브라함은 물질적으로 풍족한 이집트를 선택합니다. 그곳에 가서 얼마동안 이라고 번역하고 있지만, 다른 번역본에서는 거류하기 위해서라고 번역합니다. 그곳에 살려고 이집트를 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모면하기 위해기 아내를 누이라고 속입니다. 이런 뼈아픈 실수를 하게 됩니다. 모험의 복병은 물질적 빈곤과 생명력의 고갈에서 오는 쉬운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어려움을 만나면 쉬운 선택지를 골라서 해결하거나 그것을 회피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내게 닥친 난관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
인생 길을 가는 자가 쉽고 편한 길을 선택하고 회피하려고 할 때 결국 적응장애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모험 길의 복병은 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안에 있음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쉽게 편하게 얻으려는 것들이 오히려 우리에게 큰 복병임을 알아차리고 그 어려움의 시간을 힘차게 맞서서 헤쳐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