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아이디어
있다면,
직업 사라질 미래
두렵지 않아요”
청소년기업가정신스쿨 현장을 가다(2)-
수원 곡선중
“요즘 10대들도 화장을 많이 하는데
지갑이 넉넉하지 않은 10대들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10대전용 화장품 샵이나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하고 피부문제를 악화시키지 않는 뷰티제품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앱 서비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그 분야의
뉴스들을 찾아보는 편인데, 이름 없는 디자이너들이 공들여 만든 창작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도용돼서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 그림이 도용당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앱 서비스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지난 5월 16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진로체험센터에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최하는 ‘네이버와 함께 하는 청소년 기업가정신스쿨’ 교육에 참가하기 위해 수원
곡선중학교 1,2학년 학생 30명이 모였습니다. 이날 교육에 참가한 30명의 학생들은 3시간 정도 진행된 교육이 끝날 무렵 각자가 생활 속에서
느끼는 문제를 발견해 기록해보고 그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교육은 ‘한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라는 공간에서 진행된 만큼 먼저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 진행을 담당한 오이씨랩의
엄미송 앙트십(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의 줄임말: 기업가정신) 코치가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며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방법,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조하기 위한
사람중심의 조직,
혁신적인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해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스타트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본 다음,
이런 스타트업들이 해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한국에서도 쑥쑥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련 동영상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각기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창업한 세 곳의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 열린옷장 한만일 대표의 인터뷰 영상을 보면서 스타트업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엄 코치는 3개 스타트업의 독창적인 서비스
내용을 설명하며 “각기 다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 3개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바로 물음표(?)를 느낌표(!)로 전환하는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번듯한 회사를 차리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후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2층에 전시실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세계 최초로 귀로 말하고 귀로
듣는 유무선 이어셋을 만든 스타트업 해보라의 무선 이어셋 리플버즈(RippleBuds)와 스타트업 오퍼스원(OPUSONE)의 스마트우산,
지오아이티의 지바이크(Z-BIKE) 피트니스 헬스자전거 등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특히 러닝게임 캣츠런 같은 게임을 하면서
실내에서 자전거 운동을 할 수 있는 지바이크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구글
카드보드(Cardboard)를 직접 만들어 VR을 체험하는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VR이 어떤 사업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관련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기도 했는데요. 롯데월드의 VR롤러코스터 ‘후렌치레볼루션2’ 광고영상과 VR을 이용한 가상현실 속에서 예술을
표현하는 틸트 브러쉬(Tilt Brush) 소개 영상을 보면서 흥미진진한 VR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엄 코치는 “처음엔 게임분야에만 적용되던
VR이 점점 영역이 넓어지면서 현재는 각 산업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말하며 “카드보드는 구글에서 만든 툴로 전세계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배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날 교육에 참가한 중1,2학년 학생 또래의 70%는 미래 직업을 가져야 할
때에 현존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는 예측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의사 교수 회계사 간호사 아나운서 등
직업관이 뚜렷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내가 만약 의사가 꿈이라면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기 위해 10년~15년간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 그런데 정작
의사로서 경제활동을 해야 할 시점에 의사라는 직업이 사라진다면 나의 15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할까요? 이런 황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청소년기에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요? 직업의 소멸과 생성을 미리미리 알아서 캐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나의 직업관을 제대로 세우면서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함께 읽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세상의 급변하고 있다는 것을 몸소
느낀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마트폰 등 전자 디바이스의 발달, 크라우드펀딩 같은 투자환경의 변화, 3D프린터로 대표되는 제조환경의 변화,
SNS의 빠른 확산 등이 그 근거라고 볼 수 있죠. 구직(일자리를 구하는 일)의 시대가 아닌 창직(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의 시대에
살아야 할 아이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연습을 해봅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명확히 하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을 명확히 알고 난 후 두 개의 간격을 조금씩 좁히는 작업을 한다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연습한다면 시대가 급변하더라도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상황을 인지하고 적응할 수 있는 힘이 커질 것입니다. 앙트십교육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키운다면 그 힘이 커질 것입니다. 기업가정신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문제해결능력, 즉 일상에서 느끼는 문제를 문제로 두지 않고
해결해보자는 생각입니다. 우리 속에 숨은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기회로 삼아서 해결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에서 가치와 이윤을 발생시키면
기업가가 되는 것이죠.”
3시간여 교육이 끝난 후 곡선중학교
아이들은 기업가정신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된 계기였다고 입을 모았다.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원대한 꿈을 가진
2학년 이윤희 학생은 “오늘 수업을 통해 미래는 창직사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혹시라도 현재의 내 꿈이 바뀌어서 창업을 하게 된다면 어떤
정신으로 임해야할지 알게 됐다. 혹시 다른 적성을 발견한다면 기업가정신을 반영해서 창직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 2학년 성나경 학생은
“창업이 어려운 일이 아니고 어른들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래에 사라지는 직업이 있더라도 나만의 아이디어만 있다면
창직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앞으로 문제해결능력을 키워서 창업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2학년 문지호 학생은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는데 오늘 스마트폰 앱 관련 활동을 하면서 점점 더 발전해가는 사회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앱을 만드는 일에 흥미가 생겼다. 집에 가서 좀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수업이 무척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2학년 나현희 학생은 “기업가정신을 더 잘
알게 되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었는데 공부를 많이 해서 앱을 개발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나만의 창의적인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자 곡선중 진로진학상담 교사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협력하면서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지난해 다보스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학생 아이들의 60%는 지금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된다고 하는데 도전정신 주인정신 협력 같은 덕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진로탐색 동아리 학생들인데 이들이 하는 여러 가지 체험 중 개인적으로는 오늘 교육이 가장 중요한
수업이라 의미를 둡니다. 단순히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수업이 아닌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앙트십 수업을 통해 문제해결능력,
창의성 등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글_
김은혜 에디터
출처_
꿈트리 Vol.19